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타자 이대호(31)를 끝내 잡지 못한 오릭스는 침울한 기색이 역력했다. 일본 외신들은 14일 이대호와 오릭스의 재계약 불발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오릭스가 이대호를 잡지 못했고, 동일한 퍼시픽리그인 소프트뱅크 행이 결정될 경우 오릭스에 최악의 시나리오다"고 전했다.
세토야마 료조 오릭스 본부장은 "우리도 힘껏 조건을 제시했다. 만류했지만, 끝내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며 "(알려졌던 2년간 8억엔) 보다는 더 많은 몸값을 제시했다. 그 이상을 내건 곳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감이지만 다음 시즌 계약 갱신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대호의 FA(프리에이전트) 총액과 기간에 대해서는 2년 8억엔, 3년 10억엔 또는 12억엔 등 예측이 분분했다. 기간이 다소 늘어났을 뿐 연봉 3억5000~4억 엔 선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대호는 지난달 15일 귀국 당시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오릭스가 계약금을 제외하고 연봉만 2년간 7억 엔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미 2011년 오릭스 입단(계약금 2억엔+연봉 2억5000만엔) 당시 계약금을 포함해 3억5000엔을 받고 있었다. 나는 프로선수다. 오릭스가 참 좋지만 (금액 면에서) 인정받아야 할 부분도 있다. (2년간 7억 엔은) 생각해 보지 않은 액수다"고 말한 바 있다.
오릭스는 지난해 퍼시픽리그 5위(66승5무73패)로 시즌을 마쳤다. 내년 우승을 목표로 내건 오릭스는 지난 2년 동안 빼어난 활약을 했던 4번타자 이대호의 잔류를 원했다. 이대호는 일본 진출 후 2년 동안 285경기에서 48홈런, 182개의 타점을 올리며 팀의 4번타자·1루수를 충실히 소화했다. 첫 해였던 지난 시즌에는 퍼시픽리그 타점왕·베스트 나인·올스타전 홈런왕 등을 수상하며 일본 무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번 시즌에도 타율 0.303, 158안타 91타점 24홈런을 기록하며 중심타자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후배들은 주장이 없는 팀에서 중심을 잡는 이대호를 따랐다. 흔히 외국인 선수를 용병으로 부르곤 한다. 이대호는 '봉급을 주고 고용한 선수' 이상의 역할을 했다.
오릭스는 반드시 잡아야 했던 거포를 놓치며 2014 시즌에 빨간불이 켜졌다.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 투수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이대호를 영입하기 위해 소프트뱅크, 한신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자금력이 풍부한 소프트뱅크가 3년 14억엔 이상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적이 결정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소프트뱅크는 이번 시즌 4위(73승2무69패)를 거두며 퍼시픽리그 4위에 올랐다. 오릭스는 국내 케이블 방송사 등을 통해 수십억 원의 중계권료를 받았다. '라이벌' 소프트뱅크에 FA 외국인 타자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성의를 보였여야 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오릭스가 가장 신뢰하던 4번 타자 이대호를 놓쳤고, 동일 리그인 퍼시픽리그 팀에 빼앗길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