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가 뜨겁다. 2006 독일 월드컵을 맞아 축구를 향한 전세계인의 열정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월드컵은 그라운드에서만 펼쳐지고 있는 게 아니다. 만화 속에선 진짜 월드컵보다 박진감 넘치는. 혹은 주성치 주연의 영화 <소림축구> 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경기가 독자를 사로잡기도 한다. 축구 만화야 말로 축구와 인생을 동시에 담고 있다. 어떤 모습으로든 주인공은 축구를 통해 성장해 나가기 때문이다. 월드컵과 관련해 꼭 챙겨보고 기억해볼 만한. 감동과 열정으로 가득찬 축구 만화 10선을 소개한다.
▲배금택의 <황제의 슛> 이처럼 비장미 넘치는 축구 만화가 있을까. 1986년부터 3년 동안 만화 잡지 <보물섬> 에 연재했다. 성경에 등장하는 이삭의 두 아들인 에서와 야곱을 모티프로 했다. 툭 쳐도 사람을 죽일 수 있을 만큼 가공할 힘을 갖고 태어난 축구 선수가 아이를 얻는다. 공으로 축구 네트를 찢고 공에 맞은 선수가 죽을 만큼 엄청난 힘은 유전이다.
자신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비극을 당하는 모습을 볼 수 없어 산으로 들어간다. 두 아들이 태어나던 날 산모는 죽는다. 동생이 형의 발목을 잡고 경쟁 끝에 태어나느라 산모가 죽음을 맞은 것이다. 괴물 같은 힘을 가진 두 형제는 축구를 하면 안 된다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축구를 향해 빨려 든다.
형과 동생은 반목하고 갈등 한다. 형제가 라이벌이 된다. 아버지의 명을 어기고 축구를 한 형을 응징하기위해 동생도 축구를 한다. 한 페이지가 8~9컷에 이를 정도로 화면 분할을 해 축구보다는 주인공들의 심적 갈등을 표현한 스토리물이라 할 수 있다. 배금택씨는 “결국 화해한 형제가 축구를 그만두고 산 속에 들어가 사는 해피엔딩”이라고 주장하지만 마지막이 해피엔딩인지 비극인지는 독자가 판단할 문제다. 대본소 만화 다섯 권으로 나왔으나 지금은 구할 수 없는 점이 안타깝다.
▲조재호의 <폭주기관차> 배금택씨의 제자 조재호씨가 스승의 작품 <황제의 슛> 을 리메이크한 작품.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재하며 22권의 단행본으로 마무리 됐다.
<황제의 슛> 과 이 작품을 비교해 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재미있다. 축구 경기 장면을 훨씬 더 늘렸다. ‘괴물 같은 힘 때문에 축구를 해서는 안 되지만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의 형제’라는 큰 틀은 똑같지만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다. 배씨는 두 형제를 갈등 관계로 그리는 반면 조씨는 폭주하는 형을 막기 위해 라이벌이 되는 동생의 관계다. 그래서 이 작품의 형제 관계는 눈물 겹다.
조씨는 “선생님(배금택)이 <황제의 슛> 을 제작할 때 내가 축구공과 잔디를 그리고 먹칠을 했다”면서 “선생님은 많은 형제 중 장남이었다. 장남의 시각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반면 나는 많은 형제 중 막내다. 형은형이기 때문에 존경하고 좋아할 수 밖에 없다. 형제끼리 서로 얼마나 믿어주는가를 중요한 포인트로 잡았다”고 말했다.
▲전세훈의 <슈팅> 1996년부터 주간지 <소년챔프> 에 연재된 히트작.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02년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다는 내용으로 당시만 해도 스토리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졌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사실적인 면과 코믹한 요소가 적절히 섞였으며 1부의 인기를 바탕으로 2부 <슈팅 코리아> 로 뻗어나갔다.
전씨는 “내가 축구 선수 출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주전 스트라이커가 부상일 때 선수를 뺄 것인지 그대로 밀고 나갈 것인지를 정확히 알 수 없어 힘들었다. 희망을 크게 갖고 거기에 흘리는 땀을 아끼지 마라. 축구에서 즐거움을 찾아야지 축구에 인생을 걸면 불행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박산하의 <공포의 축구화 블랙 스콜피오 - 달려라 슛돌이> 최근 유소년 축구 만화의 붐을 반영하는 만화. <레드 붐붐> 등의 축구 만화로 유명한 박산하씨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렸다. 아동학습만화가 아니라 약간의 판타지가 가미된 축구 만화라 할 만하다.
바닷가에 사는 주인공이 어느날 바닷물에 떠내려온 축구화 ‘블랙 스콜피오’를 발견한다. 이 신발은 주인에 따라 가공할 능력을 부여하기 때문에 아무나 신을 수 없다. 주인공이 유소년 축구를 제패하며 신발의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난다. 월드컵 상식이 중간중간에 잘 정리되어 있어 학부모에게 권한다.
▲오일룡의 <춤추는 쎈터포드> 축구 전문 만화가 오일룡씨의 대표작. 1990년대 만화 주간지 <아이큐 점프> 에서 연재됐다. 천재 축구 소년의 성공기가 유쾌하다. 독자가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준다. 1991년 제6회 포르투갈 세계 청소년 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남북단일팀을 소재로. 코리아팀의 세계무대 도전을 그렸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만날 수 있다.
▲김철호의 <그라운드의 표범> 1983년 <보물섬> 창간호부터 4년 동안 연재된 히트작. 축구 만화가 큰 인기를 끌지 못하던 시대에 등장해축구 만화의 가능성을 알렸다. 김철호씨는 이 작품과 함께 <0번 골잡이> <빵야 빵야> 등 축구 만화를 잇따라 히트 시켰다. 천방지축 천재 축구소년 성일이 반칙으로 아버지를 숨지게 한 원수에게 재가한 어머니와 갈등을 벌이는 설정을 깔고 있다.
▲히구치 다이스케의 <휘슬> 여성 작가가 그렸다는 점이 독특하다. 남성 작가의 작품에 비해 액션이 떨어지지만 작가가 1998년프랑스 월드컵을 보러 갔다 왔을 정도로 열정을 담았다. 축구를 너무 좋아하지만 이전 학교에서 공을 닦던 잔심부름꾼이던 주인공이 전학 후 진짜 스타로 성장하는 과정을 쫓아간다.
▲카사바 미치테루의 <환타지스타> 축구에 대한 진지함과 사실적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 이탈리아 진출을 꿈꾸는 주인공이 일본 청소년 대표에 뽑혀 맹활약한다. 코믹한 요소는 적은 편.
▲케니지 무라에다의 <우리들의 필드> 아르헨티나로 축구 유학간 소년이 세계 최고가 된다. 1998년 월드컵이 무대로 현실과 비슷하게 진행했다.축구에 대한 고증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상당히 인기가 좋았던 만화.
▲다카하시 유이치의 <캡틴 츠바사> 80년대 초부터 장기간 연재 되면서 일본 열도를 축구 열기로 몰아 넣었던 화제의 만화로 국내에는 <날아라 캡틴> 으로 소개됐다. 브라질 축구 유학한 신동을 다루었고 당시 일본 스트라이커 미우라가 츠바사의 화신으로 부각 되기도 했다. 순정 만화 같은 요소도 있다. 애니메이션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