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잠실구장, '풍운아' 최향남이 있었다


지금 최향남은 새로운 즐거움을 찾았다. 야구 인생에서 처음으로 지도자가 됐다. 경북 문경에 소재한 글로벌선진학교 고등 야구부에서 자신의 경험을 전수하고 있다. LG에서 뛰던 시절 한솥밥을 먹던 김혁섭 감독의 부탁이 있었다. 일종의 재능기부다. 정식 코치가 아니기에 경기 중에는 멀찍이 떨어져 지켜본다. 

원래는 전지훈련 기간 동안만 참여하려 했다. 하지만 최향남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그는 "도움을 주면서 나도 몸을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원래는 외국으로 가 선교 활동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선수들의 열정을 외면할 수 없었다. 최향남은 "나도 즐겁다. 6월까지는 학생들과 함께 할 생각이다"고 했다. 김혁섭 감독도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모두 최 선배에게 너무 고마운 마음이다"고 전했다.

글로벌선진학교의 야구부 운영 방침에 공감했다. '공부와 운동'을 병행한다. 훈련은 오후 3시에 시작해 길게는 6시간, 짧게는 3시간 동안 진행된다. 폭력은 물론 폭언도 없는 야구부를 만든다는 목표다.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학생들이 야구를 즐기도록 돕는다. 학업을 병행하며 진로의 폭을 넓혀준다.

공부를 제쳐놓고 야구에만 매달려도 대학 진학이 쉽지 않다. '학습권 보장'을 허울좋은 말로 받아들이는 지도자와 학부모가 많다. 하지만 최향남은 생각이 다르다. 그는 "훈련량이 일반 고교보다 적기 때문에 한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운영해도 팀이 강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며 "학생 선수가 하루 온 종일 야구에만 매달리지 않아도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인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선진학교는 지난달까지 진행된 전반기 주말리그(경상A)에서 1승 4패를 기록했다. 4연패를 당했지만, 지난달 17일 1위를 달리던 대구고를 상대로 스코어 6-5, 첫 승리를 거뒀다.

잠실구장을 찾은 1일은 1주일 동안 서울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야구단의 휴식일이었다. 과거 함께 뛰던 동료, 지도자를 만나 반가움을 나눴다. 궁금증이 생긴다. 최향남은 아직도 현역 복귀를 원하고 있을까.

현실은 인정한다. 그는 "이제는 몸이 예전같지 않다. 예전에는 미처 신경쓰지 못했지만, 구단 프런트의 생각도 이해할 것 같다"고 했다. 그의 입에서 "현역 생활은 끝났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복귀에 대한 미련은 남아있다. 끝맺음은 확실히 짓고 싶다. 그는 "후반기, 내년 초 또는 당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가능성은 1%에 불과하겠지만 희망은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내게 1%는 남이 생각하는 것보다 큰 숫자"라고 말했다.
 
확실히 그는 그렇게 야구 인생을 걸어왔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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