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준척 가리지 않고 FA 선수를 영입하며 '큰 손'으로 군림했던 지난 3년과 다른 행보다. 박종훈 단장이 취임하면서 외부 영입이 아닌 내부 육성을 기조로 삼았다. 구단은 "중·장기적으로 우수 선수 육성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해석도 있다. 내년 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취득하는 주전 세 명의 재계약에 대비하는 '숨고르기'라는 뜻이다.
한화는 내년 시즌이 끝나면 정근우·이용규(야수), 안영명(투수)이 FA 자격을 얻는다. 정근우와 이용규는 지난 2013년 겨울 나란히 대형 FA 계약으로 한화에 입단했다. 올해까지 3년을 뛴 둘은 내년이 계약 마지막 시즌이다. 2003년 한화에 입단한 프랜차이즈 투수 안영명은 내년 시즌 종료 뒤 생애 첫 FA 자격을 얻는다. 이들 내부 FA 3명을 잡으려면 막대한 금액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테이블세터와 내·외야 수비의 핵심인 정근우와 이용규는 이제 한화에서 상징적인 선수다. 2013~2016년 한화 야수진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 1위는 김태균(15.35), 그 다음이 정근우(12.86)와 이용규(9.25)다. 4위인 송광민(5.23)과는 큰 차이가 있다. 여기에 2루수와 중견수는 공수를 겸한 대체선수를 찾기가 어려운 포지션이다.
정근우는 한화 유니폼을 입은 3시즌 동안 389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7·36홈런·198타점·311득점을 올렸다. 올해 활약은 더욱 돋보인다. 타율 0.310·18홈런·88타점·121득점으로 최고 시즌을 보냈다. 30대 중반의 나이를 무색케 하는 몸놀림으로 내야 수비를 진두지휘했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앞세워 변함없는 활약을 자신하고 있다.
이용규는 3시즌 동안 254경기에 출장해 타율 0.330·7홈런·103타점·254득점을 기록했다. 실력 뿐만 아니라 노력과 근성 면에서 최고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용규는 올해 우리나이 서른 둘이다. 내년 시즌을 마치면 서른 셋의 나이에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다. 통상적으로 야수는 20대 후반~30대 초반에 전성기를 보낸다. 하지만 최근 야수들이 30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용규의 가치는 여전히 높다.
안영명은 올해 풀타임 소화할 경우 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어깨 부상으로 올 시즌을 통째로 쉬는 바람에 FA 취득이 1년 늦어졌다. 안영명은 2010년 KIA 시절을 제외하면 13년 동안 한화 소속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통산 성적은 352경기에 등판해 48승38패 36홀드 16세이브 평균자책점 4.80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엔 10승을 따내 2011년 류현진 이후 4년 만에 팀 내 토종 10승 투수가 됐다.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구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어깨 수술을 마친 그는 부활을 꿈꾸고 있다. 내년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FA 대박은 충분히 가능하다.
박종훈 단장은 "구단 운영은 장기적인 플랜을 세워야 한다"며 "선수 육성은 단기간에 '뚝딱'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인내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내부 육성과 함께 현재 가지고 있는 전력을 최대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전력에서 육성 전력이 더해져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