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FA(프리 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이대호는 최근 구단 측에 '함께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밝혔다. 새 에이전트를 찾고 있는 그는 팀과 계약이 종료되는 오는 30일 이후 오릭스가 아닌 새 팀에 둥지를 틀 전망이다.
오릭스는 팀의 간판타자인 이대호에게 계약기간 2년, 총액 8억엔(86억 원)에 옵션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 소프트뱅크 등 타 구단들이 최소 3년 이상의 기간 보장과 함께 거액을 제시하는 등 오릭스보다 좋은 조건을 내걸었다. 세토야마 료조 오릭스 본부장은 지난 12일 "조건이 밀린다면 어쩔 수 없다"고 결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대호는 지난 13일 본지와 통화에서 "오릭스에 최근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그 정도의 조건과 금액으로는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오릭스가 제시한 조건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겠는가. 구단 측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자'고 말하는데, 조건이 크게 변하지 않는 한 잔류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대호는 일본 진출 후 2년 동안 285경기에서 48홈런, 182개의 타점을 올리며 팀의 4번타자·1루수를 충실히 소화했다. 첫 해였던 지난 시즌에는 퍼시픽리그 타점왕·베스트 나인·올스타전 홈런왕 등을 수상하며 일본 무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번 시즌에도 타율 0.303, 158안타 91타점 24홈런을 기록하며 중심타자 몫을 다했다. 이광권 SBS CNBC 해설위원은 "하위권 팀의 강타자인 이대호에게는 상대 투수들이 좋은 공을 주지 않는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선전했다"며 "오릭스는 주장이 없는 팀이다. 이대호가 어린 선수들 사이에서 실질적인 캡틴 역할을 하는 등 팀 안팎에서 활약했다"고 평가했다.
정도 많이 들었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대호는 "오릭스는 나에게 또 다른 친정팀이다. 팀원들도 정말 좋고, 오릭스 홈이 있는 오사카의 환경도 마음에 든다. 정이 많이 들었다"면서도 "그렇다고 계약을 정으로만 할 수는 없다"라고 했다.
행선지는 일본 내 타 구단과 메이저리그 팀들을 함께 타진하고 있다. 일본 도쿄스포츠는 13일 '오릭스가 이대호 측으로부터 메이저리그 진출을 희망한다는 사실을 전달받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대호는 최근 수영과 등산, 웨이트 트레이닝 등 개인훈련을 시작했다. 예년보다 다소 빠른 페이스다. 그는 "원래 12~1월이 개인 훈련기간이다. 그런데 올해 12월에는 미국 메이저리그든 일본이든 계약 관계로 이동이 잦을 것 같다. 훈련에 몰두하지 못할 수도 있어 일찍 시작했다. 쉬는 동안 체중이 좀 불어 다시 관리도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