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 JTBC '히든싱어'의 묘미는 모창가수가 진짜 가수를 이기는, 희한한 반전이다. '시즌1'도 큰 인기를 끌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기대 이상의 반전'은 없었다. 그런데 '시즌2'가 시작된 후 '히든싱어'에선 기적 같은 승부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달 '신승훈 편'에서 처음으로 모창능력자가 진짜 가수를 이기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어 조성모 역시 도전자에게 패했다. 탁월한 보컬리스트로 손꼽히는 김범수도 1라운드에 탈락할 뻔했다. 시즌1을 거치며 무르익은 모창능력자들의 실력이 시즌2에서 만개하고 있는 셈.
이런 짜릿한 반전 뒤에는 모창 능력자들을 혹독하리 만큼 단련시킨 보컬 마스터 조홍경(40)이 있다. '히든싱어'시즌1부터 10월 첫 방송된 시즌2까지 100명(회당 5명씩 출연)의 모창 능력자들을 무대 위에 세우며 프로그램의 재미와 완성도를 높였다. 조홍경의 음악계 경력은 무려 25년. 그는 "300번의 오디션을 보고도 앨범 한 장 못 낸 비운의 가수"라며 웃으며 자신을 소개한다.
-프로그램의 인기가 상당하다. '대박'을 예상했었나.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송된 '박정현 편'과 '김경호 편' 방영 당시 '이 프로그램이 될까'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 의외로 반응이 뜨거워 깜짝 놀랐다. 과거에 문득 '가수와 일반인들이 대결하는 프로그램도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 적은 있었지만, 장막 뒤에서 모창을 한다는 건 상상도 못한 포맷이다. "
-모창 도전자들은 어떻게 지도하나.
"일주일에 1~2번은 내가 운영하는 보컬아카데미 소속 강사들이 가르치고 1번은 내가 지도한다. 직접 부르면서 알려줄 때 도전자들이 빨리 알아듣더라. 물론 내가 할 때보다 도전자들이 부를 때 더 원조가수의 느낌이 난다.(웃음) '히든싱어' 작가들은 한 두 번의 코치를 받은 뒤 도전자들의 실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걸 보더니 나를 '기적의 보컬 트레이너'라고 부르더라. 내심 기분 좋았다."
-트레이닝 기간이 가장 짧았던 모창 능력자, 길었던 모창 능력자는 누군가.
"'김범수 편'에 나온 '농부 김범수' 남훈우씨다. 미국에서 급하게 왔기 때문에 시간이 일주일 밖에 없었다. '주현미 편'에 나온 5명의 모창능력자는 두 달 반 정도를 연습시켰다. '주현미 편' 모창 능력자들을 트레이닝하면서 '29년차 가수의 연륜과 감성을 따라하긴 힘들구나'를 새삼 느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편.
"물론 신승훈, 조성모씨 편이다. 정말 좋아하는 가수가 신승훈·조성모다. 특히 신승훈씨는 그동안 발표한 앨범의 수록곡 전곡을 모두 외우고 있을 정도로 팬이다. 아직도 정말 존경하는 분이다. 그래서 '신승훈 편'에 나갈까 생각을 했다. 모창 능력자들의 실력이 좋아지지 않으면 '내가 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근데 도전자들의 실력이 쑥쑥 늘어 일찌감치 포기했다. 시즌1의 '백지영 편'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백지영은 워낙 목소리가 독특한 톤이고 표현력이 남달라 모창 능력자들이 그의 감성을 따라하게 만들기 쉽지 않았다."
-직접 부르고자 하는 욕심이 아직 많은가보다.
"나는 원래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보이스펙트'를 설립한 뒤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생님이 되야겠다'는 뜻을 품었다. 2005년부터 8년 동안 1년에 20회 정도 미국에 가서 고 마이클 잭슨·마이클 잭슨·마돈나 등의 보컬 마스터 세스 릭스(87)에게 보컬을 배웠다. 나처럼 성악을 전공한 분이시더라. 이후 제자들도 강의를 듣길 원해 1년에 한 번씩 한국에 초청하기도 했다. 최근 3년째 못하고 있다."
-노래 잘하는 법을 알려달라.
"누구나 노래를 잘 할 수 있다. 다만 음정이 틀리거나 음이탈을 할까봐 두려움을 갖는 게 문제다. 두려움이 있으면 풍부한 감성이 나오지 않는다. '히든싱어' 모창 능력자들에게도 그걸 강조한다. 그걸 떨치면 누구나 잘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최종 목표.
"보컬계의 SM 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이 되고 싶다. 나와 이수만 회장의 공통점을 꼽자면 자신이 못하는 걸 자신의 제자들을 통해 실행하는 거라 생각한다. 이회장은 획기적인 인큐베이팅 시스템 덕분에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 훌륭한 후배들을 양성해 새로운 음악시장을 만들고 트렌드를 이끌며 인정받고 싶다."
<조홍형 프로필>
이름 : 조홍경
나이 : 40세
학력 : 명지대학교 성악과(테너)
경력 : KBS 교양제작국 음악프로듀서(00~07) 국내 최초 보컬트레이닝 아카데미 '보이스펙트' 설립(05) Mnet '슈퍼스타K1'(09) SBS '스타킹(10) MBC '위대한 탄생'(11) 보컬 트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