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이 몰려 있는 우리나라를 신기하게 생각하는 외국인이 많다. 자기들은 여름휴가로 한 달을 다녀왔다고 하기도 하고 아무 때나 갈 수 있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사실 우리도 이것저것 잘 사용하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맘대로 휴가 빼기가 눈치가 보여 쉽사리 쓰지 못한다. 어떤 공무원 부서는 간부들 휴가 가라고 압력까지 넣을 정도다. 휴가를 너무 안가면 대신 수당으로 주는 돈이 있는 모양이다. 이게 전국적으로 하면 액수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암튼 일 너무 열심히 해도 눈치가 보이는 것이다. 나와 친하게 지내던 공무원 형은 3월에 반강제로 휴가를 냈는데 할 것이 없다며 4일 휴가 내내 낮에는 잠자고 밤에는 동네 치킨 집에 있었다. 왜 그럴까?
1. 여름휴가도 아닌데 놀면 가족에게 눈치 보인다. 2. 돈 아까워서 어디 가지도 못한다. 3. 그 좋아하던 골프도 평일에는 쳐 본 적이 없어서 생각도 못한다. 4. 무엇보다 ‘같이 놀 사람이 없다.' 백수가 과로사 한다고 놀던 사람이 시간나면 신나게 놀지 그거 아무나 못한다. 해외여행? 혼자? 갑자기 애들 두고 부부가? 위 1~4번을 합해서 욕먹을 이야기다.
내 아내는 많은 이들이 정말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치과의사다.(그래서 내가 집에 늦게 들어가나) 개원의라서 시간을 본인 위주로 짤 것 같지만 절대 아니다. 명절은 쉰다. 그러나 휴가는 치과 거래 기공소나 거래 하는 곳, 환자들 휴가철에 맞춘다. 이렇듯 개인 사업자도 나 혼자 하고싶은 대로 휴가는 대한민국에서는 아직 멀고 먼 이야기다. (어쩌면 관계도 다 풀면 갑은 없고 모두 ‘을‘ 일수도) 그러다보니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 특정 날짜에 몰리게 된다. 이게 마치 연어가 이때쯤 되면 죽을 고생을 하며 강 거슬러 올라가듯이 와르르 몰린다. 올해처럼 장마가 아프리카 우기 마냥 길어지면 더욱 한 순간 미어터지게 된다. 뭐 찾아보면 조용한 산 속이나 비교적 조용한 바다도 분명 있다. 그러나 솔직히 까놓고 우리의 대다수 해변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활기찬 것을 넘어서 나쁜 난장판 된 곳이 너무 많다.
어려서부터 어른들 손잡고 와서 본 것이 그래서일까 술을 히로뽕 수준으로 마시고 엉망이 된 사람이 너무 많다. 여름철 해변 파출소에서 2시간 동안 녹화를 한 적이 있는데 지옥 대기소 같았다. 대부분은 술 취한 이들의 싸움 문제다. 기물을 부수고 오줌을 싸고 경찰을 때리고 큰 소리로 악을 폭포수 아래 인간문화제 수제자만큼 쓰는 이는 다음날 기억이나 하는지 모르겠다.
작년 술 없는 해변을 외치던 강원도의 한 해수욕장은 손님이 줄었다는 상인들의 항의에 올해는 접었다. 충분히 항의할 이유가 있다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득이 되겠지만 여름 한 철 장사하는 이들에게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 막판 8월 15일 즈음 주말 ‘2박3일 폭죽과 술 없는 파도소리 듣는 해변’ 한번 운용하면 어떨까?
그게 어려우면 일단 내년에 해변 음주는 계속 허용하되 캔과 페트만 허용하는 것 추진하면 좋을 텐데. 유리병 술 해변 반입 금지(상인들도 좋고) 올해는 홍보 기간 이런 것 없이 홍보 무진장하고 당장 내년 여름 시행^^.
*짧은 휴가에 콩나물시루 체험 마냥 몰리는 우리의 휴가철. 다들 힘들어 하고 결국은 집 나가면 개고생이니 집이 최고니 하는 소리를 하며 보내는 휴가. 이제는 바뀔 때도 되었다…라고 말해봐야 아직은 외국계 회사 이야기다. 일간스포츠 기자들은 휴가 마음껏 쓰시고들 계시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