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타이틀 경쟁이 신선하다. 예상하지 못한 새 얼굴들이 선두권에 자리하고 있다. 아직 반환점까지도 먼 시점, 하지만 충분히 흥미롭다.
홈런왕은 에릭 테임즈(NC)의 독주 체제가 전망됐다. 4년 연속 1위에 오른 박병호(미네소타)는 미국으로 떠났다. 지난해 2위(48개) 야마이코 나바로도 삼성을 떠나 지바 롯데에 입단했다. 지난해 테임즈는 장타율(0.790) 1위, 홈런(47개) 3위에 올랐다. 그를 견제할 대항마가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두 얼굴이 경쟁 중이다. 19일까지 루이스 히메네스(LG)와 김재환(두산)이 나란히 1, 2위에 올랐다. 의외라는 평가다. 히메네스는 지난해 70경기에서 타율 0.312·11홈런·46타점을 기록했다.
준수한 성적이지만 테임즈나 앤디 마르테(kt)처럼 위압감을 주는 타자는 아니었다. 볼넷 12개를 얻는 동안 삼진은 48개나 됐다. 공격 성향이 지나치게 강한 타자가 한국 무대에서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LG도 교체를 고민했을 정도다. 하지만 히메네스를 선택했다. 친화적인 성격과 배우려는 의지를 높이 샀다. 그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귀국을 포기하고 LG 2군 구장인 이천 챔피언스파크에 남아 훈련을 했다. 서용빈 타격 코치에게도 많은 조언을 구한다. 원래 재능있는 선수다. 한국 생활에 적응했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주저하지 않는다. 그 자세가 올 시즌 홈런 페이스로 이어졌다.
김재환의 각성은 더욱 놀랍다. 2008년 입단 이후 한 번도 1군에서 200타석 이상에 선 적이 없다. 2011년 금지약물 복용 적발로 이름을 더럽혔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두산의 4번 타자다. 102타석 만에 12홈런을 때려냈다. 히메네스는 시즌 12호 홈런을 140번째 타석에서 기록했다.
지난 17일, 히메네스가 kt전에서 시즌 12호 홈런을 때리자, 15분 뒤 김재환이 KIA전에서 아치를 그리며 '타이'를 선언했다. 18일엔 히메네스가 다시 13호포를 치며 단독 선두로 나섰다. 두 선수의 경쟁은 사상 세 번째 '잠실 홈런왕' 배출 여부로 더 흥미를 끌고 있다. 테임즈와 삼성 최형우도 1위에 올라설 수 있는 선수다. 새 얼굴과 터줏대감 구도다.
타점왕 경쟁에서는 '새 얼굴' 정의윤이 치고 나왔다. 그는 지난해 LG에서 SK로 이적한 뒤 비로소 '만년 유망주' 딱지를 떼어냈다. 이젠 팀의 4번 타자다. 득점 기회에서 뛰어난 해결능력을 보이고 있다. 18일까지 득점권 타율은 무려 0.455를 기록했다.
4월에는 경기당 1.08타점으로 시즌 150타점 페이스였다. 5월에는 경기당 1.33타점(12경기 16타점)으로 더 좋다. 지난해 타점 5위(123개) 최형우가 5월 15경기에서 21타점을 올리며 이 부문 경쟁에 불씨를 당겼다. 19일까지 정의윤은 44타점, 최형우는 42타점을 기록했다.
도루 부문은 19일까지 이대형(kt)이 15개로 1위, 손아섭(롯데)이 14개로 2위에 올라있다. 이대형은 4년(2007-2010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한 '대도'다. 올 시즌은 37경기에서 출루율 0.404를 기록해, 뛸 기회도 많았다. 지난해 도루 1, 2위에 오른 박해민(삼성)과 박민우(NC)은 시즌 초반 주춤하다.
하지만 손아섭(롯데)은 의외다. 원래 발은 빠르다. 2013년엔 도루 36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어깨 부상 이후 도루를 자제했다. 지난 2시즌 도루는 각각 10개와 11개에 그쳤다. 최만호 작전 코치의 적극적인 지원도 한 몫 했다.
하지만 지난해 메이저리그 진출 실패 이후 다양한 능력을 보여주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지난해보다 당겨치는 스윙 비율을 높여 장타력 향상을 노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성공률 93.3%로 매우 높다. 손아섭이 뛰기 시작하자 롯데도 '기동력 야구'가 가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