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철 한화 투수코치가 대표팀에 승선한 이태양을 어미새의 마음으로 격려한다. 사진은 지난 7월 3일 잠실서 열린 LG전에서 흔들리는 이태양을 진정시키고 있는 정민철 코치. 이호형 기자
"너무 정직해선 안된다. 위협구도 던져야 한다."
정민철(42) 한화 투수코치가 투수가 성공하기 위해선 때로는 '나쁜 남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을 펼쳤다. 정민철 코치는 10일 과거 선수 시절 일화들을 털어놓았다.
150㎞의 빠른 직구와 커브가 주무기였던 정 코치는 선수 시절 볼이 깨끗하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정 코치는 양준혁(은퇴), 박정태(은퇴) 홍성흔(두산), 이병규(LG·9번) 등 퍼포먼스가 큰 타자 상대로는 의도적으로 위협구를 던진 경험을 고백했다. 상대 타자와의 기싸움이었다.
그는 "양준혁 선배가 대형 파울 홈런을 날리고 특유의 타격폼을 보이며 타석에서 벗어나 한참 있다가 들어온 적이 있다. '빨리 야구 진행하자'고 한마디 했더니 양 선배가 약간 흥분해서 뭐라고 했다. 다음에 승부하는데 몸쪽으로 바짝 붙이니 화들짝 놀라며 피하더라. 그 이후로 양준혁 선배에게는 홈런을 1개 허용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박정태 전 롯데코치도 타석에서 특유의 흔들타법으로 준비 동작이 요란했다. 투수들이 집중력에 방해를 받기도 했다. 정 코치는 "몸쪽으로 붙여 몸에 맞는 볼을 맞고는 이후론 쉽게 상대했다"고 말했다. 홍성흔, 이병규 등은 홈런를 치고 퍼포먼스를 화려하게 하면 다음 타석에서 바로 사구를 던졌다.
정 코치는 "상대를 부상 입히려는 의도는 아니고, 기싸움 또는 승부를 위해 위협구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창용(삼성) 등 계산된 몸쪽 승부로 타자와 승부를 잘 하는 투수들이 있다. 때마침 박재홍 해설위원이 나타났다. 정 코치는 박재홍 위원은 퍼포먼스가 특별할 것이 없어 위협구를 던진 적이 없다고 했다. 이에 박재홍 위원은 "투수 입장에서 타자들이 유별나게 행동하면 미워질 것이다"고 동조했다.
정 코치가 이같은 과거사를 고백한 것은 애제자 이태양을 위해서였다. 이태양은 9일 넥센 상대로 2회까지 8실점했고, 3.2이닝 9실점으로 조기강판됐다. 정 코치는 "이태양의 공이 안 좋았다. 스트라이크존에만 던지려고 했다. 타자들의 히팅 포인트에 딱 몰리는 공만 던지니 난타를 당한 것이다"고 말했다.
투수는 위기 때 힘을 빼고 던지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정 코치는 "타자 눈 높이로 하나 보여주든가, 낮은 볼이나 몸쪽 바짝 붙는 공을 일부러 섞어 던져야 한다. 타이밍을 뺏기 위한 공도 던질 줄 알아야 한다. 위협구도 던져야 한다. 아직 경험이 없어, 여유가 없는 것이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이태양의 대량 실점이 최근 투구수가 많은 것과는 큰 영향이 없다고 자신했다. 정 코치는 "이태양은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유독 힘들어한다. 컨디션이 안 좋더라도 요령으로 던지는 조절 능력을 배워가야 한다. 그런 경험을 하라고 초반 실점을 많이 했지만 4회까지 던지게 했다"며 "한 경기에 110개를 던질 스태미너는 충분하다. 등판 간격을 5일 쉬고 나오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