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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이순재, ‘청와대 방문’ 백일섭…‘꽃할배’ 전성기 모습은?
이순재(80)·신구(78)·박근형(74)·백일섭(69) 등 케이블 채널 tvN '꽃보다 할배-H4(할배4)' 멤버들의 인기가 거침없다. 특히 20~30대 여성들의 큰 관심을 받으며 '로맨티스트' '귀요미' 등의 별명까지 얻었다. 이순재는 항상 목적지를 향해 직진하는 모습으로 '진격의 순재', 백일섭은 끊임없이 불만을 늘어놓으며 '백심통'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신구는 짜증을 부리는 백일섭을 형님답게 어르고 달래는 모습으로 '구야형'이라는 캐릭터를, 박근형은 근엄한 모습과는 달리 가족들을 챙기며 '손자바보'의 면모를 보였다. 반면, 이들의 전성기를 지켜본 중장년층 시청자들에게는 대배우들의 집단 예능출연이 놀라움을 자아낸다. 반세기 이상을 한국 배우계의 산 증인으로 살아왔던 이들이기에, 예능 캐릭터로의 변신이 더욱 큰 재미를 선사했다. 그렇다면 꽃할배들의 젊은 시절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정치에 야심차게 도전하는가 하면(이순재), '연기 못하는 배우'로 찍히거나(박근형) 청와대에 연예인 최초로 초청되는 등(백일섭) 할배들의 화려했던 '꽃청년' '꽃중년'을 파헤쳤다. ▶이순재, '애정신 전문배우'부터 '14대 국회의원'까지서울대 철학과 54학번인 이순재는 젊은 시절부터 지적인 이미지로 명성을 날렸다. 1964년 동양방송(TBC) 전속 탤런트가 된 그는 '나도 인간이 되련다'(56) 이후 57년간 영화·연극·드라마를 합쳐 13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다. 특히 젊은 시절에는 문희·윤정희·남정임 등의 당시 최고의 여배우들과 애정신을 숱하게 찍었다. 1900년대 이후에는 MBC '사랑이 뭐길래'(91)와 '허준'(99)을 통해 큰 인기를 끌었다. MBC '지붕뚫고 하이킥'(07)에서는 '야동순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KBS 2TV '엄마가 뿔났다'(08), JTBC '무자식 상팔자'(12) 등에서는 다시 가장 역할을 맡아 쉴 새 없는 연기 변신을 꾀했다.이순재는 연기 뿐 아니라, 직업상으로도 끊임없는 변신을 보여줬다. 1988년 1000표 차이로 국회의원에 낙선한 그는, 1992년에는 14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1998년부터는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로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꽃보다 할배'에서도 자신의 인생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나영석 PD는 "이순재 선생님은 자신이 적극적으로 현지 언어와 문화를 알아보겠다는 의욕이 크다. 여행을 여가가 아닌, 새로운 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구, '애꾸눈 왜구'부터 '게맛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배역 소화신구는 1962년, 16세의 나이에 동랑 유치진의 연극 '소'에 출연하며 연기인생을 시작했다. '신구'라는 예명도 유치진에게 받았을 정도. 이후 1960년대에 동아연극상 남우주연상을 세 차례 수상했고, 1970~1980년대에는 최고 권위의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연기상을 네 차례나 수상했다. 이순재·박근형과는 달리 수더분한 외모 때문에 멜로 연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4월 tvN '피플 인사이드'에서 "한 번도 키스신을 찍어 본 일이 없다"고 털어놓았을 정도. 반면 그 덕에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연기파 배우로 이름을 날렸다. 영화 '홍의장군'(73)의 왜구,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92)의 담임선생, 드라마 '개국'(83)의 최영, '왕과 비'(98)의 양녕대군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다. '소망'(80)과 '사랑과 전쟁'(99) 등에서는 인자한 의사나 검사로 변신했다.80년대 중후반부터는 코믹한 이미지를 보여줬다. KBS 2TV '그러게 말야'(86), MBC '김치치즈스마일'(07) SBS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00) 등 드라마와 시트콤 뿐 아니라, 롯데리아 광고(02)에서도 "니들이 게맛을 알아?"라는 유행어까지 탄생시키며 화제를 모았다. 이순재와 '노년 코믹 연기'에서 쌍벽을 이룰 정도. 인자하면서도 코믹한 이미지는 '꽃보다 할배'에서도 이어졌다. 파리 개선문 앞에서 봉산탈춤을 추는가 하면, 에펠탑을 바라보며 "당대에 인정받지 못했던 작품들이 세월이 지난 후 가치를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우리 젊은이들도 새롭고 가치있는 일에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박근형, '바람맞은 알랭들롱' 혹은 '70년대 장동건'1963년 KBS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박근형은 '청춘의 덫'(78) '금남의 집'(83) '모래시계'(95) '대물'(10) '추적자'(12) 등 100여 편의 드라마와 50여 편의 연극, 6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젊은 시절 별명은 '바람 맞은 알랭들롱'. 시대를 앞선 조각 미모로 노주현·한진희 등과 경쟁했다. 지난해 KBS 2TV '승승장구'에서는 "젊은 시절엔 외모 때문에 나쁜 남자 역할을 자주 맡았다"며 "당시 한 여성팬이 스토커처럼 따라다녔다"고 털어놓았다. 1971년에는 이순재와 함께 출연료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방송국 측에서는 '연기 못하는 배우'라며 4년간 방송정지 처분을 내렸다.박근형은 '꽃보다 할배'에서 남다른 아내사랑을 보여줘 로맨티스트로 등극했다. 스위스의 한 성당에 들어가자마자 아내에게 보여주기 위해 카메라를 드는 가 하면, "아내가 암투병으로 5년간 고생했다. 아내가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손을 잡고 '너 죽으면 나도 따라 죽는다'고 말했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박근형 소속사 관계자는 "아내 분이 박근형 선생님과 고향 선후배 사이다. 선생님이 과거 세 번의 구애 끝에 어렵게 결혼 허락을 받은 것으로 알고있다"고 전했다. ▶백일섭, 청와대에 초청된 최초의 연예인백일섭은 1965년 KBS 공채 5기로 데뷔했다. MBC 개국작 '태양의 연인'(68)부터 '길'(81) '유심초'(91) '아들과 딸'(92) '제3공화국'(93) 등 드라마와 '사녀'(69) '별들의 고향'(74) '병태와 영자'(79) 등 다양한 영화에도 출연했다. 당시 '제11회 백상예술대상'(75) 남자최우수연기상, '제29회 백상예술대상'(93) 인기상을 수상하는 등 큰 인기를 누렸다. 2008년 KBS 2TV '상상플러스2'에서 "당시 방송국 엽서 인기 투표에서 3년간 1위를 기록했다"며 자랑하기도 했다.특히 백일섭은 청와대에 초청된 최초의 연예인으로 유명하다. 1967년에 육영수 여사의 초청을 받아 청와대를 방문했다. 그는 '상상플러스2'에서 "당시 방송국 국장이 '효자동쪽(청와대)에 잘못 한 거 있냐? 전화가 왔는데 내일 11시 반까지 앞에 대기하라고 했다'고 말하더라. 청와대에 도착하니 당시 퍼스트 레이디였던 육영수 여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마디 얘기를 나눈 뒤, 다른 방에서 박정희 당시 대통령을 만났다. 육영수 여사가 직접 고기를 썰어주기도 했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원호연 기자 bittersweet@joongang.co.kr 사진=KBS·MBC·SBS캡처, IS포토
2013.08.14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