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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어렵다 어려워' 너클볼은 왜 자취를 감췄을까

올해 가장 화젯거리인 구종은 스위퍼(Sweeper)이다. 변형 슬라이더 일종인 스위퍼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에서 오타니 쇼헤이가 마이크 트라웃(이상 LA 에인절스)을 헛스윙 삼진 처리한 결정구로 화제가 됐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선 스위퍼를 하나의 구종으로 인정, 현재 공식적으로 집계까지 한다. MLB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이번 시즌 스위퍼를 던진 빅리그 투수는 136명에 이른다.스위퍼와 대척점에 있는 구종을 꼽으라면 너클볼(Knuckleball)이다. 지난해 MLB에 공식 집계된 너클볼은 총 19개. 공교롭게도 19개 모두 야수(어니 클레멘트·잭 메이필드·프랭크 슈윈델)가 기록했다. 승부가 크게 기운 상태에서 마운드에 오른 야수들이 쇼맨십 차원에서 던진 게 전부였다. 그런 면에서 지난 25일(한국시간) 매트 월드론(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MLB 데뷔전은 흥미로웠다. 이날 워싱턴 내셔널스를 상대한 월드로의 투수 수 62개 중 13개(21%)가 너클볼이었다. 미국 CBS스포츠는 '월드론이 2021년 미키 자니스(당시 볼티모어 오리올스) 이후 처음으로 빅리그 너클볼러가 됐다'고 전했다. 2021년 스프링캠프에서 동료 투수들과 장난삼아 던진 몇 개의 너클볼이 월드론의 야구 인생을 바꿨다. 미국에선 너클볼의 명맥이 이어졌지만, KBO리그에선 아니다. 2019년 채병용(전 SK 와이번스)이 은퇴한 뒤 자취를 감췄다. 채병용은 2013년 가을 미국 애리조나 교육리그에서 가이 콘티 전 뉴욕 메츠 불펜 코치를 만나 너클볼을 연마했다. 전문 너클볼러는 아니었지만, 투구 레퍼토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무기'로 활용했다. 외국인 투수로 너클볼을 던진 크리스 옥스프링과 라이어 피어밴드(이상 전 KT 위즈)도 비슷했다. 축구의 무회전 킥과 비슷한 너클볼은 회전 없이 날아가면서 공기 저항에 따라 흔들린다. 구속이 느려도 공략이 까다롭다. 생소한 만큼 잘만 구사하면 효과적이다. 너클볼은 어깨나 팔꿈치에도 거의 무리가 가지 않는 구종이만, 프로야구 현장에선 '수요'가 거의 없다. 이유는 뭘까. 너클볼은 손가락 관절(Knuckle)을 구부린 채 손가락의 힘만으로 밀어 던져야 한다. 윤희상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너클볼은 투구 메커니즘이 공을 미는 동작이다. 팔을 휘둘러야 하는 (다른 구종의) 동작과 다르다"며 "너클볼을 구사하려면 (다른 구종과 섞는 게 아니라) 너클볼 위주로만 던지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김경태 LG 트윈스 코치는 "팔 스윙은 똑같은데 (너클볼은) 마지막 단계에서 공을 강하게 민다. 손가락 관절을 구부리는 각도가 중요하고 그만큼 손톱도 강해야 한다. 만약 손톱이 약하면 공에 회전이 걸려버린다"며 "직구나 슬라이더는 공을 눌러줘야 하는데 너클볼은 반대로 손가락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2008년 영상을 찾아보면서 집중적으로 너클볼을 연마했다. 2009년 LG에서 방출당한 뒤 너클볼을 무기로 일본 독립리그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독립리그에서 기록한 너클볼 최고 구속은 114㎞/h였다.너클볼은 나비가 춤추듯 날아간다고 해서 '버터플라이(나비)'라고 부른다. 관건은 나비를 제어하는 능력이다. 너클볼 궤적에 맞게 투구 자세도 바꿔야 한다. 김경태 코치는 "국내에선 지도자들이 (너클볼을) 선호하지 않는 거 같다. 너클볼을 전문적으로 던지는 투수가 나오면 전담 포수가 있어야 한다"며 "(너클볼은 구속이 느린데) 미국과 다르게 뛰는 야구가 많은 리그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전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06.28 12:06
야구

꿈꾸는 KIA, 왼손이 든든해

‘왼손 파이어볼러(강속구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 야구계에 전해져 내려오는 유명한 속설이다. 그만큼 강속구를 던지는 왼손 투수가 긴요하다는 뜻이다. 지난해 하위권(9위)에 머물렀던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왼손 투수 트로이카를 앞세워 도약을 노리고 있다. 2017년 최우수선수(MVP) 양현종(34), 지난해 신인왕 이의리(20)와 외국인 투수 션 놀린(33·미국)이 그 주인공이다.KIA는 해태 시절부터 왼손 투수가 많지 않은 편이었다. 선동열, 조계현, 이강철, 이대진, 윤석민 등 간판 투수 대부분이 우완이었다. 창단 이후 39년 동안 두 자릿수 승리를 한 번이라도 기록한 왼손 투수는 딱 3명이다. 신동수가 두 번(1991, 92년), 김정수가 한 번(93년) 10승을 넘겼다. 나머지 한 명이 양현종이다. 2007년 데뷔한 양현종은 무려 9차례나 10승 이상을 따냈다. 2014년부터는 7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거두면서 기록을 이어갔다.양현종은 지난해 미국으로 떠났다. 메이저리그(MLB)에서 뛰겠다는 일념으로 스플릿 계약을 맺었다. 연봉 손해까지 감수했지만, 그의 도전은 아쉽게도 실패로 돌아갔다. 12경기에 나와 3패에 그치면서 평균자책점 5.60을 기록했다. 어렵게 선발 기회를 잡았지만,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1년 만에 돌아온 양현종은 일찌감치 KIA 복귀를 결정했다. 계약조건을 놓고 줄다리기를 했지만, 결국 4년 총액 103억원(계약금 30억원, 연봉 25억원, 옵션 48억원)에 사인했다.양현종은 미국 진출 직전인 2020시즌엔 11승 10패, 평균자책점 4.70에 그쳤다. 평균자책점 1위(2.29)에 오른 2019년과는 대조적이었다. 볼넷이 급격하게 증가(9이닝당 1.61개→3.34개)한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양현종의 구위나 구속은 여전하다. 지난 시즌 미국에서 뛸 때도 평균 구속은 90마일(약 145㎞)이었다. 신임 김종국 KIA 감독은 “양현종이 합류하면서 국내 투수진이 안정됐다”고 밝혔다.양현종이 없는 사이 KIA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1985년 이순철(외야수) 이후 무려 36년 만에 신인왕을 배출했다. 주인공은 광주제일고를 졸업한 1차 지명 신인 이의리였다. 이의리는 지난해 19경기에서 4승 5패 평균자책점 3.61을 기록했다. 발목 부상으로 시즌 후반엔 등판 횟수가 적었지만, 기록은 화려했다. 9이닝당 삼진(8.84개·10위), 피안타율(0.204·1위), 피OPS(피출루율+피장타율, 0.607·6위) 모두 리그 최상위권(100이닝 이상 선발투수 기준)이었다.이의리 역시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투수다. 힘 있는 포심패스트볼과 비슷한 궤적에서 떨어지는 체인지업의 조합이 위력적이다. 팔 스윙이 빨라 타자가 대처하기 힘들고, 회전수(최고 초당 2380회)도 높아 좀처럼 강한 타구를 허용하지 않는 능력을 갖췄다.요즘 서울에서 개인 훈련 중인 이의리는 “발목은 이제 전혀 문제가 없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가장 큰 목표는 부상을 당하지 않고 풀시즌을 소화하는 것이다. 이의리는 “안 다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현재 선발 보직이) 제 자리가 아닌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이의리는 양현종의 후계자로 꼽히지만, 정작 두 선수는 아직 만난 적이 없다. 지난해 입단한 새내기 이의리는 아직 양현종을 직접 만날 기회가 없었다. 이의리는 “모든 면에서 아직 배울 게 많다. 지난해 프로에 데뷔한 첫 시즌을 보낸 신인인데 현종 선배님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라며 “나란히 이름이 거론되는 것조차 부담스럽다”고 했다. 후배 투수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걸 좋아하는 양현종과의 만남이 이의리에겐 발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의리는 “지난 시즌 마운드에 오른 모든 순간이 재밌었다”며 올 시즌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KIA의 마지막 왼손 비밀병기는 올 시즌 첫선을 보이는 외국인 투수 놀린이다. KIA는 그동안 외국인 왼손투수로 재미를 본 적이 없다. 2017년 팻 딘이 올린 9승이 최고기록이다. 그런데 놀린은 구단 좌완 외인 사상 첫 10승에 도전한다. 놀린은 지난해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10경기(5선발)에 나와 2패 평균자책점 4.39를 기록했다. 연봉은 90만 달러지만 이적료를 지급했기 때문에 외국인 연봉 상한선(100만 달러)을 꽉 채웠다.권윤민 전력기획팀장은 “투수를 선택할 때 많은 고민을 했다. 먼저 계약한 외국인 투수 로니 윌리엄스는 불펜 경력이 많았다. 이에 비해 놀린은 커리어 내내 선발투수로 활약한 데다 이닝 이터(많은 이닝 동안 던지는 투수)라는 점이 돋보였다. 제구력이 뛰어난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권 팀장은 또 “퀵모션 속도를 조절하거나 팔 각도를 올리고 내리는 등 마운드 위에서 영리한 모습에 주목했다”며 “평균 구속이 시속 140㎞대 중반인데 MLB에선 빠른 편이 아니지만 한국에선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 끝이 지저분해 많은 땅볼 유도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KIA는 지난해 선발 투수 평균자책점이 8위(5.04)에 그쳤다. 올 시즌엔 왼손 투수 트리오와 우완 윌리엄스, 언더핸드 임기영이 선발진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3명의 왼손 투수를 징검다리처럼 활용하면 좌-우-좌-우-좌로 이어지는 로테이션이 가능하다. 상위권 도약을 노리는 KIA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KBO리그에 기록될 좌완듀오는?한국인 중 왼손잡이 비율은 약 5% 정도다. 왼손 투수의 비율은 20% 정도다. 그러다 보니 리그를 뒤흔든 왼손 투수는 많았지만, 좌완 듀오를 보유한 팀은 많지 않았다. 2021시즌까지 두 명의 왼손 투수가 한 팀에서 동시에 10승 이상을 거둔 사례는 16차례뿐이다. 좌완 10승 트리오는 단 한 번도 없었다.프로 원년인 1982년엔 삼성의 왼손 투수 권영호와 이선희가 나란히 15승을 거두며 30승을 합작했다. 왼손 투수가 많았던 삼성은 이후에도 성준-김일융(1986년), 김태한-성준(1993년), 차우찬-장원삼(2010·13년) 등을 배출했다.1990년대 가장 인상적인 좌완 콤비는 1995년 LG 트윈스의 이상훈과 김기범이다. 그해 이상훈은 30경기에서 20승 5패 평균자책점 2.01을 기록했다. 이후 국내 투수 20승은 2017년 양현종이 나올 때까지 22년이나 걸렸다. 이상훈, 정삼흠에 이어 LG 3선발이었던 김기범은 26경기에서 13승 7패 평균자책점 2.86을 기록했다.10승 투수는 한 명이지만 '레전드 좌완' 3명이 함께 뛴 팀도 있었다. 2006년 한화 이글스다. 그해 입단한 신인 류현진은 18승을 거두며 MVP와 신인왕을 싹쓸이했다. 마무리 구대성은 개인 최다인 37세이브를 챙겼다. 당시 만 41세였던 송진우는 그해 8승(8패)을 추가하며 통산 200승 고지를 밟았다.KBO리그 최고의 외국인 좌완 원투펀치는 2015년 넥센에서 뛴 앤디 밴헤켄(미국)과 라이언 피어밴드(미국)였다. 밴헤켄은 강속구 투수는 아니지만 절묘한 포크볼을 앞세워 20승을 거뒀다. 피어밴드 역시 위력적인 공은 아니지만, 좋은 제구력 덕분에 13승을 올렸다.가장 꾸준했던 사우스포 조합은 두산 베어스 장원준-유희관이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두 선수는 나란히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이 기간 두산은 세 차례 한국시리즈에 나가 두 번 우승했다.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2.01.1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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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피플] 'KBO 통산 43승' 브리검, CPBL 라쿠텐 이적 임박

KBO리그 '장수'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32)의 대만 프로야구리그(CPBL) 진출이 임박했다. 외국인 선수 시장에 정통한 관계자는 23일 "브리검이 CPBL 라쿠텐 몽키스 구단과 계약한다. 별다른 문제만 없으면 이적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브리검은 올 시즌이 끝난 뒤 키움과 재계약에 실패했다. 보류선수 명단에서도 제외돼 자유로운 이적이 가능했던 상황. KBO리그 내 재취업 여부에 관심이 쏠렸지만 별다른 러브콜을 받지 못했다. 새 외국인 투수를 찾는 구단들은 브리검 같은 방출 선수가 아닌 '뉴페이스' 영입으로 방향을 설정해 움직였다. 브리검은 2017년 5월 션 오설리반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영입됐다. 이후 4년 가까이 히어로즈에서만 뛰었다. 통산(4년) 성적은 43승 23패 평균자책점 3.70으로 준수하다. 2018년에는 199이닝을 투구했고 지난해에는 13승으로 커리어하이를 달성했다. 위력적인 투심 패스트볼을 앞세워 수준급 땅볼 유도 능력을 보여줬다. 발목을 잡은 건 '건강'이다. 브리검은 올 시즌 두 번이나 팔꿈치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외복사근 부상에 이어 잔부상이 겹쳐 풀타임 소화에 물음표가 찍혔다. 올해 KBO리그 진출 후 가장 적은 21경기 등판에 그쳤다. 21경기 중 6이닝 이상 투구를 기록한 게 7경기밖에 되지 않았다. 107이닝 소화로 규정이닝(144이닝)조차 채우지 못했다. 한동안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에릭 요키시 영입 이후 사실상 두 번째 옵션으로 밀려났다. 김치현 키움 단장은 시즌 뒤 "(재계약) 고민은 당연히 했다. 브리검은 아프지 않으면 좋은 선수다. 하지만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키움은 요키시와 재계약했고 오른손 투수 조쉬 스미스를 영입해 빠르게 브리검이 빠진 빈자리를 채웠다. 2021시즌은 요키시-스미스 조합으로 준비한다. KBO리그 재계약 불발된 투수가 CPBL로 넘어가는 건 생소한 장면이 아니다. 리살베르토 보니야(전 삼성), 브록 다익손(전 롯데), 라이언 피어밴드(전 KT), 헨리 소사(전 SK) 등이 KBO리그를 거쳐 CPBL에서 활약했다. 특히 SK와 롯데에서 뛴 다익손은 이번 시즌 대만시리즈에서 호투해 소속팀 퉁이 라이온즈의 우승을 이끌었다. CPBL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외국인 선수 수급이 쉽지 않은 상황. 기량이 검증된 KBO리그 출신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한 관계자는 "KIA에서 재계약이 불발된 드류 가뇽도 CPBL로 이적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0.12.2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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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꽉 막힌 미국길, '대체 외인 시장' CPBL 바라보는 시선

대만 프로야구(CPBL)가 대체 외국인 선수 시장의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을까. 2020시즌 KBO 리그는 파행의 연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다음달 5일 '지각' 개막한다. 미국, 일본보다는 상황이 낫다. 두 나라는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해 리그 시작 시점을 가늠하기가 힘들다. 특히 미국은 지난 12일 50개 주(州)가 모두 재난 지역으로 선포됐다. KBO 리그도 간접 영향을 받는다. 대표적인 게 외국인 투수다. 대체 외인 수급 시장인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가 올 스톱 됐다. A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미국은 리그가 언제 시작될지 모른다. 6월로 예상은 되지만 마이너리그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마이너리그는 관중 수입으로 운영되는데 무관중을 하게 되면 손해"라고 했다. 아프거나 부진한 선수가 나오더라도 교체가 쉽지 않다. 지난 12일 무관중으로 개막한 CPBL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다. B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CPBL에서 뛰고 있는 선수 명단을) 안 그래도 보고 있는데 KBO 리그에서 뛰었던 선수가 많다"고 귀띔했다. CPBL은 4개 팀(퉁이·라쿠텐·중신·푸방)으로 운영된다. 라이언 피어밴드(퉁이·전 KT) 리살베르토 보니야(라쿠텐·전 삼성) 헨리 소사(푸방·전 SK) 에스밀 로저스(중신·전 한화) 등 KBO 리그 경험이 있는 투수가 각 팀에 분포돼 있다. 조건만 맞으면 영입 과정을 단축할 수 있다. 검증 과정이 짧을 수밖에 없다. 리그 적응도 빠르게 할 수 있다. '뉴 페이스'도 있다. 쿠바 출신으로 메이저리그 통산 13승을 기록한 아리엘 미란다가 대표적이다. 올 시즌부터 중신 브라더스에서 뛰게 된 미란다는 2018년과 2019년 일본 최강팀 소프트뱅크에서 활약했다. 제구 불안이 고질적이지만 2년 동안 13승 6패 평균자책점 3.37로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B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CPBL에 새로 간 선수 중에서 저스틴 니콜리노(라쿠텐)와 미란가 정도가 눈길을 끈다. 미란다가 괜찮다. 왼손에 공도 빠르고 일본에서도 뛰었다. 중신에서 풀 개런티로 60만 달러(7억3000만원)를 받는다"고 했다. 계약 조건이 월봉이 아닌 풀 개런티라는 건 팀에서 그 선수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영입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의 문이 닫히면서 대체 외인 구인난에 시달리는 건 KBO 리그나 CPBL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중반 SK가 영입했던 소사는 푸방 가디언스와 풀 개런티 계약을 했다는 얘기가 있다. 선수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다. 로저스는 50만 달러(6억1000만원) 니콜리노가 30만 달러(3억7000만원)에 각각 풀 개런티 계약이라는 얘기가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 돌고 있다. KBO 리그 구단이 대체 외인에 투자할 수 있는 최대 금액과 큰 차이가 없다. 소사의 영입 실패를 곱씹는 구단도 있다. 지난해 6월 푸방에서 SK로 이적한 소사는 당시 대만리그 최고 투수였다. 성적이 8승 2패 평균자책점 1.56.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0.81에 불과했다. 브룩 다익손을 퇴출한 SK는 롯데와 경쟁 끝에 총액 52만 달러(6억3000만원)를 투자해 소사를 데려왔다. 소사는 첫 12경기에서 8승을 따내며 기대에 부응했다. 그러나 후반기 막판 페이스가 꺾였고 포스트시즌 부진이 겹쳐 재계약에 실패했다. C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소사를 영입한 SK가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대만에서 소사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려야 영입이 가능하지 않을까. 피어밴드, 보니야는 뻔히 아는 선수다.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동안 CPBL은 KBO 리그가 주목하는 리그가 아니었다. 외국인 선수도 마찬가지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지형이 약간 달라졌다. 대체 외인 투수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2020시즌 새로운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0.04.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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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프로야구 개막에 전 세계 주목

무관중 경기로 12일 개막한 대만프로야구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대만프로야구리그(CPBL)는 12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2020시즌 첫 경기(중신 브라더스-퉁이 라이언스)를 열었다. 당초 11일 중신 브라더스와 라쿠텐 몽키스의 개막전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우천으로 취소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각국 프로야구가 개막을 맞지 못한 채 '올 스톱' 상황에 처한 가운데, 대만이 가장 먼저 2020년 '플레이볼'을 외친 것이다. 대만은 지난 12일 오전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자는 385명, 사망자는 6명이다. CPBL은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당분간 무관중 경기를 치른다. 관중석에는 취재진 몇 명과 치어리더만 보였다. 대신 로봇 응원단이 관중석에 위치해있다. 선수들은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고, 비말 전파를 막고자 씹는 담배도 금지한다. 미국 CBS스포츠는 "대만이 우리에게 의미 있는 일요일을 선물했다"고 대만 프로야구 개막을 환영했다. 또한 로봇과 마네킹의 응원 모습에 대해 "CPBL의 창의적 발상은 많은 팬들에게 로봇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러워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더페이지는 "대만 정부는 일본보다 1개월 빠르게 코로나19에 대응했다. 특정 국가의 입국 제한, 학교 휴교령, 마스크 재고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적극적인 국가 정책이 나오면서 코로나19 확산을 막았다"고 대만 정부의 발 빠른 코로나19 대응이 프로야구 개막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미국 탬파베이 타임스는 "CPBL은 경기가 열린 날 야구장에 출입한 사람을 선수, 구단 관계자, 심판, 구장 관리 직원, 치어리더, 보도진 등 200명 정도로 제한한다"고 관심 있게 다뤘다. 한편 이날 경기에선 퉁이 라이언스의 선발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가 5⅓이닝 4피안타 1자책점 2볼넷 4탈삼진으로 대만 무대 데뷔전에서 호투했다. 피어밴드는 KBO리그 넥센(2015년, 현 키움)-KT(2016~2018년)에서 4시즌을 뛰며 36승42패 평균자책점 4.14를 기록했고, 2017년에는 평균자책점 1위(3.04)에 오른 바 있다. 이형석 기자 2020.04.1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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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경쟁에서 확연히 드러나는 공인구 영향

타고투저를 완하하기 위해 이뤄진 경기사용구의 반발계수 하향 조정은 개인 타이틀 경쟁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KBO는 국제 대회 경쟁력 강화와 타고투저 현상을 바꾸기 위해 올해부터 단일 경기사용구의 반발계수를 하향 조정했다. 미국, 일본의 공인구 기준과 유사한 수준으로 반발계수를 낮추기로 했다. 지난해까지 0.4134 이상~0.4374 기준이였던 반발계수가 올해부터 0.4034~0.4234로 낮아졌다.반발계수는 타구의 비거리와 연관된다. 반발계수가 높으면 타구 비거리가 늘어나고, 낮아지면 비거리가 줄어들기 마련이다.27일 현재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해 경기당 홈런이 약 40.3%나 감소했다. 키움 박병호가 27일 청주 한화전에서 홈런 4개를 몰아쳐 총 28개로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박병호를 필두로 키움 제리 샌즈(26개) SK 최정(24개) SK 제이미 로맥(23개) 등이 펼치는 홈런왕 경쟁은 치열하나 정작 홈런 개수는 많지 않다. 10구단, 144경기 체제가 시작된 2015년 이후 가장 더딘 페이스다. 2015년 박병호(53개) 2016년 최정·에릭 테임즈(이상 40개) 2017년 최정(46개) 2018년 김재환(44개) 모두 40홈런 이상을 때려내며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덩달아 장타율 부문 역시 마찬가지다. 샌즈가 0.581로 1위에 올라 있는 가운데 박병호(0.567) KT 멜 로하스 주니어(0.552)와 최정(0.543) 등이 바짝 뒤쫓고 있다. 최근 네 시즌 연속 장타율 타이틀 홀더와 꽤 큰 차이다. 2015~2016년 테임즈가 장타율 0.790·0.679로 1위를 차지했고, 2017년 최정(0.684) 2018년 박병호(0.718)도 높은 장타율로 타이틀을 획득했다. 200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장타율 홀더는 2012년 박병호로 당시 0.561을 기록한 바 있는데 이번 시즌 1위 샌즈와 큰 차이가 없다. 출루율은 역대 최저 타이틀 홀더가 탄생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현재 KT 강백호가 0.418로 1위, SK 최정이 0.417로 2위인 가운데 총 8명이 0.400 이상의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다. 역대 가장 낮은 출루율 1위는 1989년 한대화의 0.409, 그 다음이 1984년 장효조와 1995년 장종훈의 0.424다. 10구단 체제에서 앞서 네 시즌 동안에는 최소 0.450 이상의 출루율로 타이틀 홀더가 배출됐다.투수들은 공인구 변화로 인해 덕을 많이 보고 있다. 10구단 체제 이후 2015년(KIA 양현종 2.44)과 2017년(두산 니퍼트 2.95) 2018년(두산 린드블럼 2.88) 그해 리그에서 유일하게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가 부문 1위를 차지했다. 2017년에는 KT 소속이던 라이언 피어밴드가 3.04로 평균자책점왕에 올랐다. 이번 시즌은 린드블럼이 평균자책점 2.04로 1위를 달리는 가운데 SK 앙헬 산체스(2.21)·김광현(2.42) 양현종(2.43) LG 케이시 켈리(2.72) NC 드류 루친스키(2.93) 등 무려 6명이 27일 현재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이형석 기자 2019.08.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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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형' 샌즈, 이미 키움 역사상 최고 외인 타자

키움 외국인 타자 제리 샌즈(32)는 현재 KBO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거포다. 샌즈는 21일까지 타율 0.316, 홈런 26개, 101타점으로 홈런과 타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장타율도 0.582로 1위. 득점(86점·2위)과 출루율(0.404·3위) 역시 상위권이다. 앞으로 홈런 4개만 더 추가하면 3할-30홈런-100타점 동반 달성도 가능하다. 올 시즌을 넘어 '역대급' 외국인 타자 대열에 합류할 기세다.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키움에게는 샌즈의 활약이 무엇보다 값지다. 그동안 외국인 타자 농사에 계속 실패해왔던 징크스를 끊어버렸기에 더 그렇다. 키움은 그동안 좋은 외국인 투수와 여러 차례 손잡았던 팀이다. 브랜든 나이트와 앤디 밴 헤켄이 대표적이다. 나이트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에이스 역할을 한 뒤 그라운드 안팎에서의 가치를 인정 받아 현재 키움 투수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밴 헤켄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무려 6년간 키움에서 뛰면서 한 차례 20승(2014년)을 포함해 통산 83승을 올렸다. 키움은 나이트와 밴 헤켄이라는 원투펀치를 앞세워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헨리 소사, 라이언 피어밴드, 제이크 브리검 등이 키움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켰다. 하지만 외국인 타자 가운데는 제 몫을 한 선수가 거의 없었다. 초창기 외인이던 클리프 브룸바와 더그 클락은 과거의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이후 코리 알드리지, 비니 로티노, 브래드 스나이더, 대니 돈, 마이클 초이스 등이 줄줄이 팀을 거쳤지만 역시 큰 족적을 남기지 못하고 떠나갔다. 샌즈는 다르다. 지난해 8월 초이스와 결별하면서 몸값 10만 달러에 대체 외인으로 영입한 샌즈는 25경기에서 타율 0.314, 홈런 12개, 37타점을 기록하면서 존재감을 보였다. 심지어 올해는 완벽하게 '한국형 외국인 타자'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고척스카이돔을 홈으로 쓰는 이점을 확실히 살렸다. 다른 선수들이 무더위로 페이스가 처지는 7~8월에 오히려 페이스를 끌어 올려 팀의 순위 전쟁에 힘을 보탰다. 샌즈가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면서 또 다른 중심타자 박병호와 김하성의 성적도 동반 상승하는 시너지 효과까지 났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올 시즌에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현재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그 기대를 뛰어 넘었다"고 흐뭇해했다. 재계약을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단돈' 50만 달러에 사인했던 키움 입장에서는 화색이 돌 만하다. 50만 달러는 올 시즌 전 구단 외국인 선수 가운데 가장 낮은 몸값이다. 하지만 이제는 존재감이 다르다. 메이저리그의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까지 탐낼 만한 선수로 급성장했다. 샌즈는 지난 5개월 동안 그라운드에서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 배영은 기자 2019.08.2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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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역대 2호 10승' 알칸타라, "창단 최다 선발승 도전하겠다"

"팀 역대 최다 선발승을 달성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힘을 보태겠다."KT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27)가 팀 창단 이후 두 번째 10승 투수로 등극한 소감을 밝혔다. 알칸타라는 6일 인천 SK전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동안 공 97개를 던지면서 4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팀이 1-0으로 앞선 6회 1사 1루서 불펜에 마운드를 넘겼고, KT가 3-0으로 승리하면서 알칸타라는 올 시즌 10승(8패) 고지를 밟게 됐다. KT 소속 투수가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한 것은 2015년 크리스 옥스프링(12승 10패) 이후 4시즌 만에 처음이다. 지난 시즌에는 더스틴 니퍼트, 라이언 피어밴드, 금민철 등 세 명의 선발 투수가 나란히 8승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새로운 에이스 알칸타라가 올 시즌 21번째 경기에서 10번째 승리를 따내면서 그 한을 풀었다. 알칸타라는 경기 후 "우선 팀의 연승을 이어 갈 수 있어 기쁘다"며 "날씨도 많이 습하고, 상대 타선이 투스트라이크 이후 커트를 잘해내면서 투구 수가 많아져 개인 평균에 못 미치는 이닝을 소화했다. 그럼에도 불펜과 야수들이 도와줘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이어 "KBO 리그에 진출할 때의 목표가 개인 10승이었다. 개인적으로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기쁘다"며 "앞으로 네다섯 번의 선발 기회가 남은 것 같은데, 팀 역대 최다 선발승인 12승을 달성해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인천=배영은 기자 사진=정시종 기자 2019.08.0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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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스타] '5강 선봉장' 알칸타라, KT 역대 2호 10승 투수 등극

KT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27)가 팀 창단 이후 역대 두 번째 10승 투수로 등극했다. 알칸타라는 6일 인천 SK전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동안 공 97개를 던지면서 4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팀이 1-0으로 앞선 6회 1사 1루서 불펜에 마운드를 넘겼고, KT가 3-0으로 승리하면서 알칸타라는 올 시즌 10승(8패) 고지를 밟게 됐다. KT 소속 투수가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한 것은 2015년 크리스 옥스프링(12승 10패) 이후 4시즌 만에 처음이다. 지난 시즌에는 더스틴 니퍼트, 라이언 피어밴드, 금민철 등 세 명의 선발 투수가 나란히 8승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다.결국 새로운 에이스 알칸타라가 올 시즌 21번째 등판 만에 10승 고지에 올라서면서 그 한을 풀었다. 7회까지 KT가 1-0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서 승리가 위태로워 보였지만, 동료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가 8회 쐐기 2점포를 터트려 알칸타라와 KT의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인천=배영은 기자 사진=정시종 기자 2019.08.06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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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인터뷰] LG 윌슨, 야구도·인성도·한글도 완벽

LG의 에이스 타일러 윌슨(30)은 팀 동료와 팬들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능력을 갖췄다. 윌슨은 20일까지 4승2패 평균자책점 1.89로 호투하고 있다. 투구 이닝 2위(66⅔이닝)에서 증명하는 아프지 않은 건강한 몸에, 퀄리티스타트 공동 1위(9회)·평균자책점 3위의 실력까지 갖췄다. 지난해에도 평균자책점 2위(3.09)에 170이닝을 던졌다. 2년 연속 변함없는 활약을 선보이는 윌슨은 승운이 따라 주지 않아 '윌크라이'로 불리는 것도 여전하다. 헨리 소사가 떠난 가운데 케이시 켈리(5승3패·ERA 2.17)와 짝을 이뤄 10개 구단 최강 원투펀치를 형성하고 있다. 잭 에프론·로버트 패틴슨을 닮은 잘생긴 외모에 고학력 스펙까지 갖춘 그다. 대학 재학 시절에는 의학을 공부했고, 아버지는 야구 선수, 아내는 농구 선수 출신이다. LG 트윈스 소속인 그는 지난해 공교롭게도 쌍둥이 자녀를 얻기까지 했다. 윌슨은 예의 바르고, 모범적인 외국인 선수로 통한다. 여느 외국인 선수들과 달리 동료들의 실책, 자신의 승리가 날아가도 전혀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팀의 역전승에 가장 먼저 뛰쳐나와 환호한다. 그런 그를 향해 감독과 선수는 엄지손가락를 치켜 세운다. 또한 KBO 리그 무대에 좀 더 적응하고, 함께하기 위해 한글을 읽고 적는 연습까지 한다. 국내에 거주한 기간이 1년 남짓임을 감안하면 한국어 구사 능력은 상당한 수준급이다.윌슨은 한국에서의 생활, LG에 몸담고 있는 부분에 대해 "슈퍼 해피(super happy)"라고 말했다. - KBO리그 첫 시즌이던 2018년보다 초반 성적이 더 좋다."지난해보다 확실히 편해진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야구장에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다. 팀원들과 관계도 더 발전됐다.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에는 몇 달 동안 적응이 필요했으나 지금은 모든 것이 편안해졌다." - 그 외에 다른 점은 없나.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세 가지 부분에 중점을 둔다. 좋은 동료가 되는 것, 최선을 다해 던지는 것, 이전보다 나은 투구를 하는 것. 이 세 가지를 항상 다짐하며 마운드에 오른다. 야구는 정말 많은 변수가 발생한다. 내가 어떻게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긴다. 상대 타자가 아무리 잘 쳐도 우리 야수들이 좋은 수비를 하면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고, 내 평균자책점은 내려간다. 때문에 내가 제어할 수 있는 것에만 신경쓰려 한다. 내가 정한 세 가지만 잘 지키면 좋은 시즌을 치를 것이란 믿음이 있다." - 올 시즌 마운드에서 왼다리를 조금씩 튕겨 주는 느낌이다. "내 리듬을 갖고 가기 위한 변화다. 매년 조금씩 변화를 주는데 오픈 시즌 때 연구해서 적용하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기 전에 숨을 크게 쉬거나, 글러브를 움직인다든가 리듬을 찾기 위해 무언가를 한다. 수비 교대 이후 마운드에 처음 올라 점핑하는 것은 '그래 가자'라며 내게 주문하는 루틴이고, 다리를 움직이는 건 리듬을 찾기 위한 것으로 조금 다르다. 어쨌든 좋은 성적이 나오므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윌슨은 '윌크라이'라는 얘기만 들어도 자신을 두고 하는 얘기인지 알고 있다. 인터뷰 도중에 '윌크라이'만 듣고서도 웃음 지었다. '윌슨'과 '크라이(cry·울다)'를 합성한 '윌크라이'는 잘 던지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하는 경기가 많아지자 팬들이 안타까운 마음에 붙여 줬다.지난해 못지않게 불운하다. 올 시즌 네 차례나 승리투수 요건에서 마운드를 내려간 뒤 불펜진의 난조로 승리가 날아갔다. 윌슨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타선의 득점 지원은 2.50점에 그친다. 지난해 4.15점보다도 뚝 떨어졌다. - 올 시즌에도 불운한 모습이다."괜찮다. 그게 야구다. 시즌은 아직 많이 남아 있고,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야수가 10점을 지원하든 1점을 내든 항상 팀이 이기도록 열심히 찬스를 만드는게 내 역할이다. 팀을 믿는다." 류중일 감독은 수차례 인터뷰에서 "윌슨은 지금껏 본 외국인 선수 중 인성이 가장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동료들 역시 "윌슨의 성실함과 성격이 최고다"라고 입을 모은다. - 야수의 실책에도 실망하는 내색 없이 박수를 보내더라. "우리는 한 팀이다. 모두가 승리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실책은 열심히 뛰는 과정에서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내가 못 던져도 야수들이 점수를 많이 뽑아 주려 노력하고, 호수비로 나를 도와줄 때도 있다. 나 역시 야수들이 점수를 못 내면 최대한 점수를 적게 줘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경기에서 지더라도 동료들의 실책을 신경쓰고 싶지 않다. 하나가 돼 서로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 내 승리만 추구하기보다 동료들끼리 신뢰를 쌓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이번 시즌부터 KBO 리그 공인구에 변화가 있었는데 체감하나?"지난해와 확실히 다르다. 타자가 타격한 뒤 뜬공이 날아가는 것을 보면 비거리가 줄어든 것 같다. 또 공인구를 처음 받아 만졌을 때 촉감이 확실히 다르다고 느꼈다. 지금은 모두 적응됐다." 윌슨은 한글을 읽을 줄 안다. 구장 외야 펜스에 적힌 상호도 모두 읽는다. 발음도 비교적 또렷한 편이다. 무엇보다 한글을 적기까지 한다. 지난해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써 달라고 요청했을 때는 '타일러'의 '러'를 세 번째 도전 끝에 제대로 적었는데 1년 사이 한국어 능력이 크게 좋아졌다. 이번에는 쌍둥이 자녀의 이름을 적어 달라고 요청하자 빙긋 웃으며 막힘없이 자신 있게 술술 적어 나갔다. 모음을 적는 순서는 다소 틀렸지만 글자체는 훨씬 안정적이었다. - 한국어 실력이 더 좋아진 것 같다."한글 단어를 적고 읽을 줄 안다. 지난해보다 단어 공부를 좀 더 했다. 아직 문장을 만드는 건 어렵다." - 한글을 배우기 상당히 까다롭고 어려웠을텐데. " 발음이 비슷한 단어가 많아 읽기 어려울 때도 많다. 지난해 스프링캠프부터 언어 애플리케이션(rosetta stone)으로 공부하고 있다. 자주 연습하려 노력한다. 고등학교 시절 스페인어를 선택해 제2외국어를 공부한 적 있다. 지금 내 주변에는 거의 한국 사람들이 많다. 통역의 도움을 많이 받지만, 통역이 항상 옆에 있을 수 없다. 또한 선수들과 따로 대화를 나눠야만 하는 상황도 있다. 내 집, 호텔 생활 등등 주변 사람들과 유대 관계를 위해 당연히 최소한의 한국어 구사 능력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노력하고 있다. 이들과 관계는 내게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 열심히 공부해 전체 문장을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 쌍둥이 자녀가 있어 이곳저곳 많이 둘러보나."서울은 좋은 도시고 아름다운 곳이어서 휴식일이면 아이들과 많은 곳을 방문한다." - 지난해 KBO 리그에서 뛴 메릴 켈리(애리조나)와 라이언 피어밴드(토론토)가 지난 주말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던졌다. "경기는 챙겨 보지 못했지만 결과는 알고 있다. KBO 리그에서 미국으로 돌아가 빅리그 무대에 다시 오른 스토리가 좋다. 나와 친분이 있기에 바라보면 더욱 재밌다." 윌슨은 2015년 볼티모어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017년까지 3년 동안 42경기(선발 19차례)에서 8승10패 평균자책점 5.02를 기록한 바 있다. - 비슷한 스토리를 꿈꾸나. "아직까지 그런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다. 지금 뛰고 있는 하루하루, 현재가 중요할 뿐이다. 먼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 - 올 시즌 목표는. "열심히 던지며 매일 발전하는 좋은 동료가 되고 싶다. 또 한국 무대가 처음인 켈리가 놀랍게 잘 던지고 있는데, 계속 꾸준히 잘 던지도록 조언자 역할을 하고 싶다. 우리 투수들이 잘하고 있는데 계속 잘해서 팀이 좋은 성적을 올렸으면 한다." 이형석 기자 lee.hyeongseok@jtbc.co.kr 2019.05.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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