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성과급과 복지비를 볼모로 금융 공기업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어 직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국책은행 중 한 곳인 IBK기업은행 직원들은 올해 갑자기 복지비가 깎이고, 오는 6월 지급 예정인 작년 성과급을 받지 못할 수도 있어 속을 태우고 있다.
10일 기업은행에 다니는 직원 A씨는 최근 유치원 보조비와 선택적 복지비 등 직원 복지비가 갑자기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기업은행 직원들은 직원 복지 차원에서 이 같은 금액을 매달 혹은 분기 단위로 받아왔는데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직원 복지를 위해 당기순이익의 3% 수준을 책정해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예산권을 갖고 있는 금융위원회로부터 기금 사용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금융위는 올해 들어 승인을 하지 않고 있다.
복지비 축소가 이어지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성과에 대한 급여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은행은 오는 6월 초 직원들의 작년 성과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지만 당국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조건으로 지급을 보류하거나 삭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성과연봉제 때문에 직원들의 복지가 볼모로 잡혔다"며 "성과연봉제 도입을 밀어붙이기 시작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공기업의 경우 기존 복지 혜택 등을 줄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성과연봉제와 관련해 6월 성과급 지급에 대한 공식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며 "유치원 보조비 등과 같은 복지비는 유동적이고 현재 내부적으로 금액 변동 사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지난 4월 말 각 금융공기업에 공문을 보내고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및 그 시기에 따라 인센티브 또는 패널티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제3차 금융공공기관 기관장 간담회'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이 지연되는 기관에 대해서는 인건비와 경상경비를 동결·삭감하는 등 보수, 예산 정원에 대한 불이익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당국에서는 고임금 구조인 금융 공기업의 임금 체계를 바꾸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성과중심 문화 확산을 앞세우고 있다.
이에 기업은행 노조 측에서는 "금융위가 매년 했던 승인을 갑자기 내리지 않아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며 "성과연봉제를 빨리 도입하기 위해 패널티를 주면 결국 직원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금융위는 금융정책, 외국환업무 취급기관의 건전성 감독과 금융감독을 하는 곳인데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특정 성과제를 조직 특성에 대한 고려도 없이 도입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