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과 네덜란드. 스포츠로는 축구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국가다. 펠레로 대표되는 브라질은 영원한 삼바 군단으로 전세계 축구팬들을 설레게 해왔다. 네덜란드는 '토털 축구'를 완성시킨 요한 크루이프의 후예들로 2010년 남아공월드컵 결승에 올랐다.
2일 개막된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네덜란드와 브라질과 축구 명성에 누가 되지 않는 야구 실력을 보이며 2회 대회 결승전에 진출했던 한국과 일본을 각각 혼쭐냈다. 브라질은 야구 불모지와 같은 나라로 3회 대회에 처음 출전했다. 네덜란드는 2011년 야구월드컵 결승에서 쿠바를 꺾고 유럽국가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브라질, 8회 1사까지 리드하다
브라질은 2일 일본 후쿠오카 야후돔에서 열린 1라운드 A조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3-5로 석패했다. 그러나 일본계 2~3세 선수들과 마이너리그 싱글 A 등에서 뛰는 선수들이 주축인 브라질은 7회까지만 해도 일본에 3-2로 앞서나갔다.
브라질은 일본 선발 다나카를 상대로 1회초 2루수 도리타니로 송구 실책으로 인한 2루 찬스를 잡았고,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3회초와 4회초 1점을 내줘 1-2로 역전됐으나 4회말과 5회말 1점씩 뽑아 3-2로 역전시키는 힘을 보였다. 일본이 자랑하는 역대 사와무라상 수상자 선발진들인 다나카(2이닝 2피안타 1실점) 스기우치(2이닝 2피안타 1실점) 세츠(3이닝 2피안타 1실점)가 나란히 1점씩 허용했다. 경기 중반까지 일본이 뒤지자, 표정이 굳은 야마모토 코지 일본 감독을 비롯해 더그아웃의 선수들 모습이 연신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브라질은 3-2로 앞서 8회 3점을 허용하며 역전패했다. 일본은 선두타자로 나선 3번 우치가와가 안타로 출전하자 4번 이토이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이어 좌타자 이나바 자리에 우타자 이바타를 기용했다. 이바타는 브라질 좌완 오스카 나카오시를 상대로 우전 적시타로 2루 주자 우치가와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3-3 동점. 1사 만루에서 아베가 대타로 나서 2루수 앞 땅볼 때 3루 주자 이바타가 득점, 4-3으로 역전시켰다. 계속된 2사 1,2루에서 마쓰다가 중전 적시타로 5-3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힘겨운 역전이었다. 브라질은 선발과 2번째 투수인 페르난데스(지난해 야쿠르트에서 뛰었다)와 구베아가 나란히 3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으나 3~4번째 투수인 나카오시와 곤도의 실력으로 일본 타자들을 막아내기는 어려웠다.
◇네덜란드, 준우승팀 한국을 무너뜨리다
2회 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던 한국은 2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1라운드 B조 1차전에서 0-5로 완패했다.
카리브해의 퀴라소 출신이 주축인 네덜란드는 타선은 메이저리그 출신과 마이너리그 유망주들로 채웠다. 타력은 만만찮다. 마운드에서는 마이너리그에서 뛰다 네덜란드 자국 리그로 돌아간 선수들의 공이 괜찮은 편이다.
네덜란드 좌완 마크웰에게 4이닝 2피안타 무득점으로 철저하게 막혔다. 인티마에게도 3이닝 무득점이었다. 4번 이대호를 중심으로 타선 전체가 침묵했다. 마운드에서는 믿었던 윤석민이 선제점을 허용했고 2번째 투수 노경은이 부진하면서 5회까지 0-3으로 끌려갔다.
선발 마크웰은 쿠바와의 연습경기에서도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 한국전 선발로 낙점받았다. 좌투수에 약한 한국 타자들이 공략하는데 실패했다. 직구 구속은 130km 초반에 그쳤으나 우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과 낮게 던지는 제구력이 뛰어났다. 3회 최정이 처음으로 안타를 치기 전까지 아웃카운트 8개 중 5개가 내야 땅볼 아웃이었다.
타선에서는 메이저리그 434홈런의 앤드류 존스가 2안타로 선제 득점까지 올렸다. 5회 1사 1루에서 윤석민을 강판시켰고, 두번째 투수 노경은을 상대로 2안타 1볼넷을 묶어 2점을 추가했다. 애틀랜타 백업유격수 시몬스가 좌전안타로 1사 1,2루를 만들자 볼티모어 유망주 스쿱이 볼넷을 골라 만루를 만들었다. 메이저리거 베르나디나(워싱턴)이 느린 2루수 앞 땅볼로 1타점을 올렸고, 일본 프로야구 홈런왕을 2연패(2011,2012년)한 발렌틴이 좌전 적시타로 3-0으로 스코어를 벌렸다.
대표팀에서 가장 구위가 좋은 윤석민과 노경은이 제구력 난조로 힘있는 메이저,마이너 출신이 주축인 네덜란드 타선에 무너졌다. 7회에는 손승락, 차우찬 등이 연타를 허용하며 2점을 더 내줬다. 타자들은 끝까지 침묵, 마크웰-인티마-보이드-파웰렉으로 이어진 네덜란드 마운드에 영봉패의 치욕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