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준 송호대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학선발팀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한국 대학선발팀은 현재 U-리그 왕중왕전 32강에 오르지 못한 대학 38곳에서 선수들을 선발해 베트남 축구협회 국제축구대회(VFF)에 출전했다. 명색의 한국 대학선발팀이지만 연세대, 고려대 등 축구명문 대학의 에이스들은 모두 빠졌다. 26일부터 동해시에서 열린 왕중왕전에 참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탈락한 대학의 선수들을 뽑은 외인구단이었다. '송호대 기적'을 썼던 하성준 감독도 처음에는 "이 선수들로 될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양구에서 훈련을 하며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하 감독은 "대학축구 U-리그에서는 좌절을 맛봤지만, 한국을 대표해 선발된 선수"란 것을 강조했다. 선수들도 자신들을 향한 비아냥에 정면으로 도전을 하겠다고 축구화 끈을 졸라 맸다. 하 감독은 "선수들이 한번 뭉쳐서 해보자는 의식이 강하다"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선수들의 자신감은 성적에서 증명됐다.
VFF에는 베트남과 라오스, 투르크메니스탄의 성인 대표팀이 출전했다. 한국만 대학선발이 나섰다. 상대팀도 한국을 비웃었다. 어린 선수들이 왜 나왔겠어라는 표정이었다. 24일 라오스와 첫 경기에서 전반 12분 만에 프리킥 골을 내줄 때까지만 해도 한국 대학선발은 약한 팀으로 보였다. 그러나 하성준 감독이 이끄는 대학선발은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 전반 34분 한승엽(22·경기대)이 동점골을 뽑아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더니 김평진(22·한남대), 박정빈(22·국제사이버대), 이중권(20·명지대)이 연속골을 넣으며 4-1로 대승을 챙겼다. 참가한 다른 팀들도 놀란 경기력이었다.
26일에는 중앙아시아의 복병 투르크메니스탄을 상대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한국 성인대표팀도 꽤나 까다로워하는 팀이다. 그러나 대학선발팀은 쉽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전반 30분 박지훈(22·청주대)이 멋진 터닝슛으로 선제골을 뽑았다. 이어 후반 7분에는 한승엽의 패스를 받은 공민현(22·청주대)이 추가골을 넣었다. 투르크메니스탄 성인대표팀은 수비라인을 끌어올려 한국 대학선발팀을 위협했다. 그러나 후반 39분과 42분 역습에서 조인영(22·인천대)과 양세운(22·남부대)가 두 골을 추가한 대학선발팀은 4-0으로 투르크메니스탄을 가볍게 제압했다.
하성준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해줘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 한 번 씩 실패를 한 아이들이지만 이곳 베트남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대학선발은 이틀 뒤 홈팀인 베트남과 3차전을 치른다. 2승을 기록 중인 한국 대학선발은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면 우승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