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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50년 썼던 간판 버리고 수백억원 써서 사명 바꾸는 기업들

50년 전통의 익숙한 기업명을 뒤로하고 미래 방향성을 담은 새로운 사명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고객과 직원 등에게 친숙한 간판을 바꾸는 건 모험에 가깝다.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모험임에도 기업들이 사명을 바꿀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여다봤다. 현재 정체성과 미래 방향성, 그리고 차별화 9일 업계에 따르면 사업 범위 확장과 변경에 따라 사명이나 CI(기업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 기업들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특히 50년 이상의 기업들에게는 현재 정체성과 미래 방향성을 내포한 새로운 사명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사명을 바꾼 대표적인 기업은 HD현대다. 창립 50년을 기점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은 ‘HD현대’로 새롭게 태어났다. 지난해 3월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가 HD현대로 먼저 변경됐다. 이어 12월에는 비전선포식과 함께 현대중공업그룹의 공식 명칭이 HD현대로 바뀌었다. HD현대 사명에는 ‘인간이 가진 역동적인 에너지(Human Dynamics)로 인류의 꿈(Human Dreams)을 실현하겠다’는 의미가 함축됐다. 비전선포식에서는 기존 피라미드 형태의 삼각형에서 화살표 형태의 CI를 공개하면서 역동적인 포워드마크를 통해 변화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HD현대의 의지를 담았다. HD현대 관계자는 “과거의 CI는 범현대 기업 다수가 사용하고 있어 HD현대만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어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며 “제조업 이미지에서 벗어나 현재 기업의 정체성과 미래 방향성 등을 사명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롯데제과도 1967년부터 사용해오던 사명을 지난 4월 ‘롯데웰푸드’로 변경했다. 지난해 7월 롯데푸드와 합병한 뒤부터 새로운 사명을 고민했던 롯데제과는 소비자에게 웰빙과 웰니스가 연상되는 ‘웰(Well)’이라는 키워드에 종합식품기업 이미지를 위한 ‘푸드(Food)’를 사용했다. 제과는 과자와 아이스 등으로 한정 짓는 이미지가 있기에 합병 이후 새로운 정체성을 내포한 사명이 필요했다. 제과 사업뿐 아니라 간편식, 육가공, 유가공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향후 케어푸드, 기능성 식품, 비건푸드 등의 사업영역 확대까지 고려, 미래 방향성을 담은 롯데웰푸드를 낙점했다.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사명 검토에는 브랜드 전문가와 언어학자들이 참여해 확장성, 포용성, 간편성, 미래 지향성, 콘셉트 부합성 등 다양한 요소에 대해 상세하게 평가했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뜻이 직관적으로 보이며 기업이 추구하는 미래지향점인 웰니스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미래 세대와 글로벌 시장 호응 겨냥 롯데웰푸드는 사명 변경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하고 있다. 롯데제과의 영문명은 ‘LOTTE CONFECTIONERY’였다. 과자류를 뜻하는 ‘CONFECTIONERY’는 영어권에서도 잘 쓰지 않는 단어라 직관적으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평이다. 그렇지만 이번 합성어 ‘웰푸드’는 친숙하고 직관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사명이 부르기도 편하고 직관적이라 해외 클라이언트들의 반응이 나쁘 지 않다”며 “롯데웰푸드는 해외 법인들이 많기 때문에 외국인들과의 범용성을 고려하면 기업을 대표하는 직관적인 의미를 잘 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에너지(Energy)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결합한 ‘에너빌리티(Enerbility)’를 넣어 두산에너빌리티라는 사명을 정했다. 두산중공업이라는 무거운 이미지를 벗어내고 미래 방향성을 한껏 담은 사명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사실 조선과 같은 중공업이 아니라 가스터빈, 수소, 해상풍력, 소형모듈원전(SMR)을 핵심 성장사업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는 에너지 기업에 가깝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회사가 영위하는 사업의 본질적인 핵심 가치를 표현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에너지 기술로 인류의 윤택하게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사명 변경은 비용적인 측면과 적응기를 고려하면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각오해야 한다. HD현대의 경우 새로운 사명을 알리기 위해 수백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3월까지 약 3개월 간 TV·신문과 디지털 광고를 진행하며 새로운 사명 각인에 나섰다. 특히 디지털 광고로 디지털에 친숙한 MZ세대를 겨냥했다. HD현대 관계자는 “브랜드 이미지를 보다 친숙하게 만들고, HD현대의 글로벌기업과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런 미래 인재 유치를 위한 노력으로 인해 신입사원 모집 지원율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모집한 HD현대의 신입사원 지원율이 지난해 하반기 대비 67% 증가하며 MZ세대들의 호응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새 사명이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신입사원 모집에서 이전과는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중공업의 다소 보수적인 이미지가 아니다 보니 젊은 취준생들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 사명이 친숙하기까지 애로사항도 적지 않다. 아직 직원과 고객들의 입에 착 달라붙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의 경우 ‘현대+현대’를 붙인 말이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두산에너빌리티는 직관적이기는 하지만 길고 어렵다”고 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5.10 07:00
경제

현대중공업 정기선 3세 경영 시험대…상장·노조·신사업 과제 산적

전문경영인에서 오너가 체제로 회귀한 현대중공업이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도모하고 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가 3세 승계를 위한 발판을 다지고 있는 가운데 대우조선해양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되면서 경영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안정적 경영 승계 위한 산적한 과제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이 오너가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대표가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자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 대표에 오르며 전면에 나섰다. 3세 경영에 돌입한 현대중공업은 일단 실적에서 선방했다. 2020년 적자에서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1년 잠정 매출 28조1587억원, 영업이익 1조854억원을 공시했다. 2018년 지주사 전환 이후 최대 실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수주 목표를 52% 초과 달성하는 등 수주량 증가로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고 밝혔다. 안정적 승계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최대 주주는 정몽준 이사장으로 26.6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기선 대표는 5.26%를 보유 중이다. 지분 승계 작업을 위해서 자금 확보가 절실하다. 정 대표는 지분 가치 증대를 통해 경영 승계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현대오일뱅크와 현대삼호중공업의 상장이 열쇠가 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74.13%를 갖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한국조선해양의 대주주로 30.9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한국조선해양이 현대삼호중공업의 80.54%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구조다. 결국 올해 계획하고 있는 IPO(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정 대표의 지분 가치가 늘어나고 경영 능력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2012년, 2018년에 이어 세 번째 상장 도전이다. 이미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마친 상황이고 올해 상반기 내 증시에 입성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매출 20조6065억원, 영업이익 1조1424억원으로 흑자 전환하면서 IPO가 탄력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현대삼호중공업의 경우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중간지주사 현국조선해양이 상장된 상황에서 자회사 현대삼호중공업도 상장한다면 지주사 디스카운트에 빠질 우려가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별도 법인이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과는 다른 구조지만 증권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조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미 지난해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에서 노조 측에 패소해 6872억원을 충당금으로 설정했다. 현대중공업의 2021년 임금 협상도 지난 8월 시작했지만 6개월 가까이 별 진전이 없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오는 22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투쟁모드로 전환할 예정이다. 정기선 의외의 선택, 바이오 신사업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출범 50년을 맞았다. 정 대표는 지난 1월 처음으로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인 CES 2022를 찾아 새로운 50년을 위한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지주사 대표로 책임이 무겁고 역할을 깊게 생각한다”며 “여러 차례 어려운 위기를 겪으면서 차별화된 기술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기술 개발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대표는 자율운항기술과 친환경 선박, 수소밸류체인, 스마트 건설기계 등을 향후 중점적으로 개발할 기술 분야로 제시했다. 로봇과 인공지능(AI) 등도 현대중공업이 추구하는 미래 기술과 맞닿아 있다. 정 대표는 그동안 그룹의 미래위원회를 맡아 미래 신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여기에 종합중공업 그룹을 지향하는 현대중공업의 신사업으로 어울리지 않는 바이오 분야에도 힘을 주고 있다. 지난 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변동 현황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하는 암크바이오를 설립했다. 현대중공업이 운영하는 아산병원과 연계해 신약 개발 사업을 예상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의 바이오 사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아산재단과 카카오와 함께 의료데이터 회사인 아산카카오메디컬를 설립했다. 또 지난해에는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인 메디플러스솔루션을 인수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전에는 AI 의료 데이터 구축을 위한 바이오 사업에 가까웠다. 이번에는 헬스케어의 꽃인 신약 개발까지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바이오 행보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미래에셋그룹과 340억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해 디지털 헬스케어 바이오 분야의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육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원격 의료, 디지털 치료제, AI 기반 진단 등의 디지텔 헬스케어 분야와 바이오 신약 개발 분야의 유망 벤처를 선제적으로 투자해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다. 정 대표가 바이오 사업을 수소, 로봇, AI 등과 함께 신성장 동력 키워드로 꼽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GS와 CJ그룹 등도 최근 미래의 핵심산업으로 꼽히는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대중공업지주 관계자는 그룹의 바이오 사업과 관련해 “디지털 헬스케어·바이오 분야는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이다.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는 등 신사업 분야를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종합중공업 그룹을 표방하는 현대중공업이 신약 개발까지 나선다는 소식에 의외라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 심화로 중공업 사업에 집중해야 할 시기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연결고리가 떨어지는 바이오 사업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2.02.18 07:00
경제

'현대가' 현대차·현대중공업, 2022년 임원 승진 극과 극 행보

2022년 임원 인사에서 현대가인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극과 극의 모습을 보였다. 20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30대 그룹 중 내년도 정기 인사를 발표한 18개 그룹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승진 임원 수는 사장단 56명, 부사장 이하 1774명 등 총 1830명이었다. 이는 올해보다 304명(19.9%) 많은 수치다. 특히 사장단 승진 인원은 2018년 61명, 2019년 56명, 2020년 44명, 2021년 38명 등으로 최근 몇 년간 계속 감소해오다 2022년 인사에서는 56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분석 대상 18개 그룹 중 10개 그룹은 임원 승진 인원이 증가했다. 예년 대비 가장 많이 늘어난 그룹은 현대차그룹이다. 역대로 가장 많은 203명이 임원으로 승진했다. 계열사별로는 현대차 66명, 기아 21명, 현대모비스 17명, 현대건설 15명, 현대엔지니어링 15명 등이다. 이 가운데 3분의 1을 40대로 채워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로 이어졌다. SK그룹은 15개 계열사에 205명을 승진시키면서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큰 폭의 승진 인사를 했다. 승진 규모는 올해 사장단 4명·부사장 이하 103명 등 107명에서 내년에는 사장단 11명·부사장 이하 194명으로 늘었다. 롯데그룹은 승진 임원 수가 166명으로, 올해(86명)보다 80명(93.0%)이나 증가했다. 특히 사장단은 11명이 교체됐다. LG그룹의 2022년 임원 승진자는 180명(사장단 4명·부사장 이하 176명)으로 올해 177명(사장단 5명·부사장 이하 172명)과 비슷했다. 그러나 신규 임원 숫자가 118명에서 132명으로 늘어나면서 세대교체 폭은 커졌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대비 18명이 증가한 54명의 임원 승진이 있었다. GS그룹도 올해 대비 48.3% 늘어난 43명의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는 사장 승진이 없었으나 2022년도 사장단 인사에는 4명이 포함됐고. 부사장 이하에서는 39명이 승진했다. 18개 그룹 중 전년보다 승진 임원 수가 줄어든 그룹은 8개였다. 승진 임원이 가장 많이 감소한 그룹은 현대중공업그룹으로 올해 115명에서 내년 62명으로 53명 줄었다. 삼성그룹은 임원 승진이 425명에서 395명으로 30명 감소했다. 사장단 승진은 전년보다 1명 늘어난 10명이었으나 부사장 이하 승진은 31명 감소한 385명이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12.20 17:40
경제

'재해사망률 1위' 오명 현대가 기업, 중대재해법에 떨고 있나

‘현대가’의 경영 책임자들이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의 국무회의 통과로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제조·건설업 등에서 현대가 기업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산업재해사망률 1위 오명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HDC현대산업개발 등에서 중대 재해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일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업무상 사고와 질병을 포함한 산재 사망자가 매년 발생한 사업장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차 울산공장 등 28곳으로 집계됐다. 현대중공업에서 34명,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2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중대 재해에 따른 작업 중지 명령을 8차례나 받았다. 올해 5월에도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노동자 1명이 추락해 숨진 사고로 작업 중지 명령을 받는 등 ‘안전 불감증’이 심각하다.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규에 따라 노동부는 중대 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재해가 재발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린다. 기아차도 예외는 아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발생한 산업재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0대 제조업의 경우 현대중공업이 근로자 1만명당 재해자 수 비율 181.3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기아차가 재해자 수 비율 97.6명으로 2위에 올랐다. 현대차는 70.2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건설업도 재해가 많은 산업이다. 현대산업개발은 6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산업재해와 관련해 집중적인 타깃이 될 전망이다. 이날 권순호 현대산업개발 대표가 증인으로 채택됐고, 광주 ‘학동 재개발 붕괴 참사’에 대해 추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학동참사 시민대책위는 지난 6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에 대한 진실규명과 피해복구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최근 현대산업개발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 책임자에게 징역 1년 이상이 구형될 수 있다.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했을 때 처벌받는 법으로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다. 또 사망자가 아니더라도 직업성 질병자(화학적 요인에 의한 급성중독 포함 24개 항목)가 1년 이내 3명 이상이 발생하더라도 중대 산업재해로 규정된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경영 책임자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규정된다. 해석에 따라서 최종 책임자가 기업의 오너가가 될 수도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3세 경영에 나서고 있는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최종 책임자로 지목받을 수 있다. 만약 최대 주주가 최종 책임자라면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대상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최종 책임자가 될 수도 있다. 윤준병 의원은 "반복되는 산재 사망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근로감독체계 개선 및 안전보건체계 구축 등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10.05 07:00
경제

'수소협의체' 정의선·최태원·최정우 공동의장사 15개 회원사로 출범

한국판 수소위원회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Korea H2 Business Summit)'이 8일 닻을 올렸다. 현대차그룹과 SK그룹, 롯데그룹, 포스코그룹 등 국내 대기업 10곳을 포함해 총 15개 회원사가 참여하는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은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초기 출범 멤버인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공동 의장사를 맡기로 했다. 또 현대차그룹이 순번에 따라 회의체를 대표하는 첫 간사를 맡았다. 삼성과 범LG가 국내 대기업들이 대부분 참여해 수소경제 실현을 위해 협력할 전망이다. 이날 총회에는 정의선 회장과 최태원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정우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허정석 일진그룹 부회장, 구동휘 E1 대표이사, 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코로아 H2 비즈니스 서밋은 출범 전 삼성과 LG의 참여가 관심을 모았다. 범 LG가의 E1과 삼성그룹의 삼성물산이 회원사로 참여하면서 국내 4대 그룹이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가 됐다. 기존에 알려진 10개 회원사에 이수그룹, 일진, E1, 고려아연, 삼성물산이 포함되면서 총 15개 회원사로 출범했다. 기업 간 수소 분야 협력을 추진하고 수소 관련 정책을 제안하는 등 국내 수소경제의 한 축을 담당할 협의체의 등장으로 국내 수소 산업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의선 회장은 이날 총회에서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수소산업 생태계의 균형적인 발전이 늦었지만 우리 기업들이 전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만큼 못할 것도 없겠다는 자신감도 든다"며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이 개별 단위의 기업 경쟁력뿐만 아니라 기업, 정책, 금융 부문을 하나로 움직이는 역할을 해 수소산업 생태계의 완결성과 경쟁력을 높이고 수소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리딩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은 매년 9월 전 회원사가 참여하는 총회를 열어 주요 이슈와 현황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또 정기모임을 통해 기술, 정책, 글로벌 협력 등 분과별 중점 협력과제를 선정하고 세부 추진방안도 도출할 예정이다. 매년 상반기에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투자금융사 등을 대상으로 정기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해 국내외 투자자들을 초청, 수소 관련 투자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글로벌 주요국은 자국의 탄소중립 달성과 미래 먹거리 발굴, 글로벌 수소 패권 확보를 위해 국가수소전략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수소 관련 투자를 적극 늘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204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내용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2019년 1월 선보였다. 하지만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지리적 여건이 불리하고 수소 산업 대부분이 활용 분야에 집중돼 균형 있는 발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은 공급, 수요, 인프라 영역의 다양한 기업 간 협력을 촉진하고 가치사슬 전후방의 불확실성을 효과적으로 줄여나가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은 해외수소 생산·운송 영역으로 진입해 주도적이고 안정적인 수소 공급망 확보에 주력하고, 차세대 수소 핵심기술 조기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또 대정부 정책 제안도 도출할 예정이다. 정 회장 등 이날 총회에 참석한 15개 회원사 최고경영자와 기업 대표들은 총회를 마치고 이날 개막한 수소모빌리티+쇼 행사장을 둘러봤다. 올해 수소모빌리티+쇼에는 주빈국 스웨덴을 포함해 전 세계 12개국 154개 기업과 기관이 참가해 나흘간 수소 모빌리티와 수소 충전 인프라, 수소에너지 분야의 제품과 기술을 선보인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09.08 12:42
생활/문화

'취임 1주년' KT 구현모, 주가 3만원 찍고 미래 사업 '돌격 앞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구현모 KT 대표가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전환에 속도를 낸다. 최근 발표한 콘텐트 사업 투자에 이어 스마트 물류와 바이오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2025년까지 비통신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구현모 대표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39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서비스 매출, 이익, 순이익 성장을 달성했으며,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확대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도 최선을 다했다"며 "올해는 본격적인 디지코 관련 사업 확장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기업가치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KT는 정관에 2개의 목적 사업을 추가했다. 디지털 물류사업을 위한 '화물운송업 및 화물운송주선업'과 빅데이터·클라우드 기반의 바이오 정보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의료기기의 제작 및 판매업'이다. KT는 지난해 현대건설기계와 무인지게차 대상 5G 기반 원격관제 플랫폼, 인공지능(AI) 음성제어 솔루션, 영상 및 증강현실(AR)을 통한 유지·보수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같은 해 11월 KT와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능형 로봇, 물류 플랫폼 혁신 사업 협력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에서 무인지게차를 시연했다. 양사는 이렇게 축적한 경험치를 바탕으로 창고관리시스템(WMS), 생산관리시스템(MES)에 이르는 물류 솔루션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이끈다. 또 KT는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과 각 60억원을 공동 출자해 AI, 빅데이터를 적용한 감염병 대응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로밍 등 통신 데이터를 활용해 감염병 확산 경로 예측하고, 환자의 감염병 증상 데이터를 수집해 연구를 뒷받침하는 플랫폼을 만든다. KT 관계자는 "목적 사업 추가 이후 실제 사업 추진에 대한 부분을 열어두고 진행한다"고 말했다. 앞서 KT는 향후 3년간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오리지널 콘텐트 30개 이상을 제작하는 콘텐트 사업 투자 계획도 공개한 바 있다. 중간지주사 성격의 KT 스튜디오지니가 사업을 총괄하며, 올레 tv, 시즌, 스카이라이프, 지니뮤직 등 콘텐트 유통채널을 총동원해 경쟁력을 끌어올린다. 연간 7000억건에 달하는 시청자 데이터로 만든 흥행 예측 모델도 도입한다. 구 대표는 미디어 사업 전략과 관련해 "오리지널 콘텐트 보유 여부가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콘텐트 사업 환경이 변하고 있으며, 한류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기회도 열려있다"며 "KT는 원천 IP(지적재산권) 확보, 제작, 유통 등 가치사슬을 보유했다. 빅데이터와 AI 기술력, 가입자 기반도 차별화된 경쟁력이다"고 말했다. 구현모 대표의 사업구조 재편 노력에 시장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구 대표가 공식 취임했던 2020년 3월 30일 KT의 주가는 1만9700원이었는데, 지난 26일 종가 기준 2만8300원까지 올랐다. 단기적 주가 목표치인 3만원을 넘어서며 취임 1주년 축포를 쏘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증권가에서 제시한 KT의 목표 주가는 3만원 중반대다. 구 대표는 "디지털 플랫폼은 수요와 공급 양쪽을 이어 수익을 내는 개념"이라며 "대표적으로 미디어 사업과 IDC(데이터센터)·클라우드가 있다. IPTV 플랫폼은 올해 2조원의 매출이 전망된다"고 했다. 이어 "디지털 플랫폼 사업 분야에 시장의 수요가 많으며, 금융·유통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전환 니즈가 많다"며 "2025년까지 디지털 플랫폼 사업 비중을 50%까지 높여 회사 성장을 이끌 것이다"고 강조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1.03.29 11:56
경제

[CEO 이모저모] 정의선 화훼농가 돕는 플라워 버킷 챌린지 동참 外

정의선 화훼농가 돕는 플라워 버킷 챌린지 동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5일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화훼농가를 돕는 릴레이 캠페인인 '플라워 버킷 챌린지'에 동참했다. 전국 145개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쉼터에 공기정화 식물을 전달했다. 조현상 효성그룹 총괄사장의 지명을 받아 챌린지에 참여한 정 회장은 그룹 SNS 채널에서 "사옥 인근에는 대형 화훼시장이 있는데 예전보다 손님의 발길이 많이 줄어든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며 "화훼농가를 돕기 위한 좋은 취지의 '플라워 버킷 챌린지' 릴레이에 함께하게 돼 진심으로 기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플라워 버킷 챌린지'의 다음 주자로 최근 현역 은퇴를 선언한 축구선수 이동국을 지명했다. 이동국이 속한 전북 현대의 구단주이기도 한 정 회장은 지난 1일 이동국의 은퇴 경기를 찾아 끝까지 관람했다. 이동국의 은퇴식에서 기념패와 2021년형 신형 미니밴 교환권을 직접 전달했다. 최태원·박용만·손경식 등 코로나 음성 판정…재계 안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에 조문 갔던 재계 총수들이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4일 받은 코로나 검사 결과에서 음성 판정을 통보받고 5일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전날 방역 당국의 '10월 26일 장례식장 방문자 검사 요망' 안내 재난 문자를 받고 방역 지침에 따르기 위해 일찌감치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역시 4일 오전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자택에서 대기했으나 저녁 무렵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5일 코로나 음성 결과를 통보받고 외부 행사 등 기존에 예정됐던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과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 등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2020.11.06 07:00
경제

대기업 총수들의 '보름달 같은' 자식 사랑

자식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다. 자식들은 부모가 정성껏 준비한 마음을 두 손 가득 들고 귀경하는 모습이 대표적인 한가위 풍경이다. 대기업 오너들의 자식 사랑도 마찬가지다. 다른 게 있다면 경영 승계라는 엄청난 부와 명예를 물려준다는 점이다. 추석 연휴를 맞아 대기업 총수들의 ‘보름달 같은’ 자식 사랑을 들여다봤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코로나19 여파로 호텔 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음에도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호텔 5곳을 새로 개장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내달 그랜드 조선 부산을 시작으로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명동, 그랜드 조선 제주, 그래비티 서울 판교,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을 연이어 개장한다. 2018년 독자 브랜드 호텔인 레스케이프를 출범시킨 정 부회장은 최근 호텔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레스케이프를 웨스틴조선 호텔과 함께 신세계그룹을 대표하는 부티크 호텔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구상 전반에 아들에 대한 사랑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정 부회장과 전 부인인 고현정 씨와 사이에서 태어난 첫째 아들 해찬 씨가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찬 씨는 지난 2018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한 달간 현장 실습에 참여하기도 했다. 호텔 사업이 업황 위축으로 5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정 부회장은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에 2400억원을 투자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의 확장세로 보면 호텔 사업이 향후 신세계그룹의 경영 승계 작업의 초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호텔은 그룹 전체 사업 전반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재벌 2·3세들이 선택하는 ‘경영수업 코스’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근 SNS에 소탈한 일상을 공개하며 주목받고 있는 정 부회장은 자상한 아빠로도 정평이 나 있다. 2018년 플루트를 연주했던 딸 해인 양을 응원하기 위해 클래식 공연장에 해찬 씨와 함께 방문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 가족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의 장이었던 ‘작은 신의 아이들’ 공연을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찬 씨와 해인 양은 둘 다 미국 유학 생활을 하고 있으며 방학 때마다 한국을 찾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역시 ‘최연소 재계 임원’을 달아줄 만큼 아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2013년 유학 후 복귀한 지 1년 만에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상무로 승진했다. 정 이사장은 전문경영인의 도입하며 물러났지만 아들의 경영승계를 위해 현대중공업은 오너경영 체제로 바뀌는 추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경영 승계 구도를 마무리하는 모양새다.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부사장이 28일 한화솔루션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올해 1월 통합법인 한화솔루션의 출범과 함께 전략부문장을 맡았던 그는 태양광 사업 실적을 바탕으로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자식 사랑이 유별난 김 회장은 셋째 아들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을 응원하기 위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경기를 직접 관람하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남 2녀가 모두 SK 계열사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SK하이닉스·SK바이오팜·SK E&S 등 자녀들은 그룹의 핵심 사업군에 배치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자식들에게 재계 1위 기업 경영자라는 무게감을 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아들과 딸의 경영 승계는 없다고 공식화했다. 1남 1녀를 둔 이 부회장은 어릴 때부터 야구경기를 함께 관람하거나 자녀들의 학예회, 발레 공연 등을 찾으며 애정을 드러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09.29 07:00
경제

'가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3중고' 난제 해결할 수 있을까

현대중공업이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오너경영 체제로 바뀌고 있다. 그 중심에는 현대중공업지주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있다. 정 부사장은 최근 현대중공업지주의 얼굴로 전면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는 현대중공업지주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7월 결혼하고 가정까지 꾸린 정 부사장은 진정한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 앞으로 현대중공업가의 '가장' 역할도 잘 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우선 현대중공업이 겪고 있는 ‘3중고’를 타개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수주 가뭄, 하도급 갑질, 임단협 협상과 관련해 난항을 겪고 있다. 3중고를 헤쳐 나갈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야 하는 시점이다. 정 부사장은 해외유학 등을 마치고 현대중공업에 복귀한 2013년에 경영기획팀 선박영업부 수석부장을 맡았다. 복귀 1년 만에 현대중공업 사상 최연소 임원이 됐고, 재계에서 가장 어린 임원이라는 타이틀도 얻으며 힘을 받았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회사의 체질 개선뿐 아니라 젊고 역동적 조직을 만들기 위해 능력 있는 리더를 발탁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정 부사장의 ‘고속 승진’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가삼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가 선박영업을 총책하고 있다고 하지만 정 부사장은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로 수주 실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 있다. 정 부사장은 멘토인 가 대표와 함께 그룹의 운명을 걸고 영업 최전선을 누비고 있는 셈이다. 조선해운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선박 발주량은 575CGT(269척)으로 10년 내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수주 절벽에 몰리고 있다. 전년 동기 42%나 감소한 수준이다. 이로 인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은 연내 수주 목표치를 10~20% 수준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하반기에 두드러진 수주 계약을 맺지 못한다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 조선업의 수주잔량도 1914만CGT로 충분치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정 부사장은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성과를 끌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도급 갑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씻어내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해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9억7000만원이라는 역대 최고액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기술탈취를 통해 피해를 준 것으로 나타났지만, 현대중공업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법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세계 조선산업을 이끄는 글로벌 리딩업체로 공정한 미래를 그리기 위해서는 그동안 만연했던 ‘하도급 갑질’에서 벗어나 상생하는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사 갈등도 문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5월부터 임금 및 단체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해를 넘기고 모두 62차례가 넘는 실무교섭과 본교섭에도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노조는 여름휴가가 끝나는 17일 이후 강경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선박 건조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부사장이 그룹의 차세대 리더로서 원만한 협상을 끌어내는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08.14 07:00
경제

현대중공업의 사내이사 후보 4일 만에 변경된 이유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지주가 4일 만에 사내이사 후보를 변경했다. 이례적인 조치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는 조영철 한국조선해양 부사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내정했다가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변경했다. 조 부사장의 자필서명까지 받은 상황에서 갑자기 가 사장으로 교체된 셈이다. 가 사장이 현대중공업지주와 한국조선해양 2곳의 사내이사 후보에 오른 건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한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심복인 가 사장은 현재 대우조선해양 합병의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에 가 사장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가 사장이 사내이사가 되면 대우조선해양 합병 마무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한국조선해양이 제출한 기업결합 신고의 본심사가 시작됐다. 심사 지연 전망이 우세했던 일본에서 본심사가 진행되고 있고, 유럽연합(EU)도 최근 심사에 돌입했다. EU 반독점위원회는 지난해 '양사의 합병은 글로벌 시장의 점유율 20%' 상회로 선박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예비심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EU의 승인 여부가 합병의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은 심사대상국 6개국 모두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현재 카자흐스탄만 승인 결정을 내렸다. EU·한국·일본·중국·싱가포르에서 승인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지난달 28일 진행됐던 현대중공업지주 이사회는 “가 사장은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로 역임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그룹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후보 내정 이유를 설명했다. 가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은 경영권 승계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가 사장은 정 이사장이 대한축구협회 회장직을 수행할 때도 가장 가까이에서 보필해왔다. 또 정 이사장의 아들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의 ‘경영 멘토’이기도 하다. 가 사장과 정 부사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선후배 관계다. 가 사장은 현대중공업의 흑자전환을 견인하는 등 정 부사장이 그룹 입지를 다지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정 부사장은 그룹 경영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가 사장이 정 부사장의 경영 승계를 본격적으로 도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지주와 주주총회는 각각 24, 25일 열린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03.0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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