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첫 국무총리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10여 명의 예비 후보 리스트를 이명박 당선인에게 보고한 가운데 조만간 인선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이번 총리 임명의 키워드로는 ‘중립 지역’과 ‘학자’를 꼽을 수 있다. 새 총리 선정을 계기로 정부 수립 이래 역대 총리 34명(장면•백두진•김종필•고건 총리는 2회 역임)의 출신 지역과 경력의 변천사를 짚어봤다.
▲군인에서 교수로
제1공화국부터 군사 정권까지는 군인 출신들이 대거 중용됐다. 초대 총리에 광복군 중장 출신의 이범석 총리가 임명된 것을 시작으로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대통령 등 군사 정권을 거치면서 군인들이 총리에 임명되는 사례가 많았다.
박정희 정권 시절 정일권(9대)•김종필(11대) 총리에 이어 제5공화국에선 김정렬(19대), 노태우 정부에서는 강영훈(21대), 김영삼 정부에서는 황인성(25대), 김대중 정부에서는 김종필(31대)•박태준(32대) 총리 등 군인 출신들이 우대를 받았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 후반기인 1970년대부터 변화의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 교수와 대학 총장 등 학자 출신들이 대거 총리 자리에 포진하기 시작했다.
제4공화국의 최규하(12대)•신현확(13대)•남덕우(14대) 총리는 모두 교수 출신이었고, 80∼90년대에도 김상협(16대) 고려대 총장, 이현재(20대)•이수성(29대) 서울대 총장 등 학자들이 잇달아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올랐다. 김영삼•김대중 정부에서는 이회창(26대)•이한동(33대)•김석수(34대) 총리 등 법조인 출신들이 인기를 끌다가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고건(35대)•이해찬(36대)•한명숙(37대)•한덕수(38대) 총리 등 장관(공무원)과 정치인들이 중용됐다.
▲지역색을 피해라
역대 정권의 가장 큰 숙제였던 ‘지역색 타파’ 노력은 총리 인선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래서 군사 정권까지는 이북 출신이나 대통령과 다른 지역 인사들을 총리로 기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북 출신으로는 백두진(4•10대)•정일권•유창순(15대)•노신영(18대) 총리 등이 있다.
박정희부터 김영삼 정권까지 영남 대통령이 집권할 때는 호남•충청이나 수도권 출신들이 선호됐다. 전북 출신의 김상협•진의종(17대)•황인성•고건 총리 등이 대표적 사례. 그래서 역대 총리 34명 중 영남 출신은 7명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반면 전남 출신의 김대중 정부에서는 김종필(충남)•박태준(부산)•이한동(경기)•김석수(경남) 총리 등 호남 출신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대학 총장•충청 출신이 뜬다
경북 출신의 이명박 정부 역시 총리 선임 기준으로 ‘중립 지역’과 ‘학자’를 주요 키워드로 삼고 있다.
주요 후보 중에는 숙명여대 총장인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한승주 고려대 총장서리, 안병만 전 한국외대 총장,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 박찬모 전 포항공대 총장 등 전현직 대학 총장들이 대거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명박 당선인이 기업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CEO형 총장’이 인수위에서도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4월 총선을 겨냥하고 중립 지역 인사를 중용한다는 취지에서 충남 출신의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와 충북 출신의 이원종 전 충북지사도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신화섭 기자 [myth@ilgan.co.kr]
<역대 총리 경력 분포>
교수•총장 14 군인 7 은행•기업인 4 정치인 3 법조인 3 외교•공무원 3
<역대 총리 출신지 분포>
이북 9 서울 6 전북 5 인천•경기•강원 4 부산•경남 4 경북 3 충남 3 역대>역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