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7000만원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도전장을 내민 배우 세계다. TV를 시청하다 하주 작은 글씨로 지나가는 오디션 자막 공고가 본 방송보다 더 크게 보였다는 허성태(38). 무작정 신청했던 연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5등을 차지했을 땐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뻤지만 진짜 고충을 그 때부터 시작이었다.
눈물을 흘리며 반대하는 부모님을 뒤로 하고 아내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배우 생활을 시작한 허성태는 소속사도 없이 직접 프로필을 돌리기 시작했고 오디션만 200여 번을 넘게 보며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
하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충무로가 주목하는 기대작 '밀정'(김지운 감독)에 당당히 합격한 그는 송강호에게 뺨따귀를 맞는 '한 방'을 건져내며 익숙한 배우들 사이에서 신선한 비주얼로 관객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운이 술술 풀리는 것일까. 이미 확정지은 차기작 역시 '밀정'에 버금가는 대작 '꾼'(장창원 감독)이다. '밀정'에 비해 더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역할이라고 하니 눈여겨볼 만 한 배우임엔 틀림없다. 역시 노력은 배신하지 않고, 그에 비례하는 결실은 달콤하다.
※인터뷰 ③에서 이어집니다.
-생활고는 어떻게 해결했나.
"'나만 없어지면 되지 않을까'라는 나쁜 생각에 한창 빠졌을 때 쯤부터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무도 모르겠지만 6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했다. 아주 작은 돈이라도, 단 돈 5만원이라도 연기를 해서 돈을 벌고 싶었다."
-다른 아르바이트는 하지 않았나?
"연기가 아르바이트나 다름 없었다. 그리고 또 공부였다. 따로 연기 연습을 하지 않아도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주말마다 단편을 악착같이 찍으면 한 달에 70만원 정도 벌어들일 수 있다. 그럼 월세 정도는 내가 처리할 수 있으니까."
-아내 분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잘 살던 37평 아파트도 처분하고 나 혼자 서울에 올라왔다. 아내만 생각하면 미안하고 고맙고 평생 모시고 살아야겠다는 마음 뿐이다. 나 때문에 지금까지 일도 그만두지 못하고 직장에 다니고 있다. 더 열심히 해서 힘들었던 만큼 호강시켜 주고 싶다."
-현재 소속사는 언제 들어가게 된 것인가.
"'기적의 오디션'에서 1등한 친구가 먼저 이 회사에 들어왔고 소개를 시켜줬다. 소속사가 있으니까 확실히 안정감이 느껴진다. 동기 부여도 되고 연기에만 신경쓸 수 있을 것 같고."
-작품이 없을 땐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살림한다.(웃음) 사실 내가 부산대학교 러시아어 학과 출신이다. 연기의 '연'자도 몰랐던 사람이다. '기적의 오디션'에 합격한 후 6개월간 합숙을 하면서 배운 연기가 전부이자 내 유일한 재산이다. 아침부터 커리큘럼을 짜서 가르쳐줬다. 쉴 땐 그 때 배운 것들을 꾸준히 복습하면서 감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직접 겪어 본 배우라는 직업, 그리고 연예계는 어떤 곳인 것 같나.
"항상 긴장을 해야 하는 것 같다. 그 기운을 유지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나는 언제 어디서나 긴장하고 있어야 하는, 그리고 돋보일 한순간을 위해 연습하고 준비해야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배우로서 꼭 한 번 연기해 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
"'해바라기', '아저씨', '공공의적' 주인공을 좋아한다. '내 소중한 사람을 건드리지마. 건드렸어? 그럼 가만 안둬'라는 감성에 끌리는 스타일이다. 정의롭지 않은 것 같지만 결국 정의로운 것이 좋다. 물론 내가 원빈이 되고 싶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