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전북 현대가 프랑스 리옹에서 뜻밖의 소득을 거뒀다. '신인들의 무덤' 전북에서 숨 죽였던 젊은 선수들이 앞다퉈 기량을 뽐냈다.
전북은 21일(한국시간) 프랑스 리옹의 스타드 제를랑에서 열린 올랭피크 리옹과 친선경기서 1-2로 졌다.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인 전북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단골손님인 리옹을 끝까지 위협했다.
전북은 이번 원정에 15명의 간소한 선수단을 꾸렸다. 주전 공격수 이동국은 아내의 출산, 미드필더 이승기는 동아시안컵 대표팀 차출로 빠졌다. 리옹전에서 전북은 케빈을 최전방 원톱으로 배치했고 2선에는 레오나르도, 송제헌, 정재원을 투입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박세직과 김재환이 호흡을 맞췄고, 포백은 권경원, 윌킨슨, 문진용, 김우철이 나섰다. 골키퍼 장갑은 권순태가 꼈다. 외국인선수 3명(케빈·레오나르도·윌킨슨)을 제외하면 올 시즌 출전 경기수가 10경기도 채 안 되는 선수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UEFA 챔피언스리그 예선을 앞둔 리옹은 정예 멤버를 기용했다. 초반부터 전북을 몰아치던 리옹은 전반 15분 전북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선제골을 넣었다. 전북은 하프타임에 케빈 대신 김신영, 권순태 대신 이범수를 넣으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후반 6분 레오나르도가 김우철의 긴 패스를 왼쪽 측면에서 받은 뒤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슈팅해 동점골을 넣었다. 하지만 리옹이 후반 30분 헤딩골로 승리를 가져갔다.
전북의 베스트 11 가운데 20대 초·중반 선수는 무려 6명(정재원·박세직·김재환·권경원·문진용·김우철)이었다. 모두 전북이 K리그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2011년 이후 들어온 멤버들이다. 타 팀이 매년 신인 1~2명을 주전에 포함시켜 선수 육성을 노렸지만 전북은 그럴 겨를이 없었다. 2011년 K리그(우승)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준우승) 동시 석권을 눈 앞에서 놓친 구단은 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올해는 주전급 10명을 영입하는 바람에 젊은 선수들이 설 땅은 더욱 좁아졌다.
기회는 위기 속에 찾아왔다. 전북은 최근 김정우와 임유환이 선수단을 이탈하는 사건이 벌어져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구단은 일부 선수를 내보내고 새 선수를 영입하며 선수단 개편에 박차를 가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몇몇 주전을 제외하고는 선수 평가도 원점에서 재점검한다는 선전포고였다.
변화의 싹은 조금씩 트고 있다. 전북 유스팀 영생고 출신인 권경원은 올해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최 감독 복귀 후 수비진에 구멍이 생기자 문진용도 점차 출전 기회를 얻고 있다. 20대 젊은 피의 활약은 흔들리는 선수단에 새로운 활력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