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었다고 타박할 수 없다. 올 시즌 잘나가는 팀의 중심에는 이팔청춘 못지 않은 '노장'이 있다.
LG와 NC는 시즌 전만 해도 별다른 기대를 받지 못했다. 후반기 유력한 가을야구 후보로 떠오른 LG는 중·하위권, 신생구단 NC는 꼴찌 후보 소리를 들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양 팀은 후반기를 각각 2위(45승31패, 승률 0.592)와 8위(28승45패3무, 승률 0.384)로 맞이하며 선전했다.
두 팀의 중심에는 '베테랑'들의 활약이 있었다. LG는 '캡틴' 이병규(등번호 9번·39)가, NC는 이호준(37)·손민한(38)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양준혁(44) SBS 해설위원은 "야구 선수는 단순히 나이로 평가하면 안 된다. 신체 나이가 어린 선수와 견줘도 부족하지 않다면, 경험에서 나오는 기술적인 성숙도와 팀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서 베테랑을 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타쌍피…베테랑 효과
노장 한 명이 잘하면, 후배들의 야구 지향점도 달라진다. LG 박용택(34)은 요즘 선배 이병규를 보며 목표를 다시 세우고 있다. 팀 선배 이병규가 세운 기록 이상을 향해 노력하겠다는 것. 이병규는 올 시즌 역대 최고령 사이클링히트·연타석 안타 신기록·900타점(통산 15번째)·1900안타(통산 4번째)를 작성했다. 박용택은 "조금만 나이가 들어도 선입견이 많은데, (이)병규 형이 그런 선입견을 깨고 있어 대단하다. 나도 형 이상으로 하고 싶다"고 이를 악물고 있다.
이병규와 손민한, 이호준은 젊은 시절 인기와 부를 쌓았다. 이제 남은 건 '명예'뿐이다. 자신의 성적보다는 팀과 후배들을 배려할 수 있는 이유다. 실제로 이병규는 "LG가 우승하는 것을 보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이호준은 자신의 남은 선수 인생을 막내 구단 NC가 명문으로 자리 잡는데 걸었다. 손민한은 어린 후배들을 직접 집에 데려다 줄 만큼 자상하다. 김경문(55) NC 감독은 "이호준과 손민한은 우리 팀의 중심이다. 야구 실력도 좋지만, 팀 후배들 또한 잘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감독들의 노장 예우정책
LG와 NC의 수장은 나이가 많은 베테랑 선수들을 예우하는 편이다. 김경문 감독은 "손민한, 이호준, 이병규는 야구선수로서 정말 대단하다. 나이 마흔에 뛰는 선수들은 분명히 무언가를 갖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믿음과 시간을 줬다. 지난 4월 이호준이 부진할 때도 4번타자 자리를 꾸준하게 맡겼다. 손민한이 6월 신고선수로 NC유니폼을 입자 체력과 선수의 가치를 고려해 선발로 기용했다. 후반기에도 나이 많은 선수들을 우대할 생각. 김경문 감독은 "손민한은 체력과 투구수 관리를 위해 불펜으로 돌릴 예정이다. 연투가 힘들다면 하루 휴식기를 주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덧붙였다.
김기태(44) LG 감독은 철저하게 실력 위주다. 그는 "야구는 일반 회사와 달리 직급이 없다. 다 똑같은 선수다. 나이에 상관없이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다"고 말하곤 했다. LG에는 이병규 말고도 최고령 불펜투수 류택현(43)이 홀드 기록을 날마다 작성중. 김기태 감독은 "나이보다는 실력으로 선수를 기용하는 건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