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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리뷰] ‘리바운드’ 장항준 친절한 연출+김은희 맛깔 대사..‘슬램덩크’의 향기 ①

장항준 감독과 김은희 작가가 ‘농구 열풍’을 이어갈 영화 ‘리바운드’를 선보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 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되, 김은희 작가의 위트 있는 대사와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웃음 포인트가 야무지게 들어갔다.‘리바운드’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의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쉼 없이 달려간 8일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렸다. 제37회 대한농구협회장배 농구대회에서 단 6명의 선수로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뤄낸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영화는 과거 농구부의 명성을 잃은 부산중앙고에 신임 코치 강양현(안재홍)이 발탁되며 시작된다. 부산중앙고 출신인 강양현 코치는 폐부 위기인 농구부를 살리기 위해 직접 학생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어렵게 모은 학생들은 어딘가 하나씩 부족하다. 중학교 농구 에이스이자 가드인 천기범(이신영)은 키가 더 이상 크지 않아 슬럼프에 빠졌다. 스몰 포워드 배규혁(정진운)은 과거 부상으로 농구의 꿈을 접고 방황했다. 여기에 축구선수 출신의 센터 홍순규(김택), 길거리 농구만 해본 파워포워드 정강호(정건주)까지 합류했다.고된 훈련 후 처음 만난 상대는 ‘최강’이라 불리던 용산고였다. 설상가상으로 대회 당일 핵심 전략이었던 선수까지 용산고에 빼앗긴다. 팀워크보다 이기는 것에만 집중한 부산중앙고는 결국 용산고를 상대로 치욕적인 몰수패를 당하게 된다. 결국 부산중앙고 농구부는 뿔뿔히 흩어지게 된다. 좌절에 빠진 강양현 코치는 과거 자신의 고등학생 시절 MVP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된다. 실패를 기회로 만드는 농구 기술 ‘리바운드’를 기억하며, 강양현 코치는 다시 한 번 농구부 학생들을 모은다. 여기에 슛을 못 해서 만년 벤치 신세였던 식스맨 허재윤(김민), 농구 열정만 가득한 자칭 마이클조던 정진욱(안지호)까지 총 6명을 모았다. 그리고 부산중앙고는 ‘전설’로 남을 8일간의 경기를 시작한다.‘리바운드’는 장항준 감독의 친절한 연출이 돋보인다. 농구는 팀 스포츠인 만큼 개인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각 포지션의 팀워크가 중요하다. 팀워크에서 스토리가 나온다. 장항준 감독은 농구의 복잡한 룰을 모르더라도 빠른 경기 진행에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해설위원’을 통해 놓치지 않고 관객에 설명해 몰입을 유도한다. 해설위원의 설명에 따라 카메라는 항공뷰로 전체 코트 분위기를 보여주거나, 초음속 카메라로 선수의 느린 움직임을 포착하거나, 선수의 예측 경로를 컴퓨터 그래픽(CG)로 그려내는 등 다양한 기법을 사용한다. 덕분에 관객은 불과 몇 초 사이에 지나가는 농구 경기를 즐기며 자로 잰 듯한 팀워크에서 발생하는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여기에 추가 설명이 필요한 농구 전문 용어는 대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내거나 자막을 활용했다. 또한 토너먼트로 여러 차례 진행되는 농구 경기를 다 보여주지 않고 적절한 순간에 끊어내 승패 결과만 보여주는 센스를 보였다. “마 교장선생님요! 좀 들어 주이소!” 등 상황과 얽힌 재치 있는 김은희표 대사가 주는 웃음도 상당하다. 코치 역을 맡은 배우 안재홍은 ‘응답하라 1988’에서 보여준 정봉이의 귀여움을 다시 보여줬다. 강압적이고 무서운 코치가 아닌, 자신의 약함과 부족함을 인정하며 제자들을 끌어안는 리더십이다. 그러면서도 결승전을 앞두고 ‘파이팅’을 외치는 표정에는 단단한 결의과 야성이 엿보인다.부산중앙고 농구부 학생들을 연기한 이신영, 정진운, 김택, 정건주, 김민, 안지호 6명의 배우들도 존재감을 발산한다. 이신영에게서는 만화 ‘슬램덩크’의 서태웅, 정진웅에게서는 강백호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4월 5일 개봉. 122분. 12세 관람가.김혜선 기자 hyeseon@edaily.co.kr 2023.03.30 06:15
무비위크

[할리우드IS] 트래비스 스캇, 맥도날드와 컬래버..마이클 조던 이후 28년만

트래비스 스캇 햄버거가 출시된다. 8일(현지시간) 미국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트래비스 스캇과의 컬래버레이션을 공식화했다. 셀럽이 맥도날드와 컬래버레이션하는 것은 지난 1992년 마이클 조던 이후 28년 만이다. 맥도날드와 트래비스 스캇은 그의 이름을 딴 햄버거와 빈지티 비주얼의 상품 컬렉션을 출시한다. 의류 뿐 아니라 치킷 맥너겟 베개, 레트로 메탈 도시락 등 독특한 상품이 포함됐다. 트래비스 스캇은 지금 미국에서 가장 '핫'한 래퍼다. 최연소 억만장자 카일리 제너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다. 또한 패셔니스타로 이름을 날리며 나이키와 협업해 그의 이름을 딴 운동화를 출시, 열풍을 일으킨 바 있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20.09.10 07:50
스포츠일반

다큐와 함께 다시 부는 조던 열풍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7)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더 라스트 댄스(The Last Dance)’가 시청률 ‘대박’을 터트리며 막을 내렸다. 미국 스포츠 채널 ESPN은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7일까지, 매주 일요일 두 편씩(회당 60분), 총 10부작을 방영했다. 첫 회는 미국에서만 634만명이 지켜봤고, 회당 평균 시청자 수는 560만명이었다. 2012년 미국 프로풋볼(NFL) 보 잭슨 다큐멘터리(평균 360만명)를 넘어선, ESPN 역대 다큐멘터리 최다 시청자 수 기록이다. ‘더 라스트 댄스’는 1997~98시즌 미국 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 필 잭슨 감독이 만든 핸드북 제목이다. 당시 시카고는 조던과 함께 두 번째 3연패에 도전했다. NBA측이 1년간 동행하며 백스테이지 영상을 찍었고, ESPN이 추가 촬영분을 편집해 20년 만에 세상에 공개했다. 다큐멘터리 첫 회는 1997년 프랑스 파리 시범경기로 시작한 뒤, 81년 조던의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시절로 오버랩된다. 시공간을 넘나들지만, 내용과 구성이 탄탄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시카고 주민으로 등장하는 등 100여명의 농구 스타와 관계자가 당시를 회상한다. 지금은 살이 쪄 배가 나온 조던은 태블릿PC로 그들의 얘기를 보다가 빵 터진다. 미공개 영상도 여럿 나온다. 조던은 대학 시절 어머니한테 ‘20달러밖에 없으니 우표 좀 보내주세요’라고 편지를 썼다. 시카고 신인 시절, 동료가 코카인을 흡입하는 모습을 보고 도망치기도 했다. 동료 데니스 로드맨이 라스베이거스로 휴가를 떠나 돌아오지 않자 호텔 방문을 두드려 데려온 에피소드도 있다. 5편에는 나이키가 아닌 아디다스와 광고모델 계약을 할 뻔했던 얘기도 나온다. 개인 기록에 치중했던 조던은 혹독한 과정을 거쳐 리더로 성장하고 정상에 오른다. LA 레이커스에서 뛴 매직 존슨(61)은 “(다큐 시청)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내 생애 최고 엔터테이너는 조던, 마이클 잭슨, 비욘세”라고 말했다. 르브론 제임스(36·LA 레이커스)는 조던과 처음으로 같은 코트에 섰을 때를 회상하며 “흑인 예수가 다가온 것 같았다”고 말했다. 축구 스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9·AC밀란)도 감상평을 남겼다. 심지어 로드맨은 9일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시카고 팬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대부분 미국인처럼 ‘더 라스트 댄스’를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는 넷플릭스를 통해 뒤늦은 11일 공개됐다. 매주 월요일마다 두 편씩 풀려 현재 4회까지 나왔다. 한국 넷플릭스 콘텐트 순위 6위다. 사람들은 왜 23년 전 이야기에 열광할까. 손대범 해설위원은 “1990년대 NBA를 지배했던 조던과 불스를 보며 올드팬은 그 시절 향수를 느낀다. 조던이 뛰는 걸 직접 보지 못했던 어린 팬은 절대자의 뒷이야기를 목격할 수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NBA가 중단된 가운데, 주말 경기를 기다리듯 관심도가 높아졌다”고 풀이했다. ESPN은 코로나19 여파로 당초 예정일보다 두 달 앞당겨 방영했다.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 가드 이대성(30)은 “나를 포함한 대부분 2030세대는 조던을 하이라이트 영상으로만 봤다. 다른 세계 사람 같았고, 상징적인 농구화로만 기억했다. 내 우상은 코비 브라이언트인데, 코비의 우상이 조던이다. 조던을 젠틀한 이미지로만 알았는데, 다큐를 통해 승부욕 등 모르는 부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2003년 코트를 떠난 조던은 17년 만에 다시 전성기를 맞은 분위기다. 다큐멘터리 방영 뒤 조던 관련 물품이 불티나게 팔린다. 1985년 에어조던 농구화는 경매에서 7억원에 낙찰됐다. 이베이에서 시카고 불스 물품 판매량이 지난달보다 5156% 증가했다. 농구 게임 NBA 2K20에서 시카고 불스로 플레이하는 유저는 두 배로 늘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0.05.20 08:40
연예

'90년만에 처음' 오스카 시상식 신기록 세울 영화는

지난해 흑인 성소수자 성장 영화 ‘문라이트’(감독 배리 젠킨스)에 작품상 등 3관왕을 안기며 ‘백인들만의 축제(#OscarsSoWhite)’란 오명 씻기에 나섰던 아카데미 시상식이 90회를 맞은 올해 다양성에 한층 힘을 실었다. 전 세계를 달군 성폭력 저항 캠페인 ‘타임스업(Time’s Up)’ ‘미투(#MeToo)’를 반영한 후보 선정도 엿보인다. 1929년 아카데미 시상식이 탄생한 이래 한 번도 개척되지 않은 기록이자, 오는 4일(현지 시각, 한국 시각 5일) LA 돌비극장을 달굴지도 모를 이변의 가능성을 미리 살폈다. 현대판 노예 제도를 코믹하게 풍자한 저예산 호러 ‘겟 아웃’의 신예 조던 필레 감독은 90년 만의 첫 흑인 감독상 주인공을 노린다. 4년 전 스티브 맥퀸 감독이 1840년대 흑인 납치 실화를 다룬 ‘노예 12년’으로 흑인 감독 최초 작품상 영예를 안은 후, 감독상은 흑인 수상자를 한 번도 내지 않은 대표적인 부문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작품상‧각본상‧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작품상‧각본상‧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오른 ‘겟 아웃’은 최근 흑인 어벤져스 ‘블랙 팬서’ 열풍과 함께 할리우드 블랙 파워가 재조명되며 수상 가능성이 더욱 게 점쳐지고 있다. 배우 겸 작가 그레타 거윅은 단독 연출에 도전한 자전적 성장 영화 ‘레이디 버드’로 올해 여성으론 다섯 번째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감독상을 거머쥔 역대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은 8년 전 이라크전 영화 ‘허트 로커’로 전 남편 제임스 캐머론(‘아바타’)을 제치고 수상한 캐서린 비글로 감독이다. 거윅이 수상할 경우 두 번째 여성 감독상 수상자가 된다. 올해 최다 13개 부문(각본상‧여우주연상‧남녀조연상‧촬영상‧미술상‧음악상 등) 후보에 오른 ‘괴수영화 장인’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은 SF 영화 첫 작품상에도 도전한다. 22일 국내 개봉한 이 영화는 냉전시대 미국 비밀 연구소에 잡혀온 물고기 인간(더그 존스 분)과 언어장애를 지닌 청소부(샐리 호킨스 분)의 과감한 멜로를 그렸다. 멕시코 출신 감독이 종을 뛰어넘은 사랑을 그렸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대한 풍자로도 읽힌다. 다만, 최근 표절 시비에 휘말리면서 법정 공방을 치르게 됐다. ‘쓰리 빌보드’도 강력한 후보다. 딸을 강간 살해당한 엄마(프란시스 맥도먼드 분)와 인종차별적인 지역 경찰의 갈등을 그린 마틴 맥도나 감독의 이 블랙 코미디는 올 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4관왕,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5관왕을 거머쥔 데 이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여우주연상‧각본상과 남우조연상(우디 해럴슨, 샘 록웰) 등 6개 부문에서 7개 후보에 올랐다. 메릴 스트립은 펜타곤 페이퍼를 폭로한 워싱턴 포스트 여성 발행인 캐서린 그레이엄을 연기한 ‘더 포스트’(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연기상 부문 최다 후보 지명 기록(21번째)을 자체 경신했다. ‘철의 여인’ ‘소피의 선택’으로 여우주연상,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로 여우조연상을 안은 그는 이번에 4번째 트로피를 안을 경우 배우 캐서린 헵번과 역대 최다 연기상 수상 타이 기록을 갖게 된다. 남우주연상 부문에선 올해 23세인 신인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성정체성에 눈뜬 소년의 첫사랑을 그린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퀴어 로맨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역대 최연소 수상에 도전한다. 지금껏 이 부문 최연소 수상자는 2003년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홀로코스트 영화 ‘피아니스트’로 30세에 수상한 애드리언 브로디였다. ‘나의 왼발’ ‘데어 윌 비 블러드’ ‘링컨’으로 세 차례 남우주연상을 받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은퇴 선언 후 마지막 작품인 ‘팬텀 스레드’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전 세계를 달군 ‘타임스업’ ‘미투’ 여파도 엿보인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재벌 3세 납치 실화 영화 ‘올 더 머니’에서 ‘미투’로 퇴출된 케빈 스페이시 대신 긴급 투입돼 그의 전 분량을 재촬영한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남우조연상 부문에서 최고령(89세) 수상을 노린다. 지금껏 연기상 부문 최고령 수상 기록도 그가 보유했다. 6년 전 마이크 밀스 감독의 ‘비기너스’로 83세에 남우조연상을 차지했다. 괴짜 감독 토미 웨소의 전기 영화 ‘더 디제스터 아티스트’를 연출‧주연하며 올해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가져갔던 제임스 프랭코는 수상 직후 피해 여성들의 성희롱 폭로가 잇따르며 아카데미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다. 여우조연상 부문에선 ‘셰이프 오브 워터’의 옥타비아 스펜서가 ‘헬프’로 이 부문 수상, ‘히든 피겨스’로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세 번째 후보 지명됐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 후 또 다시 후보에 오른 흑인 여성 배우는 지금껏 그가 유일하다.남성이 장악했던 촬영상 부문에선 사상 첫 여성 후보가 나왔다. 제2차 세계대전 후유증과 인종차별을 엮어낸 동명 소설 원작 영화 ‘머드 바운드’의 촬영감독 레이첼 모리슨이 90년 만에 처음 ‘금녀의 벽’을 허물었다. 올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스트롱 아일랜드’로 장편 다큐멘터리상 후보에 호명된 얀스 포드 감독은 트랜스젠더 감독으론 첫 수상에 도전한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작품으로, 감독이 24살에 살해당한 자신의 형의 죽음을 토대로 미국의 인종차별적 시스템을 파헤친 장편 데뷔작이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최근 10년간 최악의 시청률(평균 22.4%)을 기록한 데 대해 현지 언론들은 지루한 진행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판 발언 등 정치색이 너무 강해, 일부 보수 지지층에 외면당한 것을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영화계의 목소리는 올해 시상식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한국시간 5일 오전 9시 30분부터 채널CGV‧OCN을 통해 국내에도 생중계된다. 온라인 일간스포츠 2018.03.04 16:57
스포츠일반

스포츠가 유행시킨 '핫템'… 에어조던부터 김연아 립틴트·롱패딩까지

글로벌 시대가 도래한 지 오래다. 국가대항전 성격의 국제 대회는 이미 그 생명력을 잃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올림픽과 월드컵은 최고의 지구촌 이벤트다. 이젠 '국가대항전'의 성격을 넘어서 최신 마케팅 대리전 노릇도 하고 있다. 전 세계적 인기를 얻으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올림픽과 월드컵에서 '화룡점정'을 찍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엔 기업과 자본의 마케팅 전략이 촘촘히 숨어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스포츠가 다양한 유행 아이템을 만들어 내는 상황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스포츠 스타의 이름 하나로 대변되는 마케팅, 그 시작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4)을 내세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에어 조던'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나이키는 미국프로농구(NBA)의 떠오르는 스타였던 조던의 가능성을 보고, 그의 이름을 브랜드로 내세운 농구화를 탄생시켰다. 특정 선수의 이름을 따서 만든 최초의 농구화가 된 '에어 조던'은 마이클 조던의 활약에 힘입어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한국에서도 에어 조던 열풍에 '가짜 에어 조던'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이후 NBA를 비롯한 메이저 프로 스포츠계에선 에어 조던과 같은 '시그니처 운동화'의 발매가 전 세계급 스포츠 스타로 인정받는 조건 중 하나로 자리 잡기도 했다. 조던 열풍은 현재 '덕후' 시장으로 넘어가 몇 년도 발매 모델이 천문학적 금액에 거래되기도 한다. 글로벌 사례로 에어 조던을 유행시킨 마이클 조던이 있다면 국내에선 '피겨여왕' 김연아(27)를 예로 들 수 있다. 피겨 불모지인 한국에 올림픽 금메달을 안겨 준 김연아는 은퇴한 지금까지도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스포츠 스타다. 올해도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 스타 1위, 광고 모델 브랜드 평판 1위, 최근 3년간 소비자 선호 광고 모델 3위에 올랐을 정도로 김연아의 파급력은 대단하다.김연아가 유행시킨 아이템 역시 무수히 많다. 그중에서도 단연 첫손에 꼽힐 만한 건 '김연아 립틴트'로 유명한 디올의 립밤 제품이다. 현역 복귀 선언 이후 2013 캐나다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을 때 연기 순서 추첨을 기다리던 김연아가 립스틱을 바르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네티즌을 중심으로 '김연아 립틴트'가 일약 화제가 됐다. 이후 이 제품은 품절 사태를 일으키며 백화점과 매장, 면세점을 휩쓸었다. 4년 이상 지난 지금까지도 스테디셀러로 팔려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롱패딩 열풍과 함께 김연아가 평창겨울올림픽 프레젠테이션 때 입은 롱패딩도 검색어에 올라 다시 한 번 '완판 사태'를 예고하기도 했다. 스포츠 스타들만 유행 아이템을 만들어 내는 건 아니다.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머천다이징 상품인 '유광점퍼'는 가을 야구의 상징성을 담아 팬들에게 인기가 높은 제품이다. LG 선수단이 2006년부터 착용한 이 점퍼는 2010년부터 팬들에게 판매됐으며, LG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2013년에 1만 벌 이상 팔려 나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김희선 기자 2017.11.28 06:00
연예

스타쉽의 남다른 인디 사랑…"인디씬 명곡 리메이크"

스타쉽 엔터테인먼트가 남다른 인디 사랑을 보이고 있다. 소속 아티스트들이 인디 뮤직과의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한다.지난 12일 스타쉽 측은 공식 SNS를 통해 'VINTAGE BOX PROJECT'라는 글과 함께 한 장의 이미지를 공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9월 개시를 앞두고 있다.공개된 티저 이미지에는 'VINTAGE BOX SEPTEMBER 2016'이라는 글과 함께 남성이 여성에게 선물 박스를 전달하는 모습의 일러스트가 담겨있어 보는 이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스타쉽 측은 "'빈티지박스(VINTAGE BOX)'는 국내 인디뮤직씬에서 큰 사랑을 받아왔던 명곡들을 스타쉽 아티스트들과 함께 재해석해 리메이크 음원을 발표, 인디씬의 숨은 실력파 아티스트들을 알리고 음악시장을 다각화하고자 하는 상생 프로젝트이다. 현재 브로콜리너마저, 가을방학, 스탠딩에그, 어쿠루브, 커피소년, 빌리어코스티 등과 리메이크에 대한 의사타진을 완료했다"고 전했다.또한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김정윤 일러스트레이터와 시리즈별 아트워크작업을 진행할 예정으로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김정윤 일러스트레이터는 건국대 애니메이션과를 졸업하고, 현재까지 크고 작은 전시와 각종 브랜드와의 협업 작업을 진행해왔다. 농구와 조던 등의 패션아이템을 향한 관심,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들을 주된 소재로 작업하며 지금의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감각적인 관심사들을 그림으로 풀어낸다. 작품 속 등장인물의 성향이나 취향, 화면이 다 담지 못하는 숨은 스토리 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견고한 필력을 바탕으로 하는 섬세한 인물 표현이 특징이다.한편 스타쉽 엔터테인먼트는 케이윌, 씨스타, 보이프렌드, 정기고, 매드클라운, 주영, 유승우, 몬스타엑스, 브라더수, 우주소녀, 샵건이 소속 연예인으로 활동 중이며, 자회사인 스타쉽엑스를 통해 국내 콜라보레이션 열풍을 선도한 바있어 이번 행보에 대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이미현 기자 lee.mihyun@joins.com 2016.09.18 09:34
경제

응답하라 1988 속 그때 그 스포츠 브랜드

인기 드라마 tvN의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 열풍이 지속되면서 1988년 당시 복고 패션, 소품 등에까지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드라마 속에서 다양한 스포츠 브랜드들이 등장해 시청자들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젊은층에게는 호기심을 일으키고 있다. 쌍문동 패셔니스타, 동룡이의 르까프&까발로응팔 속 동룡(이동휘)은 다양한 목폴라 패션을 선보이며 쌍문동 패셔니스타로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80년대 당시 패션 아이템 1순위는 컬러풀한 공갈 목폴라로 특히 동룡이가 즐겨 착용하는 목폴라는 르까프 제품으로 나온다.르까프는 화승이 1986년 자체 개발한 스포츠 브랜드로 올해 30주년을 맞이했다. 화승은 1953년 한국 신발 1호로 유명한 ‘기차표 고무신’의 동양고무공업에서 출발했다. 이후, OEM 방식에서 벗어나 르까프를 탄생시키고 현재는 국내 스포츠 리딩 브랜드로 재도약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르까프는 1980년대 말 이종원이 출연한 르까프의 텔레비전 CF를 패러디한 이서진 버전의 ‘추억의 광고대전’ 바이럴 영상을 공개했다. 이외에도 동룡이가 착용한 까발로는 1980년 당시 대중적이었던 브랜드로 말표 운동화의 태화고무공업에서 탄생했다. 현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부잣집 도련님 정봉&정환의 나이키응팔의 쌍문동 벼락부자로 통하는 정봉(안재홍)과 정환(류준열)은 주로 나이키 제품을 착용한다. 나이키는 1986년 한국 나이키로 설립됐다. 특히 현재까지도 인기 많은 제품이 드라마 속에 등장하기도 했다.가장 보편적인 디자인인 정환이 신은 에어포스 올백 로우는 지금도 사랑받는 아이템이다. 하교 길에 동네 형에게 에어포스를 빼앗기고 새로 산 운동화 조던3 파이어레드는 조던 시리즈 중 인기가 높은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쌍문동 특공대, 덕선이의 아티스&타이거응팔 속 덕선(혜리)이 3년 간 아껴 신은 운동화 브랜드 아티스는 1983년 국제상사가 출시한 운동화 브랜드다. 아티스는 ‘아트란 바로 이것이다(Art this)’의 합성어로 현재는 아동화 브랜드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고등학교 3학년이 된 기념으로 엄마 일화에게 선물받은 브랜드는 호랑이가 등장해 포효하는 광고로 유명세를 탄 범표운동화, 타이거다. 범표 운동화를 만든 삼화고무는 1966년 ‘범표’를 상표로 등록해 인기몰이에 나섰고 1976년 영문명인 타이거로 상표를 변경했다. 이후 1980년대 수출 실적 1, 2위를 다투며 한국의 대표적인 신발 브랜드로 성장했으나 현재에는 자취를 감췄다.쌍문동 엄친아, 선우의 리복응팔 속에서 선우(고경표)는 리복의 CF를 따라했다. 1988년 리복은 이종원을 발탁하고 의자를 밟고 넘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의자를 향해 뛰어와 발을 의자 등받이 끝에 걸친 후 앞으로 쓰러지는 장면이 유명한데 마지막에 카메라를 보며 ‘리복’이라고 외치는 게 포인트다.르까프가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980년대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의 텔레비전 CF 중 이종원이 등장한 당시 리복의 CF를 응답자 48%가 선택해 1위에 뽑히기도 했다.조은애 기자 cho.eunae@joins.com 2016.01.08 09:00
연예

휠라, 90년대 NBA스타들의 농구화 재해석한 '헤리티지 BB라인' 출시

1990년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NBA 스타들의 농구화가 복고 열풍을 타고 올 가을 화려하게 부활했다. 스포츠 브랜드 휠라(FILA)는 90년대 NBA스타들의 농구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레트로 슈즈 컬렉션 ‘헤리티지(Heritage) BB’를 출시했다고 19일 밝혔다.NBA스타들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90년대, 프로선수들이 착용한 하이탑 농구화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었다. 당시 제리 스택하우스, 그랜트 힐, 케빈 존슨 등 NBA스타의 시그니처 제품을 제작해 큰 인기를 얻었던 휠라는 최근 레트로 트렌드(복고 열풍)에 맞춰 이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헤리티지 BB’ 컬렉션을 선보인 것.국내 출시에 앞서 미국에서 먼저 선보여 큰 호응을 얻은바 있는 이 ‘헤리티지 BB’ 컬렉션은 스파게티를 비롯해 The 95, The 96, KJ 7, The cage 등 총 5가지 스타일의 모델로 출시됐다.‘스파게티’는 ‘넥스트 조던’이라 불리던 제리 스택하우스의 시그니처 제품으로 95년 필라델피아 팀 소속 당시 착용했던 오리지널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했다. 스파게티면을 형상화한 듯한 갑피의 사선 컬러 포인트와 에어쿠션 밑창이 특징인 이 제품은 블랙, 네이비, 레드 총 3가지 색상으로 출시됐으며, 가격은 10만 9000원이다. ‘The 95’와 ‘The 96’은 1995년과 1996년 올스타전 팬투표1위를 기록하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던 그랜트 힐의 시그니처 제품이다. ‘코트 위의 신사’라 불렸던 그의 이미지에 맞게 화이트와 네이비 컬러로 깔끔하고 세련된 배색을 하고, 밑창 부분에 빈티지한 감성을 살려 ‘휠라’ 로고를 부각시킨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각각 11만 9000원, 10만 5000원이다. ‘KJ 7’은 ‘피닉스 선즈의 태양’이라 불리는 케빈 존슨의 시그니처 제품으로, 피닉스 선즈의 팀 로고를 반영한 듯 블랙과 레드 컬러의 날렵한 라인으로 포인트를 주고, 갑피에 케빈 존슨을 뜻하는 ‘KJ 7’로고를 새긴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10만 9000원. 이 밖에도 ‘The cage’는 93년 미국에서 농구화 라인으로 출시했던 The cage를 복각한 제품으로 블랙과 화이트 2종류로 출시됐으며, 가격은 10만 5000원이다. 휠라 관계자는 “올 가을에는 스포츠 슈즈도 레트로 트렌드의 영향을 받아 하이탑 슈즈가 유행할 것”이라며 “헤리티지 BB 컬렉션은 NBA스타에 열광했던 세대의 향수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스타일리시하고 유니크한 디자인이 10~20대에 소비자에게도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아정 기자 poroly@joongang.co.kr 2014.09.19 10:10
스포츠일반

이상민 “KBL도 제레미 린 같은 스타 필요하다”

'영원한 오빠' 이상민(40)이 프로농구 서울 삼성 코치로 돌아왔다. 은퇴 직후인 2010년 8월 가족과 함께 미국 유학을 떠난 지 21개월 만이다. 김동광 감독과 김상식 코치를 보좌하는 역할로 2012-2013시즌을 준비한다. 이상민은 미국 생활 동안 농구를 끊었다. 미국프로농구(NBA)를 가끔 TV로만 봤을 뿐이다. 가족과 함께 처음으로 '아빠' 역할을 제대로 하며 푹 쉬었다. 이상민은 10일 경기도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가진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온 지 3일 째다. 아직 얼떨떨하다"며 "나는 초보 코치다. 할 줄 아는 게 없다. 선수들과 가교 역할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며 웃었다. -은퇴 후 어떻게 지냈나. "2년 동안 정말 다 내려놓았다. 인터넷도 거의 안 했다. 미국에서 프로야구와 미식축구는 보러갔는데 농구장은 안 갔다. 그냥 잊고 살고 싶었다. 한국에 있는 친한 친구들과 가끔 연락하며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 "아침에 어학원에 다녀오면 오후 2~3시쯤 된다. 그때부터 아빠 역할을 한다. 아이들 학교에 데리러가고 밥도 같이 먹는 게 내 직업이었다. 그러다 보면 하루가 끝나있더라. 힘들더라(웃음). 미국 아버지들은 다 그렇게 사는 것 같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 -최극 NBA에 대만계 미국인 제레미 린(뉴욕 닉스)이 열풍이었다. 알고 있나. "경기장은 안 가봤지만 물론 알고 있다. 뉴욕 길거리에 린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아주 많다. 뉴욕의 농구 스타 카멜로 앤서니보다 유니폼 판매가 더 많았단다." -현지에서 홍보가 잘 된 것 같다. "그렇다. NBA도 마이클 조던 이후 스타가 없어 고민이 컸다. 하지만 린이 나타나니 제대로 마케팅을 하더라. 유명해지는 게 순식간이더라. 50달러 정도 하던 뉴욕 경기가 200달러까지 치솟았다고 들었다. 나도 한번쯤 NBA보려다가 비싸서 그냥 포기했다(웃음)." -실력이 그만큼 좋나. "동영상을 조금 봤는데 잘하더라. 패스 위주의 플레이보다 직접 득점을 하는 스타일의 가드다. 닉네임도 참 잘 지었다. '린세니티.' 한국도 스타 선수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어떤 선수를 눈 여겨 봤나. "KGC인삼공사의 김태술-박찬희-이정현이 아기자기하게 농구를 잘하더라. 외국인 선수 위주로 하기보다 자신들의 플레이를 하는 모습이 좋았다. SK 김선형도 스타 기질이 보인다. 그런 선수들을 널리 알려야 한다. 닉네임도 잘 붙이고 해서 홍보가 돼야 한국 농구가 발전한다." -'이상민 이후 농구 스타가 끊겼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나도 인터뷰 그만하고 싶다. 아직까지 내가 주목을 받는 건 썩 좋은 일은 아니다. 젊은 선수들이 주목받아야 한다. 아직까지도 이상민·문경은·우지원이 더 유명하다. 큰 일이다. 시즌 시작되면 인터뷰 그만해야 겠다(웃음)."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전체적인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 린과 같이 순식간에 열풍을 불러 오는 게 중요하다. 선수와 언론, 구단이 모두 노력해야하는 부분이다. 요즘 애들 보면 나와 다르다. 춤도 잘 추고 얼굴도 잘생겼다. 내가 선수 때 춤추라고 했으면 절대 안 했다(웃음). 요즘 애들은 시키면 다 하지 않나. 마인드가 좋다. 이런 친구들을 잘 활용해서 스타로 띄워야 한다." -스타 출신 코치로서 부담이 있을 것 같다. "처음 코치를 하는 거라 모르는 게 많다. 사실 하루하루 따라가는 것도 벅차다. 배우는 입장이다. 나보다는 선수들이 더 유명해졌으면 한다. 진심이다." 용인=김환 기자 hwan2@joongang.co.kr사진=김진경 기자 2012.05.11 09:11
스포츠일반

스포츠 세계를 바꾼 스티브 잡스

"내가 만일 애플의 최고경영자로서 더 이상 내 직무를 수행할 수 없고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는 날이 오면 여러분에게 가장 먼저 알리겠다고 항상 말해왔습니다. 불행하게도 바로 그날이 왔습니다." 지난 주 스티브 잡스의 퇴임사를 보며 슬픈 감정이 들었다. 문득 옛날 생각도 났다. 초등학교 5학년 때쯤이었다. 당시 하교할 때면 절친했던 친구 집으로 매일 달려가 함께 애플2 컴퓨터를 가지고 놀았다. '컴퓨터 있는 집'이 반에서 '최고 부자 집'으로 통했을 때다. 기자 역시 가장 갖고 싶었던 선물이 애플2 컴퓨터였다. 하지만 너무 비쌌다. 그후 언젠가부터 관심이 떨어진 사이에 애플은 어느덧 낙후된 이미지의 고물 컴퓨터가 됐다. 그리고 IBM이 컴퓨터 시장을 장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이름이 '애플'보다 훨씬 세련된 느낌을 줬다. 그런데 별 관심을 받지 못했던 잡스는 기업가 사상 'Greatest second coming'으로 불리는 컴백을 일궈내며 애플을 시가총액 세계 1위(현재 엑슨 모빌이 다시 1위) 기업으로 만들었다. '혁신적인' 기업으로 출발해 80년대 말들어 '후졌다'는 느낌을 줬던 애플.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최고의 수익을 올리는 IT 기업으로 드라마틱하게 부활한 스토리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고 기자 또한 그랬던 것 같다. 자신이 고용한 사람에게 해고를 당하는 굴욕을 맛봤던 그의 화려한 복수극에도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냈다. 사실상 최초의 퍼스널 컴퓨터부터 3D 애니메이션-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등으로 세계의 패러다임을 다섯 차례 바꾼 잡스. 그런데 그가 알게 모르게 또 하나의 세계를 바꿔놓았다. 바로 스포츠다. 기자가 한동안 잊혀졌던 애플의 위력을 다시 느끼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스테이플스센터서 레이커스 취재를 했을 때였다. 라커룸에 있던 선수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아이팟을 들으며 리듬에 맞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데 아이팟 열풍이 거세지자 NBA 사무국은 '아이팟 금지령'을 내렸다. 2004년 음악광으로 알려진 빈스 카터가 첫 번째 케이스로 걸렸다.그는 "난 음악을 들어야 경기에 집중이 잘된다"고 항변했지만 소용없었다. 사무국은 헤드폰을 낀 상태서 운동하는 것은 NBA 복장 규율에 어긋난다며 카터에게 경기 시작 20분 전부터는 아이팟을 구장에 아예 들고 오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런가 하면 아이폰은 스포츠 세계의 소통을 바꿨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3일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인들 사이에 가장 인기 많은 스마트폰 1위는 아이폰4. 2위는 아이폰 3GS라고 한다. 스포츠 스타들의 '아이폰 사랑'도 대단하다. 필 잭슨 전 레이커스 감독은 T-모빌 마이터치 광고모델이었음에도 아이폰을 사용하는 모습이 발각(?)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선수들이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의 근황을 바로 바로 알리게 된 것도 아이폰 덕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가장 큰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아이패드다. 특히 메이저리거들 사이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됐다. 블룸버그 스포츠의 '피치 리뷰(pitch review)' 앱 때문이다. 일반 팬은 살 수 없는 오로지 현역 메이저리거들만 살 수 있다. 종전까지 선수들은 클럽하우스에 들어가 비디오 분석가를 통해서만 자신의 타격이나 투구를 분석할 수 있었다. 구장 밖에서는 비디오 분석을 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올 시즌부터 '피치 리뷰'가 등장하며 모든 게 달라졌다. 그렇다면 피치 리뷰에는 뭐가 있길래 선수들이 난리일까. 예를 들어 추신수가 양키스 선발 CC 사바시아와의 대결을 앞두고 있다고 치자. 그러면 사바시아 사진만 누르면 추신수가 웨이크필드를 상대로한 통산 타석 성적과 비디오가 함께 뜬다. 추신수가 사바시아가 어떤 투구를 던졌을 때 잘 쳤는지 타격 모션을 상세하게 잡아준다. 주자가 1명일 때 사바시아의 투구 패턴 무사~2사 주자 만루 상황서 투구 패턴까지도 다 나온다. 또 자신과 비슷한 스타일의 타자가 나올 때 사바시아가 어떤 투구를 던지는 지까지도 비교분석해 준다. 현재 양키스의 닉 스위셔 카디널스의 앨버트 푸홀스 등이 즐겨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들은 계속 블룸버그 측에 피드백을 줘 정보가 계속 업데이트된다. 이쯤되니 아이패드가 메이저리그에서 어느새 필수품이 됐다. 뿐만 아니다. 프로 스포츠 최고의 이벤트인 수퍼보울 광고 세계를 뒤집어 놓은 것도 애플이었다. 1984년 명 감독 리들리 스캇의 애플 맥 광고는 영화를 방불케하는 스케일을 선보여 지금도 광고업계에서 자주 회자된다. 이젠 수퍼보울이 경기보다는 광고가 더 주목을 받는 이벤트로 변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모두 애플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이렇듯 세상을 들었다 놓았단 한 잡스가 받은 연봉은 달랑 1달러였다고 한다. 복귀 뒤 CEO서 사임할 때까지 그가 받은 돈은 14년 동안 14달러. 돈이 아닌 열정으로 움직인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참고로 스포츠 인물 가운데 잡스처럼 무료로 일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마이클 조던. 지난 2001년 워싱턴 위저즈에서 현역 복귀한 뒤 2년 동안 뛴 그는 연봉 전액을 9.11 테러 희생 가족을 위한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로스앤젤레스=원용석 중앙일보USA 기자 [won@joongang.co.kr] 2011.09.0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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