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롯데 출신 투수가 다른 팀 유니폼을 입는다. 지난 세 시즌 동안 선발진을 지키다 재계약에 실패한 유먼(35)이 주인공이다.
한화 구단은 5일 "유먼을 영입하기 위해 접촉했다. 현재 무릎 상태가 염려돼 메디컬 체크를 하고 있다. 그것만 통과되면 계약은 무리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 입장에선 지난주 FA(프리 에이전트) 장원준(29)의 두산행에 이어 1주일 만에 올 시즌 로테이션을 지킨 또 한 명의 투수가 다른 팀 전력이 됐다. FA 투수 김사율도 kt로 이적했다. 유먼의 경우는 '못' 잡은 것이 아니라 '안' 잡은 것이지만, 내년 시즌 성적을 올려야 하는 경쟁팀들의 높이를 올려준 셈이 됐기에 롯데로선 개운치 못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유먼의 방출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했다. 지난 두 시즌에 비해 평균자책점과 이닝 소화 능력, 탈삼진 능력까지 떨어지며 하락세에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롯데의 선택을 가져왔다. 그러나 새 용병의 적응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미 '한국형 용병'임이 증명됐을 뿐 아니라 3년 연속 10승 이상을 달성한 유먼이 충분히 선발진을 지켜줄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결국 롯데가 놓아준 유먼을 한화가 데려갔다. 선발진에 균형을 맞추는 탁월한 선택으로 보여진다. 선발 투수 배영수와 송은범의 영입으로 기존 이태양을 합쳐 토종 선발진 3명 모두 오른손 투수이다. 이를 감안할 때 왼손 투수인 유먼의 가세는 큰 힘이 된다. 좋은 성품을 갖고 있어 다른 팀에서도 충분히 융화를 보여줄 전망이다.
반면 롯데는 내부 FA 투수 2명(장원준·김사율)을 모두 놓쳤지만 별도 영입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포스트시즌에 탈락한 두산과 한화, 그리고 내년 첫 1군 무대에 서는 kt 등 반드시 성적을 올려야할 팀들에 보내게 됐다. 외국인 투수 영입 상황도 아직 미지수다. 이종운 롯데 감독이 직접 도미니카공화국로 출국해 쓸만한 좌완 투수 찾기에 집중했지만 3~4명으로 추리는 선이었다. 외국인 선수 영입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 그나마 수확이었다.
물론 장원준의 보상선수로 두산에서 보호선수에 묶이지 않은 투수를 데려올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양 팀의 머리 싸움에 따라 생각처럼 안 될 수도 있다. 육성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장기적인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롯데의 행보는 분명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당장 내년 시즌을 위해서 마운드 전력 보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한화의 유먼'보다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면모를 갖춘 선수를 영입해야 하는 부담도 생겼다.
안희수 기자 nahea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