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인생의 스승과 경기장을 찾아 준 팬을 위해 온 힘을 다해 뛰었다. 수원더비가 발견한 '히트상품' 김병오(27·수원 FC)가 더욱 빛나는 방식이다.
김병오는 지난 14일 열린 수원 FC와 수원 삼성의 역사적인 첫 수원더비에서 팀이 0-1로 지고 있던 후반 26분 동점골을 터뜨렸다. 수세에 몰려있던 수원 FC였지만 김병오로 인해 완벽하게 밀리지 않았다. 강인한 체력을 앞세운 김병오의 끈질긴 돌파력은 '형님' 수원을 괴롭히기에 충분했다. 수원 FC가 1-2로 패배했지만 그를 향한 찬사가 이어진 이유다. 이천수(35) JTBC3 FOX Sports 해설위원은 "패스, 슈팅, 리바운드, 집념까지 축구의 4박자를 모두 갖춘 보기 드문 선수다. 특히 체력이 상당히 뛰어나다"고 극찬했다. 이날 김병오의 투지를 자극한 두 인물이 있었다. 첫 번째 인물은 그의 플레이를 유심히 바라본 이, 바로 '적장' 서정원(46) 수원 감독이다. 둘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U-23 대표팀 코치와 선수로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 서 감독은 7년 전 대표팀 시절 김병오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서 감독은 "예전에 대표팀에서 데리고 있었던 선수다. 그때도 그랬지만, 나쁜 선수가 아니었다. 위협적인 선수다"고 떠올렸다. 이어 "갖고 있는 신체조건과 골을 점유하는 능력, 슈팅 감각까지 최고 수준이다. 앞으로도 더 성장할 선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제자는 옛 스승 앞에서 더 잘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김병오는 "서 감독님에게 '제가 이렇게 성장해 이만큼 하고 있습니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경기를 더 열심히 뛰었다"며 "대표팀 시절 서 감독님이 여러모로 좋은 가르침을 줬다. 이렇게 상대 팀으로 수원더비에서 만나니 느낌이 새롭다"고 했다.
두 번째 인물은 팬이다. 마지막까지 응원전을 펼친 수원 FC 공식 서포터즈 '리얼크루'는 김병오에게 큰 힘이 됐다. 수원 FC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수원 서포터즈 '프렌테 트리콜로'와 비교할 때 규모부터 큰 차이가 있다. 이날 역시 수원종합운동장이 수원의 홈구장인 듯 수원 상징색인 파란색 유니폼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김병오에게는 팬들의 숫자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동점골을 넣은 뒤 서포터즈로 달려가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흉내 내는 독특한 세리머니를 펼치며 박수를 받았다. 그는 "우리는 숫자가 많건 적건 '리얼크루'가 가장 중요하다. 서포터즈가 100명이건 1000명이건 나는 이분들을 위해 더 열심히 뛰고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