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환(31)과 오승환(30), 안지만(29·이상 삼성)은 한지붕에서 사는 룸메이트였다. 함께 자고 함께 먹으며 꿈을 키운 그들의 동거는 1년만에 끝났지만 함께 활약하자는 꿈은 3년 뒤 한국시리즈에서 현실이 됐다.
지난달 31일 열린 KS 5차전은 세 투수가 말 그대로 '북 치고 장구 친' 경기였다. 선발로 나선 윤성환은 6이닝 동안 안타 5개만 내주며 1실점으로 SK 타선을 막았다. 2-1로 앞선 7회초 세번째 투수로 나선 안지만은 윤성환이 남긴 주자 한 명을 포함해 무사 1·2루에 등판해 세 타자를 연속 범타처리했다. 8회 2사까지 잡아낸 안지만은 마무리 오승환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오승환은 9회 선두타자 최정에게 3루타를 맞았지만 끝내 무실점으로 막고 경기를 매조졌다. 윤성환 선발승-안지만 홀드-오승환 세이브의 필승 공식이었다. 세 선수는 1차전에서도 나란히 선발승과 홀드, 세이브를 올리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세 사람은 2009년 대구구장에서 가까운 빌라에서 함께 살았다. 부산이 고향인 윤성환과 서울 출신 오승환은 2008년까지 경산 볼파크 숙소에서 지내다 함께 방을 구했고, 대구가 집인 안지만이 여기에 합류해 세 사람의 동거가 시작됐다. 1년간의 동거는 2009년 안지만이 다시 집으로 들어가면서 끝이 났다. 안지만은 "장난삼아 성환이 형이 선발로 나가서 이기고, 내가 홀드를 올리고 승환이 형이 세이브를 올리자는 얘기를 했다. 시즌 중에는 몇 번 있었는데 이번 KS에서 두 번이나 그렇게 됐다"며 웃었다.
안지만은 지난해 KS에서 4홀드를 올리고, 이번 KS에서도 2개의 홀드를 챙겼지만 아쉽게도 데일리 MVP를 비롯해 수상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는 "저는 상복이 없어서 포기했다. 좋은 기사 많이 써주시면 그걸 보는게 즐겁다"며 "한국시리즈 MVP도 성환이 형이나 승환이 형이 탈 것이"이라며 선배들을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