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긱이 야구 마니아 여러분의 질문을 받습니다. 우리는 까다롭습니다. 평소 어처구니 없는 질문을 자주해 긱(GEEK, 괴짜)이라 손가락질 받던 여러분! 세상 누구도 묻지 않았던, 살아있는 질문만 받습니다. 엄격한 질문 선별 과정을 거쳐 긱(GEEK)의 시각에서 진지하게 답변해드리겠습니다. 베이스볼긱은 일간스포츠가 만든 최초의 모바일 야구신문입니다.
Q. 안녕하세요. 안양에 사는 회사원 김성수입니다. 넥센 히어로즈의 광팬입니다. 제가 이번에 결혼을 하게 되는데, 신혼집을 목동야구장 건너편의 목동 신시가지5단지 아파트로 생각중입니다. 그 중에 530동이 경기장쪽을 향해서 세워져 있는데, 베란다에서 느긋하게 넥센 홈경기를 볼 수 있다는 생각만 해도 기대가 됩니다. 저, 목동 신시가지 5단지 아파트 530동으로 신혼집 얻어도 될까요?
A. 먼저 메이저리그 시카고컵스의 홈구장 리글리필드를 소개하겠습니다. 1914년에 개장한 리글리필드는 메이저리그 구장 가운데 가장 구식이며 수용인원이 3만8902명으로 내셔널리그 경기장 가운데 규모가 가장 작습니다. 국내 야구장과 비교하자면 대구구장처럼 열악한 구장입니다.
리글리필드의 외야 건너편, 불과 10m 떨어진 곳에 건물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옥상에 올라서면 경기장이 훤히 내려다보이기 때문에 건물주들이 관객석을 설치하여 장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다 합치면 1700석이나 되는 까닭에 2002년에 컵스측에서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건물주들이 수입의 일부를 제공하기로 약속하면서 현재는 파트너의 관계가 되었습니다. 리글리필드의 좌석 부족을 해결하면서, 수익도 올릴 수 있다보니, 컵스가 홍보해 주기도 합니다. 경기장 내부의 외야석만큼이나 경기관람에 불편함이 없는데다, 색다른 매력과 잘 갖춰진 편의시설 덕분에 아주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목동 5단지 아파트 530동에서 리글리필드 외곽 건물만큼 편리하고 매력적인 경기관람이 가능하다면 넥센의 광팬인 김성수씨는 고민할 이유가 없겠지요. 그렇다면 목동 신시가지 5단지 아파트 530동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① 경기를 보려면 망원경이 필요
목동 5단지 아파트 530동은 목동야구장과 외야석기준 140m, 마운드 기준 230m나 떨어져 있습니다. 야구장 내 외야석에서 마운드까지의 거리가 80m임을 감안하면 3배나 먼 거리입니다. 아래 사진은 530동의 아파트 창문을 통해 목동구장을 바라 본 사진입니다. 경기를 관람하기는커녕 선수 식별조차 불가능합니다. 선수들의 동작이나, 공의 움직임도 볼 수 없습니다. 망원경을 들기 전엔 말입니다.
넥센의 광팬으로서 홈경기를 집안에서 무료로 느긋하게 관람하는 쾌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러한 목적으로 목동 5단지 아파트 530동에 입주하는것은 뉴욕의 끝내주는 야경을 구경하기 위해 반지하 집을 얻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듯합니다.
② 극심한 소음에 ‘피난’ 가는 주민까지
목동5단지 아파트의 프로야구 경기 시 생활 소음은 환경부에서 정한 일반주거지역 법정 기준치(오전 6시~오후 10시 50㏈)를 훨씬 넘었습니다. 순간 최대 소음도는 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양천구의회와 맑은환경과의 조사 결과, 목동 5단지 530동 14층~15층 계단창문과 514동 1201호, 511동 1501호 복도창문등 세 곳에서 소음을 측정했는데요. 측정 결과 세 곳 모두 75㏈의 소음이 측정됐습니다. 전화벨이 울릴 때 느끼는 소음이 70㏈이니, 어느 정도로 시끄러운지 감이 오시죠? (야구 경기는 보통 3시간이 넘게 진행됩니다) 소음이 60~70㏈면 잠자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데 지장을 받으며 정신집중력이 떨어집니다.
531동 주민 윤모(44·여)씨는 “아들이 중학생인데, 시험기간에 목동경기가 있으면 아파트와 멀리 떨어진 독서실에 보낸다. 엄마들끼리 ‘오늘 경기 있데요’라고 서로서로 말해줄 정도다. 함성소리 때문에 공부를 할 수가 없다. 6살 된 늦둥이가 있는데, 경기장 함성소리에 잠에서 깨고 운적도 있다. 전세로 살고 있는데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이사 갈 예정이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불만을 토로하셨습니다.
514동 주민 김모(40·남)씨는 “강아지를 키우는데 함성소리가 어찌나 큰지 허공을 향해서 짖기도 한다. 연장전까지 가는 날은 11시가 넘어도 소음이 들려온다. 층간소음보다 야구장 소음이 더 괴롭다”라고 하셨습니다.
신세계공인중개사사무소 (목동신시가지5단지 전문) 김정순 소장은 “학군도 좋고, 조용한 동네여서 선호도가 높은데, 5단지의 경우(특히 야구장쪽 대로변)에는 소음 때문에 주민들이 곤란을 겪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③ 경기 당일 교통체증 심각
경기 당일, 교통체증도 심각합니다.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목동야구장에 경기만 열리면 교통정체가 빚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목동야구장의 주차대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목동 야구장 좌석 수는 1만6165석으로 약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반해 야구장 주차장은 600대만 수용 가능해 주차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입니다. 학원·구단 차량 등이 야구장 주차장에 상시 주차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주차 가능한 차량은 150대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주차공간이 태부족하다 보니 불법주차를 유발하고, 이는 곧 교통정체로 이어집니다.. 교통지도과 관계자는 “지난 1일 하루에만 100대 가량의 불법 주·정차량을 적발했다”며 “2차선 도로의 양 차선이 완전히 주차장으로 변해 교통정체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교통지도과 직원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 차량들을 목동공영주차장까지 유도했지만, 일부 극성팬들이 ‘견인해갈 테면 견인해 가라’며 도로에 차를 버려두고 가기까지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목동5단지 아파트의 전/월세, 매매 매물 현황을 보아도 (2013년 9월 기준) 목동야구장과 인접한 국회대로 쪽에 매물이 눈에 띠게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김성수씨가 넥센의 광팬인 점을 감안해도, 느긋하게 집에서 공짜 경기를 보려는 소망은 이루어지기 어려울 듯합니다. 게다가 교통 혼잡과 소음까지 생각하면, 말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경기장에 인접하여 TV로 경기를 즐기며 운동장의 열기를 느끼고 싶다거나, 서울시내에 교통 혼잡에서 자유로운 지역을 찾기 어려운 점을 감안한다면, 용감하게 입주를 감행하셔도 좋습니다. 아, 그런데 넥센은 곧 고척돔구장으로 이사를 할 예정이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