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54) 전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은 역시 전북 현대다. 프로축구 전북이 최강희 복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전북은 최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서 복귀한 후 11경기에서 8승2무1패(FA컵 포함)를 거뒀다. 최 감독 복귀전인 지난 6월 말 경남전에서 4-0 대승을 거둔 전북은 성남에 2-3으로 패하며 주춤했으나 이후 9경기서 무패 행진을 벌이고 있다. 11경기에서 평균 득점은 2.45점(27득점), 평균 실점은 0.90점(10실점)이다. 최 감독이 오기 전 7위로 처졌던 리그 순위는 단독 3위로 뛰어올랐다. FA컵 4강에도 진출했다.
해이해진 정신력에 칼을 대다
최 감독은 전북에 돌아오자마자 선수단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최인영 골키퍼 코치와 김현수 코치를 내쳤다. 최인영 코치는 최 감독이 2005년 전북에 부임한 후 이듬해부터 줄곧 전북 골키퍼들을 조련했다. 김현수 코치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전북 선수로 활약하다 은퇴 직후 트레이너를 거쳐 코치직을 수행했지만, 개혁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최 감독은 부임 직후 선수단 미팅을 소집해 쓴 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선수단 분위기와 관련해 이상한 루머가 들린다. 너희는 지금 팀에 대한 애정이 없다"며 강하게 질책했다. 처음엔 역효과가 났다. 김정우·임유환이 선수단을 이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 감독은 이들을 붙잡지 않았다. 대신 남은 선수들을 뭉치게 했다.
끈끈한 경기력이 되살아나자 선수들도 최 감독 효과를 인정했다. 주장 이동국은 "선수들이 팀을 위해 한 발짝 더 뛰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기는 "예전에 비해 선수단 정신 무장이 잘 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포백 라인이 갖춰지다
전북은 17일 전남과 홈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최 감독 부임 후 5번째 무실점 경기다. 매 경기 실점하며 어렵게 경기를 끌고 가던 전반기와 달리 단단한 수비로 승리를 지켜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동국이 리그 7경기 연속골 이후 5경기째 침묵을 지키고 있어도 전북이 승점을 쌓을 수 있는 이유다.
국가대표팀에 뽑혔던 정인환과 호주 출신 윌킨슨으로 이뤄진 중앙 수비 조합이 안정을 찾았다. 특히 전반기에 제대로 출전 기회도 얻지 못하던 윌킨슨은 최 감독과 면담을 가진 후 몰라보게 달라져 주전 자리를 꿰찼다.
이 때문에 시즌 도중 영입한 중앙 수비수 김기희가 애매해졌다. 최 감독은 김기희를 직접 설득해 희생을 이끌어냈다. 김기희는 최근 측면 수비는 물론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투입되고 있다. 왼쪽 측면 수비수 박원재가 17일 전남전을 통해 복귀하면서 수비는 더욱 공고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