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바람이 무섭다더니, 거침없는 입담과 통통 튀는 매력으로 안방극장을 수놓고 있다. 이들과 예능의 인연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한 사람은 예능을 기피했고 다른 한 사람은 예능에 출연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예능을 통해 그간 몰랐던 자신의 끼를 발산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7cm의 어마어마한 신장을 자랑하는 전 프로농구 선수 서장훈(41)은 큰 덩치와 180도 다른 '조심성'으로 웃음을 만들어냈다. '그게 아니고~'란 유행어를 탄생시킨 그는 지난해 SBS '연예대상' 버라이어티 부문 신인상을 수상, 이젠 누가 뭐래도 위풍당당한 예능인으로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버즈의 보컬 민경훈(31)은 데뷔 14년 만에 처음으로 JTBC '아는 형님'에 고정 출연하며 예능감을 발산 중이다. 민경훈의 개그 본능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서장훈은 "'아는 형님'은 경훈이의 숨겨졌던 끼를 끄집어내 준 프로그램이에요. 가끔 엉뚱한 소리를 하는데 그 모습이 좋아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개그 코드거든요"라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민경훈은 서장훈의 말에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유쾌한 분위기 속 술잔을 기울이며 취중 토크를 이어 나갔다.
-취중 토크 공식 질문이에요. 주량이 어떻게 되나요.
(민경훈, 이하 민) "평소 소주 한 병 반 정도 마셔요."
(서장훈, 이하 서) "기분에 따라 달라요. 기분이 나쁘면 조금만 마시고 기분이 좋으면 오래 마셔요. 근데 정신을 놓거나 그럴 정도로 먹지는 않아요. 대략 두 병 넘게는 먹는 것 같아요."
-특별한 주사가 있나요.
(민) "기분이 많이 '업' 돼요. 말도 애교스러워지고요. 안 그럴 때도 있지만 대부분 업 되는 것 같아요."
(서) "조금 더 유쾌해지고 말이 많아져요."
-술을 자주 마시는 편인가요.
(민) "전국투어가 3월에 끝나서 노래를 많이 안 하거든요. 그래서 요즘 술을 자주 마시고 있어요. 경기도 남양주에 살고 있어서 한 번 나오면 갈 길이 구만리라 집에서 편하게 마시는 걸 좋아해요. 영화 보면서 맥주 마시는 게 좋아요."
(서) "혼자 있을 때 절대 술을 안 마셔요. 술 자체를 즐기진 않아요. 사람을 만나니 먹는 거죠. 운동할 때보다 지금이 더 술을 자주 마시는 것 같아요. 운동선수가 방송하는 사람보다 훨씬 시간이 없어요. 시즌 때는 일주일에 두, 세 게임을 뛰어요. 그래서 술을 마실 수도 없고 빡빡해요. 술을 마시면 몸에 영향이 있잖아요. 몸을 관리해야 하니까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밖에 못 마셨던 것 같아요."
-평소 '아는 형님' 본방송을 챙겨보는 편인가요.
(민) "부모님이 보고 계셔서 안 봐요. 방문을 안 닫고 보시면 문을 살짝 닫아요. 민망해서 제가 나오는 방송은 못 보겠어요. JTBC '히든싱어4' 출연했던 방송은 지금까지도 안 봤어요."
(서) "다음날 SBS '동상이몽' 녹화가 일찍부터 있어서 그 시간에 항상 집에 있어요. 웬만하면 본방송을 챙겨봐요. 어떻게 나왔나 궁금해서 봐요."
-'아는 형님'에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요.
(서) "하자니까 했어요. (강)호동이 형이랑 예전부터 친하게 지냈는데 방송을 시작한 후엔 희한하게 형과 방송을 할 기회가 없었어요. 그러다 '아는 형님' 출연 제의가 들어왔고 형하고 같이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어요."
(민) "'히든싱어4' 출연 이후에 출연 제의가 왔죠. 처음엔 한 번도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을 안 해봤으니까 '어떻게 하지?' 생각했어요. 제작진과 미팅할 때 '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열심히 하라고 하면 더 못하는 사람이에요'라고 솔직하게 말했어요. 근데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했어요."
-멤버들의 합은 어떤가요.
(서) "정말 좋죠. 나머지 멤버들은 이전부터 알았던 사이라서 불편하거나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경훈이는 '아는 형님'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됐는데 엄청 재밌더라고요. 얌전히 있다가 엉뚱한 소리를 하는데 제가 좋아하는 개그 코드에요. 그런 걸 정말 잘해요."
(민) "호동이 형 빼고 다른 형들은 처음 봤어요. 오다가다 한 번씩 본 게 다였죠. 장훈이 형은 진짜 처음 본 거예요. 근데 멤버들이랑 친해져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이 안에서 어떤 걸 해야 할까를 먼저 생각했어요. 그런데 자주 만나다 보니까 참 따뜻한 형들이란 걸 느꼈어요. 대기실에서 얘기를 나누면서 형들의 진심을 많이 느끼거든요. 좋은 사람들이에요."
-맏형 강호동은 두 사람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민) "존재 자체가 든든해요. 멤버들을 지켜주는 것 같아요. 형한테 자주 까부는데 그게 까불어야겠다고 해서 까부는 게 아니라 제 안에서 나오는 걸 있는 그대로 하는 거예요. 약간 너무하나 싶어서 형한테 도가 지나치면 얘기해달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근데 형이 막 웃으면서 '네가 언제부터 그런 걸 알고 했느냐'고 하더라고요. 한참 어린 동생이 그러면 싫을 수도 있는데 형은 유쾌하게 잘 넘어가요."
(서) "(호동이 형이) 옛날처럼 가운데 나서서 안 한다고 뭐라고 하는데 다 쓸데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호동이 형이 나머지 멤버들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니까 나머지 사람들이 웃고 까불고 할 수 있는 거죠. 이번에 하면서 느낀 건데 형은 정말 동생들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더라고요. 자기 것 챙기면서 다른 사람들을 끌어내 주고 그런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정말 다른 사람들이 편하게 맘껏 얘기할 수 있게 해줘요. 그 덕분에 부족하지만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