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말을 길들여 농업·전쟁·운송에 사용한 후 놀이와 레저에도 말을 도입했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말 관련 경주·경기는 크게 10여종이다. 말의 스피드를 경주에 사용하는 경마를 비롯, 말의 우아한 걸음걸이를 점수화한 마장마술, 도약력과 속도로 승부를 가르는 장애물 등이 있다. 일간스포츠가 말관련 경주의 유래와 특징을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평지경주는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경마를 뜻한다. 경마는 고대 올림픽 종목이었으며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족도 경마를 즐겼다. 오늘날의 경마가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17~18세기 잉글랜드에서 아랍종과 잉글랜드 토종말의 교배를 통해 서러브렛이 탄생한 덕분이다.
▲경마의 기원 경마는 십자군 원정에서 귀환한 기사들이 영국으로 가지고 들어온 아랍 말이 있었기에 시작될 수 있었다. 처음 아랍종은 그 속도와 정신력으로 인해 많은 찬사를 받았고 경마는 1600년대 초반 시작됐다.
경마가 현 영국 왕실의 비호를 받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당시 경마도 제임스, 찰스1세 등 왕들의 후원을 누리면서 1600년대 내내 뉴마켓에서 개최됐다. 오늘날도 뉴마켓은 영국 평지경주의 중심지다.
경마가 현대의 형태와 비슷하게 치러지기 시작한 것은 앤여왕이 군주였던 1700년대 초반부터다. 다양한 그룹의 말들 사이에서 경주가 벌어졌고 관중들은 그 결과를 놓고 돈을 걸었다. 경마가 인기를 끌자 1711년 설립된 아스콧 등 경마장이 건설됐다.
▲자키클럽 탄생 경마가 번성하면서 경마 전반을 관장할 자키 클럽도 1752년 탄생했다.
자키 클럽은 엄격한 규정을 통해 경마가 이뤄질 수 있도록 체계를 잡았다. 현재의 조교사와 경주 방식은 물론 경마장 건설 경주마 판정까지 다루고 있다.
경주마의 경우에는 고유 혈통서를 가지게 했다. 전 세계 경마국 중 영국의 혈통서가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가장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혈통서는 179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평지경주 운영 평지경주는 패턴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패턴시스템이란 말의 능력을 테스트하기에 적합한 정해진 거리를 대상으로 일련의 경주를 조직하는 것이다. 서러브렛은 성숙이 빠르기 때문에 2세부터 경주를 시작할 수 있다. 가장 높은 수준의 경주는 그룹1 클래식스가 포함된다. 경마 종주국인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경주는 엡섬더비(4세 이하 수말)와 오크스(4세 이하 암말) 뉴마켓의 2000기니(4세 이하 수말)·1000기니(4세 이하 암말) 등이 있다. 경주는 말의 능력과 나이에 따라 다양한 수준으로 치러진다. 주로도 잔디주로 또는 모래 주로에서도 벌어진다.
▲핸디캡 부여 경마는 핸디캡 시스템을 사용한다. 즉 출주마 중 가장 뛰어난 말이 가장 무거운 부담중량을 지고 달려야 한다. 공식 핸디캐퍼는 모든 경주마의 능력을 감시하고 핸디캡 적용 중량을 결정한다. 경주마들은 타고난 능력과 훈련으로 인해 발현되는 능력이 천차만별이다. 핸디캡 시스템이 없다면 한마리 말이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수많은 경주에 나서도 전승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팁, 비운의 아랍종 부활1700년대 초반 서러브렛이 생산된 후 서러브렛의 아버지 격인 아랍종은 시련을 겪었다.
아랍종의 후손인 서러브렛이 성공을 거두자 아랍종 경마는 거의 명맥이 끊겼다. 아랍종은 영국 경주마의 기원이었고 경마를 유행시킨 주인공이지만 주로를 떠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 했다. 서러브렛이 탄생한 다음에도 초반에는 아랍종이 서러브렛과 대등한 경주를 펼쳤다. 그러나 서러브렛의 생산이 더 정교해지면서 아랍종은 덩치와 속도에서 상대가 되지 못했다. 달리기 위해 생산된 아랍종은 더빠른 서러브렛이 나타난 후 적자생존의 원칙에 따라 사라지기 시작했다. 1900년대 아랍종 경주마는 주로에서 사라졌다. 잊혀지던 아랍종은 1978년 다시 기회를 잡았다. 1978년 아랍말 협회 회원들은 아랍종을 위한 아마추어 평지 경주를 조직할 수 있도록 자키클럽의 허가를 받았고 이후 아랍종 경주마는 명맥을 이을 수 있게 됐다
※팁 최고의 경주마 이클립스 1764년 태어난 이클립스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경주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클립스라는 이름을 얻은 것은 1764년이 영국에서 대규모 일식이 벌어진 시기라 붙여진 이름이다. 이클립스는 호흡기에 결함이 있고 성격이 나쁜 말로 유명하다. 그러나 1769년과 1770년 벌어진 경주에서 전승을 거뒀다. 초기 평주 경주는 지금보다 먼 거리를 달렸는데 이클립스는 주로 4마일(5600m) 경주에 출전했다.
이클립스는 너무 강했기 때문에 1771년 조기 은퇴했다. 아무도 이클립스와 겨루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마가 성립되지 않았다. 이클립스는 은퇴 후 씨수말로 전환됐다. 씨수말로도 이클립스는 이름값을 했다. 이클립스의 혈통을 이은 말들이 대부분 더비에서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클립스는 서러브렛의 4대 혈통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한편 이클립스가 1789년 25세로 죽자 경마 관계자들은 이클립스의 비밀을 캐기 위해 해부를 시도했고 이클립스의 성공 비결이 밝혀졌다. 이클립스의 심장은 비정상적으로 컸는데 무려 6.5㎏이나 됐다. 일반적으로 말의 심장은 3㎏정도로 이클립스는 일반말의 두 배가 넘는 강력한 심장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채준 기자 [doori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