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명품 해외 여행을 가다 ⑩] 일본 유후인, 예술 즐기려다 온천 ‘풍덩’
일본 규슈(九州)의 작은 온천마을 유후인(由布院). 한국에도 익숙한 이름이지만, 유후인 온천의 역사는 40년이 채 안 된다. 그런데도 유후인은 일본의 온천마을을 대표한다. 지난해에만 340만 명이 유후인을 방문했다. 일본인에게 가장 가고 싶은 온천 여행지를 물을 때도 유후인은 늘 1위로 꼽힌다. 특히 여성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다. 이유가 뭘까. 유후인의 성공 신화는 의외로 사람과 관련이 있다. ▶산골 마을에서 온천 관광지로 유후인은 온천 마을이다. 유후인 온천은 835개 원천(源泉)에서 1분에 4만2000ℓ가 쏟아져 나온다. 일본에서 용출량이 두 번째로 많지만, 온천의 역사는 의외로 미미하다. 일본 천황이 머물렀다거나 에도 시대 누가 병을 치료했다거나 하는, 흔한 이야기 하나 전해 내려오지 않는다. 규슈 지도를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유후인은 규슈 오이타(大分)현의 외진 산촌이다. 인구도 1만1000여 명에 불과하다. 동서 8㎞ 남북 22㎞의 타원형 분지로, 유후다케(由布丘ㆍ1584m)를 비롯한 1000m가 넘는 산줄기가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유후인 마을의 평균 고도는 해발 470m다. 그래서 개발이 어려웠다. 수량은 일본에서 손꼽힐 정도로 풍부했지만, 유후인은 워낙 깊은 산 속에 박혀 있었다. 1955년 오이타현은 행정구역을 조정하면서 유후인 분지 안에 흩어져 있던 마을을 통합했다. 그때 지금의 유후인이 형성됐다. 당시 유후인 초대 정장(町長. 우리나라의 면장)으로 36세 이와오 히데카즈(岩男額一)가 당선됐는데, 그가 유후인 성공 신화를 이끈 주인공이다. 1975년 규슈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이와오 정장 중심으로 마을재건위원회가 결성됐다. 그 시점부터 본격적인 온천 개발이 시작됐다. 유후인의 선택은 ‘개발 아닌 개발’이었다. 유후인 주민이 정한 ‘정감 있는 마을 만들기 조례’에 따라, 마을에 들어서는 건물은 고도와 규모의 제한을 받았다. 단체 관광객은 받지 않았고, 유후인 마을에서 생산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도록 했다. 호텔ㆍ골프장 같은 대형 레저시설은 애초부터 불허되었고, 60실 이하의 료칸(旅館)만 허가했다. 유후인에 들어선 모든 건물이 높이 11m를 넘지 못하게 한 건, 마을 어디에서나 유후다케가 보이게끔 하기 위한 조치였다. ▶유후인을 여행하는 방법 지금 유후인에는 30개가 넘는 미술관이 있고, 해마다 5월엔 영화제가, 7월엔 음악제가 열린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가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이 ‘이웃집 토토로’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작품을 유후인을 배경으로 제작한 것도 유후인에 흐르는 문화 예술의 정서 때문이었다. 유후인 음악제는 75년에, 그리고 영화제는 76년에 처음 개최됐다. 유후인에는 아직도 메이지 시대 양식의 가옥이 들어서 있고, 특색 있고 예쁜 상점이 늘어서 있다. 테디베어만 파는 가게, 잼만 파는 공방, 요괴만화 캐릭터 상품만 파는 가게, 66세 어르신이 40년 가까이 비엔나 커피를 내리고 있는 작은 카페도 있다. 시간이 멈춰 있는 듯한 풍경, 유후인이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은 마을인 이유다. 유후인은 ‘오래된 마을’처럼 꾸민 새 마을이다. 유후인에는 료칸이 140여 개 있다. 유후인 료칸 중에서 30여 개가 온천탕을 별도로 운영한다. 료칸이 숙박과 온천, 그리고 가이사키(會石)라 불리는 일본식 만찬을 즐기는 고급 온천여행이라면, 온천탕은 온천욕만 하고 나올 수 있는 대중 목욕탕이다. 유후인에서 료칸이 보통 1박에 2만엔(약 28만원) 안팎이면 온천탕은 500∼770엔(약 7000∼1만원)이다. 당일 여행도 가능하다. 이럴 경우 짐을 유후인 역에 맡길 수 있다. 자전거 대여소에서도 짐을 맡아주는데 가방 1개에 150엔(약 2000원)을 받는다. 1시간에 200엔(약 3000원)을 주고 자전거를 빌려 유후인을 돌아다닐 수 있고, 1시간에 3900엔(4인 기준, 약 5만6000원)을 주고 택시를 대절해 관광할 수도 있다. 규슈(일본)=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여행정보=국내 여행사 대부분이 유후인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그 중에서 여행박사(tourbaksa.com)에만 유후다케 트레킹 패키지 상품이 있다. 2박3일. 59만9000원(공항세와 유류할증료 별도). 유후인 료칸에서 1박을 하는 자유여행 상품(2박3일)은 25만9000원(공항세와 유류할증료 별도). 070-7017-2143.
2012.04.11 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