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월드컵 유치를 위해 측면지원에 나선 박태환(21·단국대)이 자신의 우상이자 세계적 거물 이언 소프(28)와 대결을 벌이게 됐다.
박태환은 2022 월드컵 유치단의 일원으로 지난달 30일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회가 열리는 스위스 취리히로 갔다. 한국과 유치경쟁을 벌이는 호주에서 소프는 여전한 국민영웅으로 월드컵 유치에 앞장서왔다. 취리히에 '인간 어뢰'의 깜짝 출현도 기대된다.
호주 언론들은 호주 대표단이 소프를 비롯한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를 동원해 "FIFA 집행위원들을 놀라게 할 영상을 준비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영상은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블록버스터 '솔트'를 비롯해 '본콜렉터' 등을 제작한 필립 노이스 감독이 준비했다. 출연진은 소프와 세계적 영화배우 니콜 키드먼과 캐시 프리맨, 그리고 휴 잭맨이다. 올림픽과 할리우드 스타들의 총출동이다.
박태환은 소프로부터 세계 수영 중거리 부문의 왕자 자리를 물려받아 인연이 남다르다. 소프는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자유형 200m와 400m를 석권했다. 소프가 은퇴 후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박태환은 400m에서 금메달을 딴 뒤 200m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소프는 "박태환은 내 기록을 깰 수 있는 선수"라며 칭찬했다. 축구팬인 소프는 일찍부터 월드컵 유치활동에 참여해왔다. 6월 남아공 월드컵 때는 현지를 방문해 홍보대사로 활약했다.
취리히에 도착한 박태환은 "수영선수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월드컵 유치에 힘을 보태고 싶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대한민국 선수로 참가했지만 이제는 월드컵 유치의 열정과 자부심을 안고 왔다. 월드컵 유치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영국 BBC는 홍보활동에 나선 각국의 유명인사 중 호주와 미국의 영향력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호주는 소프와 키드먼·프리맨·잭맨뿐아니라 포뮬러원(F1)의 스타 마크 웨버까지 힘을 싣고 있다. 미국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유명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자국 출신 인물을 부각하기 어려운 카타르는 오일머니를 동원해 세계적인 축구스타를 확보했다. 아랍의 피를 물려받은 지네딘 지단을 홍보대사로 초빙해 월드컵 개최로 '중동·아랍의 축구열기와 평화정착'을 홍보 포인트로 삼았다. 호셉 과르디올라 바르셀로나 감독, 왕년의 아르헨티나 축구스타 가브리엘 바티스투타 등도 카타르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민간 주도로 월드컵 유치에 나선 일본은 세계적 인사 섭외가 신통찮다. 은퇴한 일본대표팀 주장 나카타 히데토시가 조국을 위해 뛰고 있다.
한국의 간판은 박지성(맨유)이다. 경쟁국을 대표하는 현역선수 중 가장 지명도가 높다. 떠오르는 스타 박태환이 한 물 간 소프의 아성을 무너뜨린다면 월드컵 유치를 위해 측면 지원에 나선 스포츠 스타들의 임무는 완수되는 셈이다.
장치혁 기자 [jangt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