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9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벌어진 인천아시안게임 여자축구 준결승에서 종료 직전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하며 북한에 1-2로 패했다.
1-1로 팽팽하던 후반종료 직전 실수 하나가 승부를 갈랐다. 북한이 길게 올린 평범한 크로스를 임선주가 헤딩으로 골키퍼에게 내주려 했지만 볼이 짧았다. 양 팀 선수가 뒤엉킨 상황에서 북한 허은별이 텅 빈 골문에 볼을 가볍게 차 넣었다. 곧바로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한국은 북한을 맞아 눈부신 선전을 펼쳤다. 사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한국이 절대 열세다. 북한과 상대 전적은 1승1무12패. 2005년 4월 동아시아연맹컵 본선에서 한 번 이긴 뒤 7번 내리 무릎을 꿇었다. 역대 아시안게임 전적도 4전 전패다. 2002년 부산, 2006년 도하 대회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한 북한은 이번 대회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선제골은 한국의 몫이었다.
전반 12분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정설빈이 오른발 무회전 슛으로 연결했다. 일직선으로 향하던 볼이 골문 앞에서 뚝 떨어지자 북한 골키퍼 홍명희는 당황해서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
예상치 못한 골을 얻어맞은 북한의 거센 반격이 시작됐다. 전반 20분 위정심이 중앙을 돌파해 들어가 오른발 중거리 슛을 때렸지만 크로스바를 맞고 튕겼다. 2분 뒤 전명화의 왼발 슛도 또 골대를 맞고 나왔다. 이후 북한의 무차별 슈팅을 한국은 육탄방어로 저지했다. 하지만 골대의 행운도 오래가지 못했다. 전반 35분 위정심이 낮게 올린 크로스를 리예경이 왼발을 갖다대 그물을 흔들었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뒤 북한 김광민 감독은 이번 대회 정상 컨디션이 아니어서 선발로 쓸 수 없었던 에이스 허은별을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후반 중반 이후 한국이 흐름을 잡았다. 후반 17분 유영아가 오른쪽 크로스를 받아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살짝 떴다. 2분 뒤 지소연의 헤딩 슛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 42분 한국은 결정적인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지소연이 상대 수비 2명을 돌파해 파고 들다가 기습적으로 오른발 강 슛을 날렸다. 볼은 대포알처럼 날았지만 아쉽게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 나왔다. 골대의 행운이 이번에는 북한에 미소를 지었다. 연장으로 갈듯하던 승부는 종료직전 사소한 실수 하나로 또 요동쳤다. 북한 벤치는 서로 얼싸안으며 환희를 만끽한 반면 한국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 앉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