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바람이 무섭다더니, 거침없는 입담과 통통 튀는 매력으로 안방극장을 수놓고 있다. 이들과 예능의 인연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한 사람은 예능을 기피했고 다른 한 사람은 예능에 출연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예능을 통해 그간 몰랐던 자신의 끼를 발산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7cm의 어마어마한 신장을 자랑하는 전 프로농구 선수 서장훈(41)은 큰 덩치와 180도 다른 '조심성'으로 웃음을 만들어냈다. '그게 아니고~'란 유행어를 탄생시킨 그는 지난해 SBS '연예대상' 버라이어티 부문 신인상을 수상, 이젠 누가 뭐래도 위풍당당한 예능인으로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버즈의 보컬 민경훈(31)은 데뷔 14년 만에 처음으로 JTBC '아는 형님'에 고정 출연하며 예능감을 발산 중이다. 민경훈의 개그 본능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서장훈은 "'아는 형님'은 경훈이의 숨겨졌던 끼를 끄집어내 준 프로그램이에요. 가끔 엉뚱한 소리를 하는데 그 모습이 좋아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개그 코드거든요"라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민경훈은 서장훈의 말에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유쾌한 분위기 속 술잔을 기울이며 취중 토크를 이어 나갔다.
-녹화 없을 때 주로 뭐하나요.
(서) "자요. 지난주 목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쭉 촬영했는데 월요일 밤에 집에 들어오니 약속도 못 갈 정도로 피곤해서 3일 동안 정자세로 누워 있었어요. 선수 때보다 체력이 안 좋아졌어요. 평상시엔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집돌이'에요. 휴식을 취하죠."
(민) "주로 집에 있어요. 약속을 만들지 않아요. 게임을 주로 하고 영화도 하루에 2~3편씩 꼭 봐요.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도 좋아해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랑 토트넘을 좋아하거든요. 토트넘은 손흥민 선수가 나오니까 유심히 보죠. 그러면 하루가 금방 가요. 하나도 안 심심한데 엄마가 집에만 있으니까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라고 해요. 엄마에겐 제가 심심해 보이나 봐요."
-서장훈 씨는 실제로도 아는 체를 잘하나요.
(민) "아는 체를 잘해요.(웃음) 솔직히 저렇게 큰 사람이 이렇게 지식이 많을 줄 몰랐어요. '그걸 알아야 해?' 이런 것까지 알고 있어요. 놀라워요."
-곁에서 본 민경훈 씨의 몸개그는 본능이라고 생각하나요.
(서) "'아는 형님'은 민경훈의 본능을 끄집어내 준 프로그램이에요. 내성적이고 쑥스러움이 많은 친구인데 하면 뭐든 열심히 해요. 그리고 하면서 즐거워해요."
(민)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하긴 싫은데 다들 열심히 하잖아요. 제가 안 해서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으니까 하는 거죠. 이왕 하는 거면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그래서 열심히 해요."
-이국주 씨랑 실제 뽀뽀를 해서 화제가 됐죠.
(민) "그거 때문에 국주가 많이 속상해했어요. 전 별뜻 없이 아는 동생이고 와서 고생해주고 있고 연기니까 충분히 뽀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작진이 모자이크 처리를 해줄 줄 알았는데 안해줬더라고요."
(서) "그게 경훈의 매력이에요. 얘기도 한 적 없고 아무도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입에 뽀뽀하니까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두 사람 모두 솔로잖아요. 따뜻한 봄날 연애 중이신가요.
(서) "제가 그런 얘기를 할 상황이 아니잖아요."
(민) "노코멘트요.(웃음) '아는 형님'에서 마지막 연애가 군 복무 때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연애란 건 앞으로도 가능성이 있기에 노코멘트를 하겠어요."
-서장훈에게 농구란 무엇인가요.
(서) "인생이에요. 보통의 직장인은 60살이 넘어서 은퇴를 하는데 전 그냥 남들보다 조금 빨랐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인생이 끝났다는 느낌이 들어요. 생물학적인 나이는 젊지만 은퇴할 때 원했던 건 오늘로 끝이라고 생각했어요. 나머지 인생은 덤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요. 원해도 이젠 할 수가 없어요. 어릴 때 제일 되고 싶었던 건 범접할 수 없는 선수가 되는 거였죠. 되든 안 되든 간에 이젠 더는 그 꿈을 꿀 수 없어요. 아직도 젊으니까 '제2의 삶이 있지 않겠냐'고 하는데 그건 없어요. 가장 되고 싶었던 건 농구선수였고 지금도 그래요."-민경훈에게 버즈란 무엇인가요.
(민)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네요. 버즈는 제게 어떨 때는 얄밉고 어떨 때는 고맙고 그래요. 근데 지금은 좀 얄미울 때요.(웃음)"
(서) "여자친구네."
(민) "그럴 수도 있겠네요. 서운하게 하면 너무 서운하고 좋을 때는 정말 좋고요."
-앞으로의 꿈은요.
(민) "주로 알려진 노래가 평범한 발라드나 록 발라드 이런 건데 우리 밴드만이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서) "솔직하게 말하면 건방지다고 어르신들이 생각할 수 있는데 꿈을 다 꿨어요. 은퇴할 때 '그동안 좋은 꿈을 잘 꿨다'고 마지막 은퇴사를 제가 직접 썼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꿈은 없어요. 다만 바람이 있다면 그간 너무 힘들었는데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농구하면서 유명세, 인기, 경제적인 것 등 정말 많은 것을 얻었는데 정말 행복했었는지를 생각해보면 그렇게 행복했던 것 같지는 않아요. 그래서 나머지 인생이라도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