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일간스포츠와 전화 통화에서 김주영(24)의 목소리가 잔뜩 가라앉아 있었다. 이적 과정을 설명하며 감정에 북받쳐 한동안 말을 잊지 못하기도 했다.
중앙 수비수 김주영은 2010 시즌을 마친 후 경남과 계약기간(2009~2011년)을 1년 연장했다. 이때 7억원 이상 이적료를 내는 팀이 있으면 자유롭게 이적을 허용한다는 바이아웃 조항도 넣었다.
지난 시즌을 마친 후 서울이 그에게 관심을 보였다. 어린 시절부터 FC 서울을 동경했던 김주영의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 왔다. 그러나 경남은 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수원과 협상을 진행했다. 경남은 서울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수원과 합의했다. 현금에 하태균을 얹어주는 조건이다.
유럽에서는 팀을 옮길 때 선수의 뜻이 반영된다. 바이아웃도 마찬가지다. 선수에 대해 어느 정도 이상 가치를 인정해주는 구단이 나올 경우 선수가 팀을 선택할 자유를 주는 제도다. 경남과 수원은 인터내셔널룰과 로컬 룰은 다를 수 있다는 태도다. 프로연맹은 고심하고 있다.
중간에서 가장 힘든 건 선수 본인이다.
-지금 심정이 어떤가.
"착잡하고 화가 난다. 선수는 항상 구단의 의사에 따라 희생돼야 하는 봉인가. 지금은 운동에도 흥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무기력해진 느낌이다."
-구단 측에 줄곧 서울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들었다.
"그동안 뛸 수 있는 기회를 준 경남이 좋고 고마웠다. 그러나 경남 측에 '만약 나를 이적시키게 된다면 FC서울로 보내달라'고 계속 이야기했다. 서울에서 뛰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나의 꿈이었다.
집(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과도 가깝고 집안 사정이 어려워 이왕이면 서울에서 뛰고 싶었다. 구단과도 이 점에 대해 충분히 커뮤니케이션이 됐다고 생각했다. '서울로 갈 실력이 안 된다면 경남에 남고 싶다'고도 했다.
게다가 나는 바이아웃이 있는 상태에서 서울의 오퍼가 왔기 때문에 서울로 가겠다고 한 것이다. 생떼를 부리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도 경남 측은 '서울로는 죽어도 보낼 수 없다'고 말했다."
-좀더 구체적으로 이적 과정을 설명해달라.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가 서울전이었다. 0-3으로 패했다. 수비수로서 3골이나 내줬기 때문에 스스로 '서울 이적은 힘들겠구나' 생각했다. 시즌이 끝난 뒤 경남 측에서 '너를 영입하려는 팀이 있는데 이적할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때는 '이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수비수가 부족한 몇몇 구단에서 나를 영입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서울의 제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서울이 아니면 이적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휴가(12월23일~1월1일)를 다녀온 뒤 에이전트를 통해 서울의 제의가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나는 서울로 가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바이아웃 금액(7억원)을 서울에서 제시했기 때문에 당연히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경남에서는 '이적하지 않는다고 해놓고는 왜 이제 와서 입장이 바뀌었느냐'고 하더라. 그래서 뒤늦게 서울의 제의가 왔다고 설명했지만 경남 측에서는 절대 보낼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구단 관계자로부터 '윤빛가람과 김영우를 보지 못했느냐.
우리가 다른 팀으로 보내면 그만이다. 선수가 어떻게 할 것이냐'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너무나 화가 나고 자존심이 상했다. 그리고 경남은 다른 팀과 협상을 시작했고 수원이 영입 경쟁에 뛰어들었다.
나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수원 코칭스태프로부터 전화가 왔기에 '나는 서울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수원 코치 선생님들도 내 의사를 듣고는 '네 입장을 충분히 알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3~4일 전에 경남으로부터 '올해 초 날짜로 너를 수원으로 보내기로 했다'고 통보받았다. 정말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는 이적분쟁조정신청을 하는 등 법적 투쟁을 불사하고 있다.
"조만간 프로축구연맹에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고 있다.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 서울에서는 '경남으로 가지 말고 우리 쪽으로 와서 훈련을 하라'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나는 일단 경남으로 내려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 거기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나.
"휴가를 다녀온 뒤 경남 함안에서 훈련했다. 이적을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팀 훈련에는 참여하지 않고 따로 훈련했다. 경남이 지난 14일에 제주도로 훈련을 떠났기 때문에 나는 하루 전인 13일 팀을 나와 서울로 올라왔다. 개인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동네 뒷산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