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대호(29)의 연봉조정이 20일 끝났지만 아직 후폭풍은 여전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에서는 무명의 야구 팬 뿐 아니라 명사들도 롯데와 한국야구위원회(KBO)를 비난하고 있다.
박찬종 전 국회의원은 22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을 '그룹 최고 실력자'로 지칭한 뒤 "이대호 선수 연봉을 이렇게 '쪼잔'하게 (책정)하는가. 선수단 사기를 꺾고 팬들을 실망시켰다"고 비판했다. 부산 출신인 박 전 의원은 10여 일 전에도 "이대호 선수가 올린 성과에 맞게 대우해야 한다"라며 신 부회장에게 "팬들이 속시원하게 이 선수의 연봉 홈런 한 방 때려달라. 통 큰 롯데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국 서울대학교 법대 교수도 구단 손을 들어 준 KBO 조정위원회를 비판했다. 조 교수는 22일 "제 생각으로는 KBO가 구단과 선수의 중재자 역할을 하기 보다는 구단의 편만 들었습니다. 롯데 팬으로서 불쾌합니다. 타격 7관왕은 장난이 아니잖습니까"라는 트위터 글을 개제했다. 조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지난 13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차남의 서울대 로스쿨 부정 입학 의혹을 반박한 뒤 관심도가 크게 높아졌다.
정치적으로 박 전 의원은 중도 보수, 조 교수는 진보 쪽에 배치될 수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생각과 성향 차이를 떠나 이대호를 지지하고 있으며, 이번 겨울 한 선수의 연봉 책정을 놓고 사회 이슈가 됐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박 전 의원은 경남 김해, 조 교수는 부산 출신인 롯데 팬이다. 이에 앞서 가수 김장훈, 전 프로야구 선수 양준혁, 전 프로농구 선수 우지원 등도 이대호의 연봉조정 패배를 아쉬워하는 의사 표시를 인터넷 공간에서 했다.
20일 전지훈련지인 사이판으로 떠난 이대호는 "아쉽지만 끝난 일이다. 개인 차원의 법적 대응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오프라인 공간으로 비판 무대를 옮길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롯데팬이라고 밝힌 김모(39·서울 거주)씨는 23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팬 10여 명과 회합을 했다. 구단 수뇌진 퇴진 운동을 벌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개막전 보이코트, 구단 매출 떨어뜨리기 등 여러 행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 재계약 지지 광고 운동을 했던 또다른 김모씨는 "팬들의 실력 행사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구단도 팬들이 얼마나 분노하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규 기자 [didofid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