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살 즈음인가. 강남 영동대교 근처의 나이트클럽에 가게 됐다. 뭐 당시야 잘나가는 클럽에 젊다는 연예인들을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던 시절이었다. 그날은 이현도가 새로운 곡이 나오고 뮤직비디오에 여럿이 출연을 하고 뒤풀이를 하자고 모인 자리였던 것 같다. 내가 클럽 앞에 차를 세우자 그 앞에 어묵을 팔던 트럭 앞의 20대 초반의 건장한 남자들이 술에 취해 먹던 종이컵의 어묵 국물을 내 차에 던졌다.
나를 알아보고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신나고 세상이 모두 지들 것 같아서 던지는 뭐 그런 행동 같았다. 차에서 내려 뭔 일인가하고 쳐다보니 그 녀석들이 다짜고짜 “뭘 꼬라봐, 이 새끼야~” 하며 달려들었다. '어머나? 이게 뭔 일이야' 하고 피해 도망가다 트럭 옆 구석으로 몰리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상대방 인원이 여섯 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한 놈이 먼저 눈알이 뒤집혀 내게 달려들자 난 옆에 있던 큰 빗자루를 들어 내리쳤다. 그 녀석 이마에 정통으로 맞았다.
1초 후 난 단체로 게임하다 져서 '인디안 밥' 하며 등을 때리는 벌칙을 받듯이 몰매를 맞기 시작했다. 정말 징~하게 맞았다. 쥐며느리처럼 웅크리고 바닥에 누워 맞는데 어떤 놈이 내 상의 옷을 다 찢어 버렸다. 그러고는 잠시 후 안쪽에 있던 내 일행들이 달려 나와 패싸움이 시작됐다. 뭐, 싸움의 결과는 우리가 박살에 가깝게 당했다. 룰라의 이상민은 그날 맞아서 광대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제일 많이 맞은 것은 신정환 인데 의외로 정말 잘 싸웠다. 막 해외 파병을 다녀온 특공대답게 잘 싸우다 자기도 지치는지 군중 속으로 피했다. 그러면 상대 애들이 “야! 저 하얀 대가리 잡어!” 라고 외쳤다. 마침 신정환은 머리를 하얗게 탈색했는데 어찌나 눈에 잘 띄는지 국중 속에서도 정환이만 콕 집어 노려 때렸다. 그러면 또 내가 달려들어 도와주다 쓰러지고 그 사이 신정환은 군중으로 피하고 다시 "흰머리 잡아!"에 다시 잡혀 싸우고…. 짜식, 하필 지가 무슨 흰머리 독수리냐고, 나이트에 노인이 오겠냐고. 왜 하얀 머리를 해서는.
그러고는 경찰 출동에 잡혀 파출소로 연행됐다. 참 우스운 것이 상대는 유명 대학의 체육과 학생들이었다. 어디서 이마에 붕대는 하나씩 하고 나타났는데 집안들도 참 좋았다. 갑자기 그 무섭던 사자 같던 애들이 사슴눈을 하고 나타나 “저 형이 먼저 때렸어요"로 일관하는 것이다. 상대편은 부잣집 도련님들인지 집안의 변호사도 나오고 부모들도 후에 나타나 합의를 종용했다. 우리나라 법이라는 것이 아무리 어쩌고저쩌고 해봐야 결과를 갖고 말한다 했던가. 나중에 이상민 얼굴 치료비는 받았지만 검찰에 가서 벌금을 내야 했다.
그 사건 이후 나는 큰 규모의 술집을 피하게 됐다. 싸움이 날 분위기면 아예 가지를 안는다. 누가 시비를 걸어도 슬쩍 피하게 됐다. 아는 곳을 위주로 가거나 칸막이 같은 곳이 있는 곳을 간다. 묘한 것이 강남의 가게는 시비가 적다. 강남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강남에 나오면 연예인 보고 아는 척 하는 것은 촌스러운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술자리에서 이상하게 시비를 잘 거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 뻔히 들리는데 “뭐~ 저 새끼가 뭐” 등의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술집에서 취해 사진 찍자는 것은 사실 요즘 시대에는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라 찍기는 하지만 찜찜한 것이 사실이다. 술자리의 문제를 피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안 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 그리 쉬운가. 그래서 집 주변에 단골집을 두는 것이 좋다. 아니면 주인장이 최대한 문제가 없을 자리를 주는 곳이거나.
이천수 선수의 폭행 시비 사건을 뉴스로 봤다. 참 많은 어려움을 겪은 친구다. 한때 각광 받는 최고의 선수였고. 여러 구설에 휘말렸고 팬들 앞에 사죄를 하며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아마 분명 억울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관계는 경찰에 가서 밝혀야 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비난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많이 속상하고 억울한 부분이 있겠지만 분명 유명인으로서 잘못이 있다. 그냥 피했어야 했다. 그 유명세 값을 받아드리고 사과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최민수는 할 말이 없어 무릎을 꿇고 산으로 들어갔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