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프로축구 득점왕 모임 '황금발' 멤버의 자존심 대결이 열린 인천 월드컵경기장. 2009년 득점왕 이동국(전북)이 지난해 득점왕 유병수(인천)에 완승을 거뒀다. 이동국은 30일 인천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전북의 K-리그 8라운드 경기에서 두 골을 몰아넣으며 팀의 6-2 완승을 이끌었다. 인천으로서는 페널티킥을 실축한 유병수의 골 침묵이 뼈아팠다.
장대비 속에 치러진 경기.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웠다. 물이 군데군데 고여 짧은 패스는 멈춰서기 일쑤였다. 선수들은 잔디가 미끄러워 제대로 균형을 잡지 못하고 넘어졌다. 해법은 세트피스였다.
경기 시작 1분 만에 인천의 선제골이 터졌다. 장원석의 왼발 프리킥을 한교원이 머리로 받아 넣었다. 그러나 이내 전북의 반격이 시작됐다. 전반 10분 임유환이 동점골을 뽑아냈다. 에닝요의 오른발 프리킥 슈팅이 인천 골키퍼 송유걸에게 막혔지만 쇄도해 들어가며 골을 마무리했다. 공이 물기를 머금고 있어 골키퍼로서는 처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균형을 깬 주인공은 '라이언 킹' 이동국이었다. 황보원의 중거리 슈팅을 컨트롤한 뒤 침착하게 골문을 열었다.
'인천 호날두' 유병수에게도 반격의 기회는 있었다. 에닝요의 골로 1-3으로 뒤진 후반 22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파울을 얻어냈다. 자신이 직접 키커로 나섰지만 염동균의 선방에 막혔다. 성공했다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설상가상으로 2분 뒤 이동국에게 쐐기골까지 나왔다.
이동국은 에닝요의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서 시즌 6호골을 달성했다. 단숨에 득점 2위로 뛰어올랐다. 후반 32분에는 정성훈이 전북의 '골 퍼레이드'에 합류하며 점수차를 벌렸다.
인천은 주장 배효성이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종료직전 김동찬에게 6번째 실점을 허용하며 대패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유병수에게 페널티킥을 허용해 3-2가 됐다면 심리적으로 쫓길 수 있었는데 염동균이 선방해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 많은 골이 터지며 체력 소모가 크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다. 내일 산둥으로 챔피언스리그 원정을 떠나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며 기뻐했다.
인천=이정찬 기자 [jayc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