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54) 전북 현대 감독은 전북에 처음 부임한 2005년을 재현하려고 한다. FA컵을 품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무대로 나갔던 전북의 중흥기를 다시 한번 열겠다는 각오다.
최 감독이 이끄는 전북은 15일 부산에서 열린 2013 하나은행 FA컵 4강전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3-1로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했다. 전반까지 부산과 1-1로 팽팽히 맞선 전북은 후반 최 감독이 투입한 이규로와 서상민이 각각 결승골을 넣고 페널티킥을 유도해 승리했다. 전북은 2005년 이후 8년 만에 FA컵 결승 무대에 진출했다. 전북에 첫 부임한 2005년 FA컵을 들어올린 최 감독은 데자부를 꿈꾸고 있다.
최 감독은 2005년 시즌 중반 전북 사령탑으로 부임했지만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당시 하위권을 맴돌던 전북을 단기간에 정상권으로 올려놓기는 쉽지 않았다. 최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전북에 처음 부임하자마자 3연패를 당했다. 그해 2승 밖에 거두지 못했다. 시즌 도중에 팀을 맡는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게 내 운명인가보다. 그래도 운좋게 FA컵 우승을 하면서 모든 일이 잘 풀렸다"고 말했다.
전북은 2005년 FA컵을 우승한 뒤 이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르며 명문팀 반열에 올랐다. 연이은 우승으로 축구단의 위상이 올라갔고, 최 감독은 2009년 이동국·김상식·에닝요 등을 데려오며 자신의 입맛에 맞는 선수단 구성을 완료했다. 그해 K리그 정상에 올랐고, 2011년에는 K리그 우승과 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FA컵 우승은 최 감독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줬다.
2005년 도중 부임한 전북은 하위권이었다면 올해는 조직력이 전혀 맞지 않았다. 전북의 리그 순위는 한때 8위까지 떨어졌다. 김정우와 임유환이 선수단을 이탈하는 사고도 벌어졌다. 하지만 최 감독이 돌아오자 선수단이 정신 재무장을 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최 감독 부임 후 리그 성적은 8승4무2패다.
최 감독의 눈은 좀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최 감독이 전북에서 이루지 못했던 꿈,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다. 최 감독은 지난 6월 말 전북에 부임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으로 AFC 챔피언스리그 탈락을 꼽았다. 전북이 이번에 FA컵을 우승하면 내년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행 티켓을 따내게 된다. 편안한 마음으로 막바지 리그 순위 경쟁을 할 수 있는 동시에 내년 아시아 무대 제패를 노리게 된다.
최 감독은 부산전을 마친 후 "2005년 이후 처음으로 결승에 올랐다.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남은 만큼 철저히 준비해 반드시 우승하고 싶다. 홈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홈팬들의 머릿 속에도 'Again 2005'가 아로새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