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4실책에도 토닥토닥, '대인벤' 벤자민 "내가 화내면 팀에 악영향, 차분하게 던졌다"
KT 위즈 투수 벤자민은 이번 가을야구에서 유독 야수 도움을 받지 못했다. 2차전에서 실책 2개로 5이닝 3실점 패전투수가 된 벤자민은 5차전에서도 3회 유격수 김상수의 연속 실책으로 선취점을 내주는 등 어려운 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벤자민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실책을 범한 김상수의 등을 토닥이며 그를 위로했다. 2차전에서도 마찬가지. 분노나 아쉬움의 기색은 크게 없었고, 벤자민은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며 다음 투구를 이어갔다. 2차전에서 왼쪽 둔부에 타구를 맞고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당황해하며 다가오는 김주원(NC 다이노스)을 미소로 달래기도 했다. 당시를 돌아본 벤자민은 덤덤했다. 그는 “다음 타자에 집중하려고 했다. (팀원들이) 오래 쉬었기 때문에 충분히 실책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누구도 실수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화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벤자민은 “김상수는 평상시 좋은 플레이를 많이 보여준 선수다. 그리고 내가 팀원들에게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면 우리 팀에 악영향을 준다. 그 실책으로 경기가 넘어간 것도 아니라서 개의치 않는다”라며 미소 지었다.
이날 돌발 상황도 있었다. 6회 마운드에 오른 벤자민은 선두타자 안타 이후 다음 타자에게 초구 볼을 내주며 흔들렸다. 이에 포수 장성우가 마운드에 올랐는데, 투수 코치까지 뒤이어 올라왔다. 교체 사인, 벤자민은 크게 당황했다. 하지만 곧 코치의 말에 수긍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강철 감독은 “4일 턴에 투구 수가 80개가 넘어 힘겨워보였다. 중간 싸움으로 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서 빠른 교체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벤자민도 당시 놀랐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팀 상황이 급박했고 코칭스태프 결정을 존중한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힘든 티도 내지 않았다. 이날 벤자민은 2차전 뒤 나흘 휴식 후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정규시즌 화·일요일 루틴과 비슷했지만, 매 경기 필사적으로 임해야 하는 가을야구에선 다르다. 하지만 벤자민은 “정규 시즌과 같은 경기라고 생각하고 차분하게 경기를 준비했다”며 덤덤해 했다. 그는 “마운드에서 차분하게 던진 게 팀원들에게도 좋은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생각이 많으면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잘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대인배’의 모습으로 묵묵히 가을야구를 지배한 벤자민은 이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바라본다.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를 경험하고 올해 플레이오프 무대에 선 벤자민은 한국시리즈 무대에 처음 오른다. 상대도 올 시즌 5경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84로 강했던 LG 트윈스다. 그는 “잠실로 가게 돼 기대가 크다. 선수들의 아드레날린으로 좋은 경기를 펼쳤고, 잠실에서 공을 또 던질 기회가 생겨서 행복하다.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LG를 상대하는 느낌에 대해선 “어느 팀을 상대하든 내 몸 상태가 더 중요하다. 컨디션 회복에 더 중점을 두고 내 스케쥴에 더 집중하겠다”라고 말했다. 벤자민은 “시즌 초 부상자가 많았음에도 10위에서 2위로 올라온 팀원들이 자랑스럽다. 열심히 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볼 수 있었다”면서 “항상 응원해주신 팬들께 감사드리고, 잠실에서 빨리 만나길 기대하고 있다. 팬들 앞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지며 인터뷰를 마쳤다. 수원=윤승재 기자
2023.11.05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