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롯데는 '단기전에서 상대하기 좋은 팀'이었다. 그러나 올해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는 상대 두산 더그아웃이 당황할 만큼 안정된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또 주전 한 명의 부상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전력을 갖췄다.
2차전의 승부처는 7회초였다. 롯데는 1사 1·2루 기회를 잡았고, 문규현이 타석에 섰다. 문규현은 1볼-1스트라이크에서 두산 선발 노경은의 떨어지는 유인구를 참아냈다. 2볼-1스트라이크, 유리한 상황이 됐고 문규현은 좌중간에 떨어지는 1타점 적시타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1차전에서 니퍼트의 유인구를 골라내며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갔던 롯데는 2차전에서도 중요한 순간 유인구를 참아냈다.
두산 벤치에서는 7회 투수 교체 타이밍을 잡는 데 애를 먹었다. 1사 1루에서 용덕한에게 중전안타를 맞을 때 노경은의 투구수는 99개였다. 문규현에게는 103구째를 맞았다. 결과론이지만 동점타가 나오기 전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면 승부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롯데는 이날 강민호 없이 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시즌 중 트레이드로 영입한 용덕한 덕이었다. 1차전 7회부터 등장해 안정적인 투수 리드를 선보인 용덕한은 2차전에서도 유먼과 롯데 불펜 투수들을 잘 이끌었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공격력'마저 장점으로 뒤바꿔놨다. 용덕한은 9회초 상대 오른손 홍상삼의 높은 직구를 받아쳐 결승 홈런을 쳐냈다. 용덕한의 진가가 공수에서 십분 발휘됐다.
두산에서는 아쉬운 장면이 끊임없이 나왔다. 롯데 선발 유먼은 9월20일 목동 넥센전 등판 후 왼 엄지 발가락 부상으로 쉬었고, 숙부상까지 겹쳐 정규시즌 막판 미국을 다녀왔다. 10월6일 문학 SK전에서 1이닝을 던졌지만 몸 상태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1회말 유먼은 한참 좋을 때의 공을 던지지 못했다. 두산은 김현수의 중전 적시타로 선제점을 얻었다. 그러나 윤석민의 잘 맞은 타구가 펜스 근처에서 롯데 좌익수 김주찬에게 걸렸다. 이원석의 2루타도 펜스를 강하게 때려, 1루주자 김현수가 홈까지 달릴 시간을 벌지 못했다. 유먼은 2회부터 안정을 찾았고, 6이닝(6피안타 1실점)을 무난하게 채웠다. 롯데 불펜진은 3이닝 정도는 충분히 막을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
두산 김재호는 1차전에서 부상 중인 유격수 손시헌의 공백을 잘 메웠다. 그러나 2차전에서는 경험 부족이 드러났다. 김재호는 5회말 2사 1루에서 2루 도루에 성공하고도 '오버런'을 범해 횡사했다. '90% 이상의 확률이 있어야 3루를 노려야 한다'는 기본을 잊었다. 김재호는 7회초 수비에선 너무 서두르다 실책까지 범했다.
9회말에는 두산 전체의 '경험 부족'이 드러났다. 무사 1루에서 윤석민이 초구에 번트를 시도했다. 이미 롯데 내야수들이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파울이 되더라도 파울라인 쪽으로 타구를 보내야 했다. 그러나 타구가 강하게 안쪽으로 흘렀고 3루수 황재균에게 잡혀 병살타가 됐다.
롯데는 PO행 티켓을 거의 손에 넣었다. 하지만 아직은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2010년 준PO에서 두산에 2연승하고도 내리 3연패를 했던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 1·2차전 승리의 요인은 인내였다. 긴장을 풀지 않고, 끝까지 참아내는 것. 롯데에게 하고픈 준PO 마지막 당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