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KBS는 시청률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KBS 2TV 월화극 '빅맨'과 KBS 1TV 주말사극 '정도전'이 그 주인공이다. 두 작품 모두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지면서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이 두 개의 드라마에 모두 출연한 '운이 좋은' 배우가 있다. 바로 장태성이다.
장태성은 '빅맨'에서 강지환(김지혁)을 따르는 의형제 양대섭 역으로 열연했다. 거친 외모와 달리 귀여운 의리남으로 '신스틸러'를 자처했다. '정도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출연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나주 거평부곡 소재동 촌장 황연의 아들 황천복을 맡아 극 흐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거평부곡은 이 지역으로 유배를 온 정도전이 '세상을 바꾸겠다'는 결심을 하는 장소다. 황천복은 양지와 더불어 정도전에게 깊은 가르침을 준다. 그는 "배역에 주연과 조연은 없는 거 같다"며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 기분이 너무 좋다"고 껄껄 웃었다.
-축하한다. 올해 초 아버지가 됐는데.
"결혼하고 확실히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빅맨' 첫 촬영(3월) 때 아기가 나와서. 아버지가 된 후 첫 작품이었다. 더 열심히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빅맨' 배우들도 모두 좋아해주셨다.(웃음)"
-'빅맨' 촬영 분위기가 좋았다고 들었다.
"좋았고, 너무 만족했다. 무엇보다 지환이 형이랑 잘 맞았고, 그게 (시청자들에게도) 잘 보여졌던 거 같다. 재밌게 촬영했고 후회는 없다."
-강지환과는 두 번째 호흡이었다.
"'경성스캔들'(2007)에서 함께 출연했다. 너무 반가웠다. '빅맨'이 끝나고 나서는 광진구 자양동에 있는 노룬산 시장에서 낮술을 먹기도 했다.(웃음) 촬영할 때는 술을 먹지 못했는데, 끝나고 나서는 한잔했다."
-'정도전'에서 황천복 역할도 정말 잘 맞더라.
"천복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정도전의 생각을 바꾸게 하는 장치였다. 어떤 역할을 해줘야하는지 알고 들어갔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처럼 괜찮았다. 그동안 (출연한 드라마에서) 안재모 형님에게 두 번을 죽었다. 이 전에는 일대일로 싸우다가 죽어서 그나마 멋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한 번에 원샷(등에 활을 맞고 그 자리에서 사망)으로 죽었다."
-거평부곡은 배우들의 호흡이 좋았다.
"민초 멤버들은 서로 장면을 찍을 때 모니터도 해주고 함께 울었다. 너무 불쌍하게 연기를 잘했다. 그리고 그런 게 잘 맞았다. 감정이 그랬다. 아침 6시부터 하루 종일 우는 것만 찍었을 때도 있었다."
-사극이 어렵지 않았나.
"재밌다. 그만의 매력이 있다. 처음 사극을 했을 때는 '너무 힘들어서 이제는 안해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기억에 남더라. 산에서 버너를 가지고 와서 라면을 끓여먹기도 한다.(웃음)"
-'정도전'은 배우들이 너무 쟁쟁해 부담은 없었나.
"연기를 잘하시는 분이 너무 많았다. 쟁쟁한 신에 짐이 될까봐 그런 고민들을 많이 했다. 대본 리딩을 가면 배우들 50명이 쫙 앉아 있다. 그래서 사극은 리딩이 어렵다.(웃음)"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를 꼽자면.
"이인임이 최고다. 평생 배우라면 한 번 해보고 싶은 역할이다. 박영규 선생님이 연기를 잘 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대본 리딩 때부터 완전 배우시더라."
-'정도전'의 인기가 대단했다.
'드라마 출연을 했지만 팬이기도 했다. 1회를 딱 보는데, 재밌다는 생각이 바로 들더라. 이런 배우가 모여서 이런 게 되는구나 싶었다. 잘 만들면 정통도 먹히더라. (동시간대 방송되는) '개그콘서트'에도 굴하지 않았다."
-연기학원 원장으로 알려졌다.
"배우로서 가르치는 욕심도 있다. 현역에서 배우를 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효과가 남다르다. 공부를 계속 해야 한다. 5년 정도 됐는데, 가르치면서 도움도 많이 받는다. 또 (배우라는 직업을) 너무 쉽게 볼까봐 확실하게 선을 긋는 편이다. 자칫 오해도 살 수 있어 더 열심히 한다."
-에피소드는 없나.
"지환이 형은 내가 원장인지 몰랐다. 지난번에는 전화가 왔는데 '뭐하냐?'라고 물어보셔서 '가르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근데 아르바이트로 가르치는 줄 알고 안타깝게 보더라.(웃음) 이후에 원장이라고 말씀드리니 '특강 한 번 해주겠다'고 흔쾌히 말씀하셨다."
-벌써 데뷔 15년차인데.
"아직도 연기다 어렵다. 고민도 많이 한다. 10년 이상하면 연기를 못하는 사람은 없다. 뭔가 있으니까 10년 정도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배우고 있다."
-다른 드라마도 챙겨보나.
"미드를 정말 좋아한다. 성인 미드도 챙겨보는데, 판타지는 보지 않는다. 연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배우와 신을 중점적으로 본다."
-살을 굉장히 많이 뺀 것으로 안다.
"드라마를 하면서 뺀 거다. '바람의 나라'(2008)에서 장수 역할을 맡았는데 110kg으로 시작해 드라마가 끝날 때쯤 90kg이 되더라. 빼자마자 '열혈장사꾼'(2009)에 출연했는데 모니터를 하니까 백혈병에 걸린 사람 같더라. 연기를 하는데 애처로운 모습마저 들었다.(웃음) 동료 배우들은 좋아하시는데 감독님들이 '왜 캐릭터를 버렸냐'며 너무 아쉬워하셨다. 고민을 많이 했다."
-'빅맨' 때는 찌운 건가.
"약간의 후덕함이 있어야 하는 캐릭터 때문에 지영수 감독님은 10kg 정도 더 찌우길 원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