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은 해당 프로스포츠계에 퍼진 급성 암세포와 같다. 빠르고 강력하게 그 판을 집어삼켜 버린다. 프로배구에서 터진 이번 승부조작 파문의 여파는 그래서 가볍지 않다. 악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끌어오르기 시작한 배구 흥행이 직격탄을 맞았다. 올 시즌 프로배구는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역대 최다 관중을 기록을 갈아치운 지난 시즌(188경기·34만5549명)보다 더 호황이었다. 여자부 IBK기업은행의 창단으로 파이가 커졌고, 세트 스코어 3-0과 3-1 승리팀엔 3점, 풀세트 승리팀에 2점을 주는 차등 승점제가 흥미를 돋우면서 경기장을 찾는 배구팬들이 늘어났다. 승부조작 파문은 이런 흥행 열기에 찬물을 끼얹어버렸다. 한 배구팬은 "씁쓸하다. 이젠 경기장을 찾기가 찜찜할 것 같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남자부의 숙원이었던 드림식스 인수팀 찾기도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커졌다. 모기업이 사라진 드림식스를 위탁 관리하고 있는 한국배구연맹(KOVO)은 그동안 인수기업을 물색해왔다. 몇몇 기업이 적극적으로 인수 의사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구단은 야구나 농구, 축구 등 다른 프로스포츠단보다 운영 비용이 적게 든다. 그러면서 홍보 효과는 작지 않다는 게 매력이다. 김홍래 KOVO 홍보팀장은 승부조작 사건이 드림식스 인수기업 찾기에 미칠 여파를 묻자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긍정적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무신협의 운명에 대한 논란도 재점화할 전망이다. 프로배구계에서는 상무신협 선수들의 승부조작 가담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상무신협은 군 팀이어서 급여가 적다. 자연스럽게 돈의 유혹에 흔들리기 쉽다. 지난해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 때도 상무 선수들이 무려 9명이나 기소됐다. 아직까지 밝혀진 것은 없지만 검찰 수사가 KEPCO 이외의 다른 팀으로 확대된 만큼 연루된 선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무신협은 외국인 선수 출전 문제로 기존 구단과 갈등을 겪고 있다.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로 가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승부조작 가담자가 나온다면 치명타다. KOVO 관계자는 상무신협의 프로 잔류에 대해 "지금 말씀 드릴 순 없는 것 같다. 수사 결과에 따라 그 부분도 거론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