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축구대표팀과 평가전에 나서는 한국 축구대표팀 골잡이들에게 내려진 특명이다. 한국과 스페인의 통산 여섯 번째 맞대결이 1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펼쳐진다.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만난 가장 강력한 상대인 스페인은 한국 축구의 현 주소를 점검할 수 있는 좋은 상대다.
그러나 5전 2무3패라는 역대 전적이 알려주듯, '무적함대'라는 이름답게 한국에 승리를 내준 적 없는 팀이기도 하다.(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8강전에서 스페인에 승부차기 승을 거뒀으나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기록에는 무승부로 남았다)
골을 넣어야 이길 수 있는 스포츠가 축구인 만큼, 이번 스페인전 승리의 관건은 골잡이들의 활약이다.
앞서 다섯 번의 만남에서 한국은 스페인 골망을 네 번 흔들었다. 첫 번째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스페인에 0-1로 뒤져있던 한국은 전반 42분 귀중한 프리킥 기회를 얻었다. 상대 수비의 움직임을 살피던 최순호(54)가 툭 밀어준 공을 황보관(51)이 잡아 벼락같은 슈팅을 날렸다.
시속 114km에 육박하는 엄청난 캐논슛에 당시 세계 최고의 수문장으로 불리던 안도니 수비사레타(55)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두 골을 더 내주며 1-3으로 패했지만 거함 스페인을 놀라게 한 황보관의 골은 한국 축구에 희망을 안겼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골은 4년 뒤 미국 월드컵 조별리그였다. 또 스페인과 한 조에 속한 한국은 후반 수비가 무너지면서 단숨에 0-2로 끌려갔다. 패색이 짙은 상황.
그래도 한국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40분 홍명보(47)의 프리킥이 상대 수비벽을 맞고 굴절돼 만회골이 됐다. 한 골을 따라잡은 한국은 동점골을 위해 스페인을 거세게 밀어붙였고 경기 종료 직전 서정원(46)이 홍명보의 패스를 받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서 감독이 아직까지도 "자신의 축구인생에서 가장 영광스럽고 기억에 남는 골"로 꼽는 짜릿한 골이자 스페인전 첫 무승부를 만들어낸 골이었다.
스페인을 상대로 골을 터뜨린 네 번째 선수는 성남 FC의 '두목까치' 김두현(34)이다. 김두현은 2012년 스위스 베른에서 열린 스페인과 평가전에서 0-1로 지고 있던 전반 42분 시원한 중거리 슈팅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경기는 1-4 패배로 끝났지만 김두현의 골이 있었기에 영패의 수모는 피할 수 있었다.
석현준(25·포르투)과 황의조(24·성남) 두 최전방 원톱 자원이 스페인전 다섯 번째 골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에이스 손흥민(24·토트넘)의 발끝에도 주목하고 있다. 또 수비수였던 홍명보처럼 수비수 득점도 기대해볼만 한다. 슈틸리케팀 20명 정예 멤버 모두에게 득점의 기회는 열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