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간의 지구촌 축제인 '2016 리우하계올림픽'에 기업들도 태극전사들과 함께 뛰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그 결과 양궁을 30년 넘게 지원해온 현대자동차그룹은 남녀 선수들이 금메달 4개 모두 싹쓸이하는 쾌거를 맛봤다. 반면 핸드볼과 탁구를 각각 후원한 SK그룹과 한진그룹은 '노메달'의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희비가 갈린 기업들의 리우 성적표를 살펴본다.
현대차 양궁 석권·한화 사격 3연패에 '함박웃음'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최고의 성적을 낸 기업은 양궁을 지원하는 현대차그룹이다. 양궁대표팀은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에 걸려 있는 금메달 4개를 모두 휩쓸었다. 올림픽 양궁 역사상 한 국가에서 네 종목을 다 석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의 '양궁 사랑'은 각별하기로 유명하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으며 비인기종목이던 양궁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아들 정의선 부회장이 2005년 협회장 자리를 물려 받으며 양궁 지원이 대물림 됐다. 지난 32년 동안 현대차그룹이 양궁에 쏟아부은 지원비는 450억원에 달한다.
정 부회장은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도 양궁에 대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경기장 인근에는 물리치료실과 샤워실을 갖춘 트레일러 휴게실을 마련해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센터와 양궁협회의 협업으로 육안으로 알 수 없는 활 내부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활 비파괴 검사', 선수 손에 꼭 맞는 '맞춤형 그립', 불량 화살 분류에 도움을 주는 '슈팅머신' 등 최신 장비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여기에 정 부회장은 직접 선수들을 찾아가서 격려하기도 했고, 경기가 있는 날에는 항상 경기장 한 켠에서 자리를 지켰다.
이런 정성에 지난 12일 남자 양궁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구본찬이 정 부회장에게 한달음에 다가가 목에 금메달을 걸어줬다.
사격을 지원하는 한화그룹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사격 국가대표 진종오가 지난 11일 남자 50m 권총 결선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금메달을 거머쥐어서다. 금메달 갯수는 1개이지만 한국 선수 최초로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사격 마니아'로 유명한 김승연 한화 회장은 2000년초부터 사격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쏟아왔다. 한화는 지난 2001년 한화갤러리아사격단을 창단하고 2002년부터 대한사격연맹 회장사을 맡고 있다. 지금까지 사격 발전기금으로 지원한 금액은 125억원 규모다. 또 한화는 지난 2008년 '한화회장배 사격대회'를 만들고 올해까지 9회째 개최하고 있다.
진종오의 금메달은 KT에게도 쾌거다. 진종오는 지난 2004년 KT 사격선수단에 입단해 KT의 지원을 받으며 2004 아테네 올림픽부터 이번 리우올림픽까지 4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다. KT는 스위스 총기회사 모리니와 함께 2년에 걸쳐 진종오만을 위한 권총을 제작하기도 했다.
SK·KB금융 '절반의 성공'…한진 '노메달'
비인기종목에 통 큰 지원을 아끼지 않는 SK그룹은 이번 올림픽에서 절반 밖에 웃지 못했다. SK텔레콤이 지원하는 펜싱은 박상영 선수의 역전극과 함께 금메달을 거머줬지만 최태원 회장이 직접 지원하는 여자 핸드볼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하고 일찌감치 귀국길에 올랐다.
SK텔레콤은 지난 2003년부터 대한펜싱협회 회장사를 맡으면서 펜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이번 리우올림픽을 대비해 대한펜싱협회와 함께 영상분석관, 의무 트레이너 등으로 꾸려진 코치진 '펜싱 드림팀'을 만들기도 했다. 코치진 운영에만 연간 2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지난 3월에는 리우올림픽 선전을 기원하며 'SK텔레콤 남녀 사브르 국제그랑프리 선수권대회'를 열었다.
이와 달리 핸드볼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08년 대한핸드볼협회장에 취임한 이후 서울올림픽공원에 SK핸드볼경기장을 만들었고, 클럽팀 창단 및 핸드볼발전재단 설립을 추진해왔다. 지난달에는 직접 태릉 선수촌을 방문해 선수단을 격려하고 후원금 1억원을 전달했다.
최 회장의 사촌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은 직접 리우올림픽 현장을 방문해 여자 핸드볼팀을 응원하기도 했다.
KB금융그룹은 2013년부터 지원하고 있는 '골프 여제' 박인비 덕분에 웃을 수 있었다. 후원 선수인 배드민턴의 이용대와 리듬체조의 손연재가 메달 획득에 실패해 울상이었지만 박인비가 116년 만에 부활한 여자 골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활짝 웃었다. 박인비는 엄지손가락 부상에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남녀 골프를 통틀어 메이저대회 4개를 제패하는 그랜드슬램에 올림픽까지 우승을 거둔 유일무일한 선수가 됐다.
탁구를 지원하는 한진그룹은 아쉽게도 빈손이었다. 조양호 한진 회장은 지난 2008년 대한탁구협회장에 취임하면서부터 탁구계와 인연을 맺었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은 고사하고 은·동메달도 따지 못했다.
삼성그룹은 레슬링에서 김현우(삼성생명)가 판정 논란을 딛고 값진 동메달을 획득한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이번 리우올림픽에 참여한 삼성그룹 스포츠단 소속 선수는 레슬링 4명(삼성생명), 탁구 2명(삼성생명), 배드민턴 5명(삼성전기), 육상 4명(삼성전자), 축구 1명(제일기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