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에게 저장성의 성도 항저우하면 으레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쑤저우·항저우가 있다”는 수식어를 떠올린다. 월나라 땅이었고, 남송의 수도였던 항저우는 중국 차 중 최고로 꼽히는 용정차와 5000년 역사의 비단 등과 함께 중국의 10대 명승지 중 하나인 시후의 달빛을 품었다. ‘땅 위의 천당’ 항저우는 지난해 중국 국가관광국에 의해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관광도시’로 뽑히기도 했다.
소동파 등 시인 묵객들이 사랑한 서호 항저우 풍광의 으뜸은 시후다. 호수 앞에 서면 소동파·백거이 등 시인묵객들의 아름다운 시구가 절로 떠오른다. 곳곳에 시비와 동상이 있다. 시후는 월나라 왕 구천의 충신 범려가 오나라 왕인 부차에게 바쳐 오를 멸망케 했다는 중국 4대 미인 서시의 이름을 따서 시즈후라고도 불린다. 시후는 그 수려함으로 인해 인민폐 1위안 지폐 후면에도 당당히 전경이 실렸다.
시후는 넓이가 5.66K㎡에 이른다. 호수는 제방을 따라 5개로 나뉘어져 있으며, 3개의 섬이 떠 있다. 시후는 안개가 끼었을 때나 달 밝은 밤 또는 일출·일몰 때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준다. 시후 10경은 소동파가 항저우에 지사로 부임했을 때 쌓은 둑으로 봄날 새벽의 경치가 가장 절경이라는 소제춘요(蘇堤春曜), 버드나무 춤추듯 바람이 일렁일 때 원앙새 소리를 듣는다는 유랑문앙(柳浪聞鴦), 봄에 모란꽃을 보며 용정차를 마시는 운치있는 공원인 화항관어(花港觀魚) 등이다. 시후를 둘러보려면 15㎞에 이르는 산책로를 약 4시간 동안 따라 걷거나 순환전동차(1.5시간 520위안)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시후관광의 백미는 역시 유람선(1인당 45위안)이나 노저이배(1시간 30위안)를 타는 것이다. 호젓한 노저이배에 몸을 실으면 어느새 가랑잎처럼 물 위를 떠도는 한 조각 배가 된다.
뇌봉탑-육화탑-영은사 등 명승지 즐비 항저우의 또다른 관광 명소는 뇌봉탑(雷峰塔)·육화탑(六和塔)·영은사(靈隱寺) 등이다. 호수 남쪽 끝 작은 언덕 위에 자리한 뇌봉탑은 8각형의 5층 탑으로 송나라 때 건립되었으나 2002년 다시 복원됐다. ‘석양이 질 때 탑의 그림자가 금빛찬란하다’고 해서 붙여진 뇌봉석조(雷峰夕照)는 서호 10경의 하나다.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된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등을 타고 탑에 오르면 서호 전경과 시가지가 한 폭의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북송 때 지어진 육화탑은 첸탄강 북쪽 연안 월륜산에 위치한다. 전체 높이는 59.89m로 외관은 13층, 내부는 7층으로 나선형 계단을 이용하여 올라갈 수 있다. 수호지의 무송과 노지심이 이곳에서 입적했다고 전해진다.
선종 10대 사찰 중의 하나인 영은사는 항저우 서북쪽 비래봉 옆에 위치해 있다. 동진 시대에 인도 승려 혜리가 지었다. 비래봉에는 10~14세기 경에 만들어진 석굴 조각품 330여 개가 산을 따라 조각되어 있다.
김구 선생 피난처와 의천의 고려사 항저우에서 한국인의 숨결을 느껴볼 수도 있다. 고려 때 대각국사 의천이 지은 고려사(高麗寺)는 서호 부근 천목산(1506m)에 자리잡았다. 의천이 혜인원(惠因院)으로 불렸던 이 사찰에 머물다가 귀국한 뒤 불경과 재정 지원을 한 그를 기념해, 항저우시 당국이 고려사란 이름을 붙여 지난해 5월 공식 개관했다.
임시정부의 대표이자 독립운동의 정신적 지주였던 김구 선생의 유적지도 둘러볼 만하다. 시후 인근 자싱에 있는 김구 선생 피난처에는 당시 일본군이 들이닥칠 때를 대비해 건물 뒤 호숫가에 두었던 배가 아직도 보존되어 있다.
리홍(李虹) 항저우 관광위원회 주임은 “항저우 관광객의 70%가 아시아인이고 한국인이 45만 명으로 톱이다. 한국과 항저우는 고려사나 김구선생 유적지 등 인연이 깊다. 앞으로 황산-계림 등과 연계, 한국 손님을 위한 지원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항저우(중국)=글 박명기 기자 [mkpark@joongang.co.kr] 사진 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