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600년 만의 더위가 예상되면서 국내 에어컨 시장을 양분하는 ‘빅2’. 삼성전자와 LG전자 사이에 ‘원조 논쟁’이 치열하다. “우리 회사가 ‘꿈’의 원조”라며 한치 양보 없이 거세게 맞붙은 두 업체의 신경전은 차라리 전쟁에 가까울 지경이다.
논쟁의 중심은 ‘꿈’이라는 단어다. 삼성전자가 이달 10일 ‘꿈의 에어컨’이라는 컨셉트를 채용. 2007년형 ‘하우젠 다실(多室) 홈멀티 에어컨’을 출시하자 6일 뒤 LG전자가 신제품 발표를 마치고 그 다음날부터 ‘꿈의 바람’이란 카피를 들고 나온 것이 발단이 됐다.
삼성전자는 불과 며칠만에 LG전자가 같은 개념으로 맞불을 놓은 데 대해 “실로 어이없다”며 상도의를 무시한 태도라고 무척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04년부터 하우젠의 ‘여자라면 꿈꾸세요~’라는 슬로건 아래 꿈을 컨셉트로 한 프리미엄 가전을 개발해 왔다. 이번 ‘꿈의 에어컨’도 그 연장선상으로 이를 위해 연초부터 발빠르게 움직여 왔다.
그런데 불과 며칠 만에 경쟁사가 비슷한 슬로건을 내놓았다. 이는 누가 봐도 삼성전자의 컨셉트를 도용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경쟁사의 위기 의식에서 비롯된 염치 없는 카피”라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내놓은 ‘하우젠 꿈의 에어컨’이 2005년 출시한 ‘하우젠 은나노 에어워시’에 이어 두번째로 선보이는 꿈의 가전이라고 주장한다.
삼성전자는 꿈의 컨셉트를 다섯 가지 카테고리로 나눴다. 두 대의 실외기로 실내기 다섯 대를 동시에 가동하는 ‘꿈의 공간’이 첫번째이다.
이어 스마트 인버터를 적용한 ‘꿈의 기술’. 열대야 쾌면 기능과 서라운드로 펼쳐지는 ‘꿈의 바람’. 앙드레 김의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한 앙드레Ⅱ 디자인과 영국의 패브릭 디자인 회사인 오스본 & 리틀의 유럽풍 스타일을 적용한 ‘꿈의 디자인’. 마지막으로 슈퍼 청정 기능의 ‘꿈의 건강’ 등이다.
삼성전자는 “이처럼 소비자들의 꿈을 실현해 줄 기술과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있는데 경쟁사가 비슷한 카테고리를 들고 나오니 공정한 경쟁 관계를 무너뜨리겠다는 의도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LG전자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LG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된 ‘드림에어 프로젝트’를 통해 “냉기뿐 아니라 맑은 공기를 제공하는 신제품 개발을 시작했다”라고 반박한다. 그 결과 공기 청정·로봇 청소·살균 기능을 강화한 신제품을 내놓게 됐다는 주장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 에어컨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러나 소비자들은 질을 놓고 벌이는 두 업체의 신경전이 반갑다. 양사가 주장하듯 올 여름 더위를 이겨 낼 수 있는 바람을 내주는 ‘꿈의 에어컨’을 만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