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PO 2] 페디 말리고 후배 따라 슬릭백 챌린지까지, 박민우 “제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31일 KT 위즈와 NC 다이노스의 플레이오프 1차전. 5회 말 도중 NC 선발 투수 에릭 페디가 돌연 화를 내며 구심 쪽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더 이상 가지 못했다. 뒤에서 재빠르게 달려온 박민우가 페디를 말리면서 상황이 정리됐다. 박민우 덕분에 안정을 찾은 페디는 이날 6회까지 12개 탈삼진을 몰아치면서 승리 투수가 됐다. 이튿날 만난 박민우는 “당연히 해야 했던 일,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나”라며 미소지었다. 그는 “우리 팀의 에이스 아닌가, 괜히 (흥분해서) 우리 팀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안되니까 진정하라고 이야기했다. 내야진 중에 나 말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 (오)영수나 (김)주원이, (서)호철이가 할 순 없지 않나”라며 웃었다. 젊은 후배들을 이끄는 것도 박민우가 해야 할 일이다. 플레이오프 1차전뿐만 아니라, 올 시즌 NC의 내야진은 영건들 일색이다. 1차전 선발 기준으로 1루수와 2루수, 유격수, 3루수 네 선수의 나이는 도합 101세·평균 25세다. 이 중 박민우가 유일한 30대고, 모두 20대 초반 선수들이다. 가을야구 경험도 박민우만 있다(39경기). 자연스레 박민우가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박민우는 “어차피 애들이 내 말 안 듣는다”라고 웃으면서도, “이제까지 선배들에게 보고 배운 걸 그대로 따라하는 것뿐이다. (손)시헌 선배를 비롯해 많은 선배께 배웠고, 내가 또 후배들에게 똑같이 하면서 좋은 팀문화가 되물림 되는 것 같다. 팀의 미래에 있어서도 좋은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유행하는 ‘슬릭백 챌린지’까지 따라하면서 어린 선수들과 잘 융화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박민우가 밝힌 ‘슬릭백 챌린지’ 능력자는 최정원과 김주원이다. 박민우의 ‘리더십’은 포지션이나 국적도 가리지 않는다. 번트를 대던 제이슨 마틴을 보고 “넌 4번 타자다. 번트 대면 안된다”라고 말한 일화도 유명하다. 박민우는 “이런 건 외국인 선수가 먼저 다가오기보단 우리나라니까 우리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이 더 편하게 팀에 적응할 수 있다. 외국인 선수에게는 좀 더 가깝게 다가가려고 한다”라며 활짝 웃었다.
NC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원클럽맨 박민우의 리더십으로 NC는 2년 만에 가을야구에 복귀,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5연승을 달리며 승승장구 중이다. 30일 KT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잡아내며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 78.1%도 잡았다. 한국시리즈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밟았다. 하지만 박민우는 “지금은 한국시리즈를 바라보진 않는다. 우리는 진짜 한 경기 한 경기 즐기면서 열심히 하고 있을 뿐이다”라며 플레이오프에 나서는 각오를 전했다. 수원=윤승재 기자
2023.10.31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