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축구협회장 산하 7개 분과위원회 중 하나지만 그 파워는 막강하다. A대표팀 감독 선발은 물론 각급 대표팀 선수 선발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권한에 어울리는 소통 리더십은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올림픽·청소년 대표팀 의견은 듣지 않은 기술위
기술위원회는 16일 파주트레이닝센터(NFC)에서 2011년 제1차 기술위원회를 열었다.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도 참석했다. 3위로 마친 아시안컵 결산과 함께 젊은 선수들의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20세이하(U-20) 청소년대표팀 중복 문제가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기술위는 선수들의 각급 대표팀 일정이 겹치면 A대표팀에 우선 차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시간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큰 아들 성민 군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 20세이하 청소년팀을 이끄는 이광종 감독은 분당 자택에 있었다. 'A대표팀에 우선 차출한다'는 기술위의 결정은 A대표팀은 물론 올림픽 대표팀과 20세 청소년대표팀에 큰 영향을 준다. A대표팀에 뽑힐 만한 올림픽 대표팀 또는 20세이하 대표팀 선수라면 그 연령대에서는 최고 기량의 선수라는 얘기다. 빠질 경우 전력 약화는 불 보듯 뻔하다.
따라서 기술위는 홍 감독과 이 감독을 회의에 참석시켜 의견을 들어봐야 했다. 좀 더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았을 지도 모른다. 이회택 기술위원장은 "다음 기술위를 언제 열지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선수 혹사 예방
과정은 문제가 있지만 기술위가 대표선수 활용 방안에 대한 '교통 정리'에 나선 것은 적절하다. 올 해에는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9월2일·9월6일·10월11일·11월11일·11월15일)과 런던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6월19일·6월23일·9월21일·11월23일·11월27일)을 비롯해 FIFA U-20 월드컵(7월29일~8월20일·콜롬비아)이 치러진다.
그 중간에는 A대표팀의 평가전(6월4일·6월7일·8월10일·10월7일)도 예정돼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재 A대표팀에서 뛰고 있는 기성용·구자철·윤빛가람(21·경남)·홍정호(22·제주)·김보경(22·오사카) 등은 올림픽 대표팀에도 속해 있다. 터키와 평가전에 소집됐던 지동원(20·전남)·손흥민(19·함부르크)·남태희(20·발랑시엔) 등은 A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에서 모두 뛸 수 있다. 따라서 자칫하다가는 어린 선수들이 각급 대표팀에 불러다니며 혹사를 당할우려가 있다. 조영증 축구협회 기술교육국장은 "조광래 감독이 조만간 A대표팀에만 전념할 선수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