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용진의 야심작' PK마켓 미국 1호점 또 연기, 늦어지는 이유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신사업이 모처럼 빛을 보고 있다. 바로 미국 시장에서의 유통 사업이다. 그렇지만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자체 매장인 PK마켓(가칭)의 오픈이 지체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의 신개념 유통사업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용진 부회장은 PK마켓 미국 론칭 등을 점검하기 위해 9월 말부터 미국 현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2월에 이어 올해만 벌써 두 번째 미국 출장을 떠나는 등 해외 사업 확장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정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는 2018년 PK리테일홀딩스 법인 설립 후 굿푸드홀딩스를 2억7500만 달러(약 3243억원)에 인수하며 본격적인 미국 진출을 알렸다. 이듬해 뉴 시즌스 마켓을 2억 달러에 추가 인수하며 보폭을 넓혔다. 2019년 5월에는 식료품과 레스토랑을 결합한 신개념의 그로서란트(grocerant, 식료품점+레스토랑 합성어, 구입한 식재료를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는 식문화 공간) 매장인 PK마켓 오픈도 계획했다. 하지만 PK마켓은 미국 법인의 대표가 바뀐 후에도 오픈 일정을 좀처럼 잡지 못하고 있다. 당초 정 부회장의 미국 출장으로 PK마켓 오픈 이벤트 등에 무게가 쏠렸다. 하지만 PK마켓 오픈이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오픈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더 소요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론칭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내년에 오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미국 출장 동향과 일상 등을 알리고 있다. 보통 신설 매장이 오픈할 경우 현장 사진을 꼭 첨부하는 등 대중과 소통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 출장 기간에는 PK마켓과 관련한 어떤 게시물도 올리지 않고 있다. 대신 미국 텍사스 돔구장 견학, ‘퍼터 장인’ 스카티카메론과의 만남, 현지 맛집 투어 등의 게시물들은 수시로 올렸다. 이마트는 현지 유통기업인 굿푸드홀딩스와 뉴 시즌스 마켓을 인수하며 수익을 내고 있다. 미국 사업 리테일 부문까지 관리하는 굿푸드홀딩스는 총 51개 매장을 운영하며 2020년 9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19년 영업손실 124억원에서 흑자로 돌아섰고,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7973억원에 영업이익 151억원을 내며 순항하고 있다. 그러나 PK마켓은 현지화 매장인 굿풋드홀딩스 브랜드와는 다른 개념이다. 이마트의 신개념 자체 매장으로 미국에서 성패 예측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마트는 오랜 시간을 공들이며 더욱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이마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이마트는 1997년 중국에 진출했지만 현지화에 고전하며 수 천억원의 누적 적자를 이겨내지 못하고 20년 만에 철수했다. 2010년 이마트의 점포는 26개까지 늘어나기도 했지만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 정 부회장이 최근 추진한 신사업들도 대체로 빛을 보지 못했다. 신세계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정 부회장이 기획 단계부터 관여했던 삐에로쑈핑·부츠·쇼앤텔·PK피코크는 모두 꽃을 피우지 못하고 1~3년 안에 사업 철수가 결정됐다. 특히 유통 매장이었던 PK피코크는 2018년 국내에 선을 보였지만 2020년 11월 전문점 효율성 차원에서 정리됐다. 정 부회장은 “PK마켓에 미국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아시안 식품을 중점적으로 선보일 것이다. 무한경쟁이 펼쳐지는 미국 시장에 역점을 두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이마트는 이미 PK마켓 오픈을 위해 LA다운타운 7가의 6층 건물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월마트코리아를 인수하며 이마트를 국내에 정착시킨 정 부회장이 미국의 자체 매장 오픈을 앞두고 월마트 CEO 등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개념 매장인 만큼 심혈을 기울이며 준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10.20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