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블랜드는 26일(한국시간) 홈구장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WS 1차전에서 시카고 컵스를 6-0으로 완파했다. 7전 4선승제 WS에서 먼저 1승을 따내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클리블랜드는 선발 코리 클루버가 6이닝 4피안타 무실점 9탈삼진으로 호투했다. 필승조 앤드류 밀러와 코디 앨런은 3이닝 무실점을 합작해 승리를 지켜 냈다. 포수 로베르토 페레스는 홈런 2방을 터뜨리며 힘을 보탰다.
예상을 뒤집었다. 다수 전문가들은 올해 정규 시즌에서 최고 승률을 기록한 컵스의 우세를 점쳤다. 컵스는 타선의 짜임새와 마운드 무게감, 객관적인 기록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클리블랜드가 더 강했다. 탄탄한 마운드 전력과 '한 방'을 앞세워 1차전을 따냈다. 프로그레시브필드를 가득 메운 팬들의 함성도 클리블랜드에 큰 힘이 됐다. 김선우 본지 위원이 WS 1차전을 분석했다.
- 선발 싸움에서 승부가 갈렸는데.
"클리블랜드 선발 클루버의 공은 칠 수가 없는 것이다. 패턴은 같았다. 좌타자에겐 몸 쪽으로 커트 패스트볼을 던진 뒤 변화구로 유인했다. 제구가 소위 말해 '기가 막혔다'. 반면 존 레스터는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에 너무 예민했다. 중계 화면으로 봤지만 레스터가 불만을 나타낸 공은 스트라이크가 아니었다. WS 1차전이라는 압박감 때문에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했다. 경험 많은 선수에게도 '염소의 저주'는 분명 신경 쓰이는 부분일 것이다. 클루버는 제구도 좋았는데, 심판의 존과 딱 맞아떨어졌다. 클루버가 오늘 기록한 탈삼진 9개는 클리블랜드 WS 선발투수 역대 최다 기록이다."
- 클리블랜드 필승조 밀러의 구위는 이전보다 떨어진 모습인데.
"디비전시리즈(DS)나 챔피언십시리즈(CS)에 비해 구위가 떨어진 건 분명하다. 공의 회전이 부족했고 가운데로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실점 없이 허리를 책임졌다. '자신감' 덕분이다. 단기전에서는 연승으로 가면 자신도 모르게 에너지가 생긴다. '가운데로 던져도 못 칠 것이다'는 신념이 생긴다.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다. 밀러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완벽하다. 한 차례도 실패하지 않았다. 자신감이 최고조에 올랐을 것이다. 아직은 완벽한 피칭을 하고 있는데, 다음이 중요하다. 과거 양키스의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는 애리조나와 WS에서 무실점을 달리다 마지막 7차전에서 무너졌다. 기세가 한번 깨지는 순간 위험해진다. 깨지지 않으면 좋겠지만 그건 어렵다. 회복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프랑코나 감독도 밀러의 피칭을 보면서 고민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해 줄 거다'라는 믿음이 있다."
- 구원투수에겐 기량보다 멘틀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을까.
"물론이다. 클리블랜드와 시카고 모두 리그 최강 불펜진을 갖추고 있다. 실력보다 멘틀이 중요하다. 채프먼은 구위는 최고지만 8회 등판해 두 차례 실패를 경험했다. 같은 상황에 직면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WS 무대에선 그 부담감이 몇 배로 커진다."
- 컵스 타선은 내셔널리그챔피언십시리즈(NLCS) 기세를 이어 가지 못했는데.
"득점엔 실패했지만 지금까지 최고 피칭을 해 온 밀러를 공략해 7~8회 기회를 얻어 냈다. 소득이 없는 건 아니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밀러를 공략한 컵스 타선을 6이닝 동안 9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 낸 선발 클루버의 피칭은 엄청났다."
- 1차전을 홈에서 치르는 건 큰 이점인 것 같다.
"좋은 기운을 이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 클리블랜드는 지금까지 1차전을 모두 이겼다. 그렇게 되면 선수단은 '1차전은 무조건 이긴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10경기에서 9승1패를 하면 1패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 하지만 전부 이기면 승리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오늘도 증명했다. 클리블랜드가 우승을 한다면 아메리칸리그 동료들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올스타전에서 아메리칸리그가 이겨 월드시리즈 1차전을 홈에서 치르는 어드밴티지를 얻지 않았나."
- 제이크 아리에타와 트레버 바우어가 2차전에서 맞붙는데.
"컵스는 2차전을 반드시 이기고 홈으로 가야 한다. 리글리필드에는 108년 만의 우승을 염원하는 팬들이 기다리고 있다. 최근 투구 컨디션이 좋지 않은 아리에타가 얼마나 버틸지 궁금하다. 바우어는 드론을 고치다 다친 손가락의 부상 회복이 관건이다. 투수의 손은 작은 상처만 생겨도 예민해진다. 1차전에서 밀러가 많이 던졌기 때문에 바우어가 오래 버텨 줘야 한다. 만약 바우어가 일찍 무너진다면 선발 요원 대니 살라자르의 조기 투입 여부를 지켜보자. 4차전 선발이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아직 확정된 건 없다. 만약 살라자르가 일찍 나온다면 4차전 선발은 자연적으로 클루버가 맡는다. WS에서 팀 에이스는 1·4·7차전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클리블랜드에 아무리 투수가 없다고 해도 에이스가 세 차례 선발 출격하는 건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