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영화팬들을 설레게 만들었던 기대작 '설국열차'가 드디어 베일을 걷어내고 관객맞이 채비를 하고 있다. 다음달 1일 국내 개봉을 시작으로 프랑스와 북미, 또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개봉예정. 제작비도 어마어마하다. 450억원, 할리우드에서 중·저예산 수준이라고 하지만 한국영화로서는 사상 최대라고 할만한 액수다. 하지만 이미 167개국에 판매되면서 제작비의 절반을 회수했다.
영화는 빙하기가 닥친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들이 끝없이 달리는 기차 안에 탑승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기차 안에 형성된 계급구조를 통해 사회를 비판하는 SF영화다. 충무로의 스타감독 봉준호가 연출을 맡았다. 송강호와 고아성이 크리스 에반스·에드 해리스·틸다 스윈튼 등 할리우드 스타들과 연기대결을 펼친다. 영화의 주역 송강호를 만났다.
충무로 톱배우 송강호(46)가 '글로벌 기차여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세계 167개국에서 순차적으로 공개되는 영화 '설국열차'가 송강호가 올라탄 기차다. 사실, 이미 송강호는 '박쥐' '밀양'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영화를 통해 국제적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다. 하지만, 영화제와 한국영화 마니아층을 넘어 전세계에 작품을 개봉하는 건 처음 경험하는 일이다. 특히 '설국열차'에서는 '국가대표급 명배우'답게 에드 해리스·틸다 스윈튼 등 할리우드의 쟁쟁한 배우들과 연기대결을 펼치면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한다. 끝없이 설원 위를 달리는 기차의 보안설계자 남궁민수 역을 맡아 기운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다.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하기에 영화가 좀 어렵다는 평가가 있다. '설국열차'의 대중성에 대해 주연배우로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가 만났다고 하면 대체로 '살인의 추억'이나 '괴물'을 기대하는 분들이 많을거다. 분명 '설국열차'는 '괴물'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겐 이질감을 느끼게 만들수도 있다. 전작과 같은 유머코드나 아기자기한 해학미가 사라진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대중이 봉준호 감독에게 배신감을 느끼진 않을것 같다. 더 깊이있는 재미를 갖췄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리라 생각한다."
-시나리오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연을 결정했다고 들었다.
"'괴물'때도 시나리오를 보지 않고 'OK'사인을 냈다. 기본적으로 봉준호 감독에 대한 신뢰가 강하다. '괴물' 때도 그랬지만 '설국열차'는 새로운 모험을 하는 기분이었다. 두렵다기보다는 설레고 신나더라."
-그래도 전세계로 내보내는 작품인데 부담은 됐을것 같다.
"그렇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말이 450억원이지, 그게 뉘집 강아지 이름은 아니지 않나.(웃음) 거기다 생경한 할리우드 시스템하에 촬영하고 외국 배우와 작업하려니 바짝 긴장되더라. 체코에서 촬영했는데 거기 머무는 4개월간 술도 안 먹고 바짝 정신을 차린채 작업했다."
-틸다 스윈튼과 에드 해리스 등 할리우드 배우들과 작업해본 소감은.
"예상외로 굉장히 소탈하더라.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몸에 배어있는 사람들이었다. 에드 해리스는 현지에 가족들과 함께 와서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괴물'과 '박쥐' DVD를 구해 미리 보고 나타났다. 나를 보자마자 '연기 최고였다'며 칭찬하더라. 한국인들끼리는 오글거려서 잘 못하는 입바른 소리까지 하며 상대를 기분좋게 해줬다. 그걸 단순히 립서비스라고 볼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거다."
-생소한 촬영장 환경에 금방 적응되던가.
"첫날 촬영을 마치고나니 내가 뭘했는지 기억도 안 나더라. 현장에서 영어와 한국어, 체코어가 동시에 왔다갔다하는데다 일정이 빡빡해 담배 한 대 피울 시간도 없었다. 물론, 그 뒤로 충분한 휴식시간을 가진다. 각박한 면도 있지만 합리적인 시스템이었다."
-봉준호 감독이 '송강호가 체코에 도착했을때 천군마마를 얻은 느낌이 들었다'고 하더라. 그때 봉준호 감독이 어떤 표정을 지어보이던가.
"체코에 도착해 입국장에 들어섰을때의 감동을 지금도 잊을수 없다. 봉준호 감독과 고아성을 포함해 한국 스태프들이 일제히 공항에 마중나와 나를 기다리고 있더라. 한국에서 출국 전날까지 '하울링' 무대인사를 다니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을 때였다.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타국에 나가 그들을 만나니 감격스러웠다. 숙소에서 20분 밖에 안 되는 거리지만 촬영 중에 시간을 내 마중나온다는게 쉽지 않은 일이다. 촬영 막바지에 '설국열차'의 제작자 박찬욱 감독이 '스토커' 촬영을 마치고 체코로 넘어왔는데 그때 나는 힘들어 공항에 못 나갔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호텔 로비까지만 나갔다."
-'괴물' 이후 또 다시 고아성과 부녀로 호흡을 맞췄다.
"'설국열차'를 '괴물'의 세계판이 아닐까 생각했다. 한국사회에 대한 날선 비판의 시각을 전세계인이 공감하는 주제로 확대시킨거다. 그런 의미에서 '괴물'에 등장한 부녀가 그대로 '설국열차'에 나온다는게 참 흥미로웠다."
-적극적으로 해외활동에 나서고 싶은 생각은 없나.
"없다. 이미 세계적으로 한국영화에 대한 인식과 평가가 좋은 편이다. 국내활동에 충실하다보면 느리더라도 어떤 기회가 올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이병헌처럼 할리우드로 뛰어들어 길을 개척하는건 굉장히 멋지게 보인다."
-올해 유독 개봉하는 출연작이 많다.
"어쩌다보니 개봉시기가 좀 맞물렸다. '설국열차' 이후 '관상'과 '변호인'이 개봉대기 중이다. '관상'은 조정석·이종석 등 떠오르는 배우들에 백윤식 선배님과 김혜수, 그리고 이정재 등 관록있는 배우들의 조합이 멋지다. 나 역시 이 작품에 기대가 크다. '변호인'은 2주전에 촬영을 마쳤다. 영화 전반에 걸쳐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송강호를 볼수 있을거다."
-지난해 1월 U-16 축구 청소년대표팀에 발탁됐던 송준평이 친아들이란 사실에 놀랐다.
"일이 바빠 신경도 제대로 써주지 못했는데 잘 성장해줘 고맙다. 앞으로도 멋진 플레이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항상 응원하고 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