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에 터지는 것은 꽃봉오리만은 아니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속의 에너지를 분출하고 싶은 마음은 꽃이나 사람이나 매한가지. 그래서 봄이 되면 너도나도 시작하는 레저가 마라톤이다. 3월에 열리는 마라톤 대회만 30여 개. 중소 규모 대회 참가자가 3000명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전국을 누비는 마라토너는 한 달 동안 수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조급함은 금물이다. 마라톤 전문가들은 "일교차가 심한 3월은 마라토너에게 아직 봄이 아니다"라고 충고한다.
"레패를 아시나요?"
지난 19일 오전 10시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제2회 고구려 마라톤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총성이 울리자 60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앞 다퉈 잠실 방향으로 질주한다. 대열 맨 끝에는 6명의 레이스 패트롤이 참가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동호인들 사이에서 `레패`로 불리는 이들은 구급약과 비상식이 담긴 작은 배낭을 메고, 머리 위로 빨간 풍선을 달아 경광등을 대신했다. 달리는 구급대원, 소리 없는 앰블런스인 것이다.
"척 보면 압니다. 5km 10km코스를 뛸 실력인데 하프코스를 신청한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분들한테는 다가가서 `걸어가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말을 해요. 화 내지 않냐고요? 아니요, 오히려 고마워합니다." 이날 32.195km 코스에 레패로 참가한 김성수 씨(49)의 말이다.
아마추어 마라톤대회에 레이스 패트롤이 등장한 지는 4~5년 전부터. 보통 한 대회에 5명 안팎의 인원이 뛰고 있다. 전국마라톤협회(이하 전마협) 소속으로 4년째 레패로 활동하고 있는 이동주 씨(34)는 "힘들어 보이는 참가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문제를 해결해 주고, 레이스에 대한 조언도 해 주는 게 진정한 레패의 구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참가자들과 함께 달리면서 적극적으로 봉사하는 레패는 많지 않다. 아직까지도 레이스 도중 다리에 쥐가 난 참가자에게 스프레이를 건네 주는 레패가 대부분인 게 현실이다.
전마협 소속 4명의 레패들은 보통 1년에 20여 개 대회에 출전한다. 풀코스를 뛸 경우 레이스는 5시간, 맨 마지막에 들어오는 꼴찌 선수들과 함께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남다르다. 하지만 5시간 동안 달리면서 수많은 참가자들의 면면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단다.
"마스터스든 초보자든 다들 `깡`을 못 버려요. 자기 체력만 믿고 전날 술 먹고 뛰는 사람도 있고, 풀코스 완주라는 기록에 연연해 절뚝거리며 뛰기도 하고. 그나마 요즘엔 마라톤 동호회가 많이 활동하고 있어서 전보다 터무니없는 도전자는 덜 하죠."
■봄 마라톤, "즐기면서 뛰세요"
레패가 말하는 3월의 마라톤 정석은 어떤 것일까? 일단 3월은 아직 `마라톤의 봄`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전에 출발하는 대회의 경우 때에 따라서 기온이 영하 가까이 떨어지기도 한다. 더구나 지방 대회에 참가하려면 전날 밤에 이동해야 하므로 덜 풀린 몸 상태로 출전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누구나 아는 사실대로 "기록에 연연하지 말고 즐기면서 뛰라"는 게 봄 마라톤의 정석이다.
보통 겨울에는 체력 훈련을 할 수 있는 동호회 위주로 뛰고, 봄에는 가족과 함께 지방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해 마라톤과 레저를 함께 즐기고, 여름에 훈련량을 늘린 다음, 가을에 열리는 메이저대회에 출전해 기록 단축을 노려 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초보자의 경우는 지방 대회에 참가하는 게 마라톤에 재미를 붙이는 한 방법이다. 보통 3월에는 충청 이남 지방에서 벚꽃 마라톤을 포함해 각종 꽃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이런 대회의 경우 반환 코스가 아닌 순환 코스가 많다. 마라톤 초보자는 지루함과 두려움을 주는 반환 코스보다는 앞에서 달려오는 경치를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순환 코스를 선택하는 게 요령이다.
건강 증진 위해선 속도보다 운동량 중요
1. 몸 상태 체크
처음부터 무리해서는 안된다. 겨울에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경우라면 당분간 초보자의 운동량과 강도로 시작해 순차적으로 운동 능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이를 무시하면 각종 부상과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다. 또한 비만이나 질병이 있는 초보자의 경우 전문의의 진단과 처방을 받은 다음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2. 운동량 조절
봄철 달리기는 운동량.속도 조절.힘의 분배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다이어트를 위해 무리하게 달리는 초보자의 경우 곧장 지쳐 버리게 된다. 건강 증진이 목적이라면 속도보다 운동량이 중요하며 초보자는 하루 30~40분씩 주 2~3회, 중.상급자는 하루 50~60분씩 주3~4회가 적당하다. 기록 도전을 목표로 하는 상급자는 매일 달리는 것이 좋으며, 훈련 프로그램을 짜서 체계적이고 강도 높은 운동을 해야 한다.
3. 달리기 거리 조절
달리기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라면 10대는 3km 20~30대는 5km 40~50대는 4km 60대 이상은 3km적당하다. 이후 2~3개월씩 운동 능력에 따라 처음보다 5~7%를 늘려 가는 게 좋다. 속도는 3∼5% 정도 올려나가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속도를 하향 조절해야 한다. 3개월간 꾸준히 달린다면 체중 감량과 각종 질병 예방 및 치료는 물론 근지구력과 스피드를 키울 수 있다.
4. 러닝화 준비
러닝화는 달리기에 있어 가장 소중한 장비다. 조깅화, 마라톤화, 트레일화, 스파이크화로 분류되며 체중과 장소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운동 효과를 높이고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몸무게가 60㎏ 미만은 신발 뒤축의 높이가 약 2.5?별?좋고, 60㎏ 이상은 약 3??정도가 좋다. 초보자의 경우 무턱 대고 마라톤 신발을 장만하는 경우가 있는데 발목과 무릎 관절에 무리가 올 수 있으며, 운동 효과 또한 떨어진다.
5. 복장 준비
계절에 맞는 운동복 선택도 중요하다. 운동량이 많아지는 봄철에는 기온과 훈련 내용에 따라 복장을 준비한다. 워밍업이나 조깅을 할 때는 상.하의 트레이닝 복장이 좋다. 이때 속에는 반팔 T나 반바지를 받쳐 입는다. 운동 능력이 좋은 사람은 마라톤 유니폼을 상하로 입은 상태에서 워밍업을 하는 것이 좋다. 대회에 출전할 경우 상의는 반팔 T나 조끼, 하의는 반바지나 언더 팬츠 또는 마라톤 팬츠를 입는 게 기록 단축은 물론 운동 효과를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